-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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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가 들어오기를!
지난 주, 홍보를 담당할 신규직원을 채용했다. 병원의 채용 프로세스는 단순하다.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이다. 일반기업들은 핵심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있지만, 병원은 산업적 특징으로 인해 변화가 더딘 곳이다. (개원 63년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1명을 채용하기 위해, 60개의 이력서를 검토했고, 6명의 1차 합격자를 선별했다. 1인당 10분의 면접으로 훌륭한 직원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직관력과 통찰이 나에겐 없다.
새로 바뀐 경영층에, 팀의 특성에 맞는‘인성 및 적성검사’를 별도로 실시하겠다는 허락을 얻은 뒤,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별도 전형을 실시했다. MBTI(요약) 검사, 직무 관련 문제,그리고 에세이를 쓰게 했다. 주제는‘본인이 이룬 가장 커다란 성취와 가장 가슴 아픈 실패 1가지를 서술하라’였다.(연구원 응시주제를 무단 차용했다..^*^;)
MBTI 검사는 팀 구성원과의 팀워크 및 화합지수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고, 직무문제는 업무 배경지식과 창의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문제를 냈다. 에세이를 통해서는, 후보자의 가치관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험문제를 앞에 두고 긴장하는 후보자들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이력서와 1인당 10분씩 배정되는 면접시간만으로, 우리가 그대들의 열정과 준비를 알 수 있을까요? 대충 알기도 어렵고 변별력을 확보하기는 더욱 힘듭니다. 수고스럽지만 별도시험과 그 결과는 그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솔직하게 써주시기 바랍니다.”
별도 전형 후, 경영층의 정식면접이 이루어졌다. 최선을 다하려는 지원자들의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배경지식과 적극성, 관련지식은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비슷비슷한 수준이어서, 나에게는 에세이가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중요한 가중치가 된다. 지원자들의 말은 준비된 마음을 드러내지만, 글은 무의식의 내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경영층과의 이견을 조율하면서 고심 끝에, 1명을 최종 결정하고 금요일에 통보했다.
조직에서 허용되지 않은 비공식 채용프로세스를, 팀장 권한으로 가능한 영역에서 실험하고 모색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였다. 작년에는 떨어진 지원자들에게 일일이 feedback을 보내주었다. 본인이 채용에 불합격한 이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 어차피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피드백이 아닌가! 청년실업 대란과 얼어붙은 채용시장의 어려움에 짓눌려있는 이들에게, 합격의 기쁨을 전하지 못하는 무거움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올해는 원하는 이들에게만 떨어진 이유에 대해, Feedback을 주겠다고 얘기했다.
팀 구성원들과 화합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팀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혜롭게 가꿀 수 있는 좋은 인재,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핵심인재가 들어오면 좋겠다. 말이 그럴 듯 하고, 글도 그럴 듯한데, 삶은 아닐 수도 있다. 겁이 난다. 내가 그럴까봐 겁나고, 또 그런 친구가 들어 올까봐 겁이 난다. 좋은 친구가 들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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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의 시대’
맥킨지 Mckinsey 는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인재가 경쟁우위의 필수적인 원천’이고 지금은 ‘인재전쟁’의 시대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의 그런 엄청난 연구결과가 없어도, 인재가 만사라는 것을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알고 있다. 인재에 대한 정의는 수많은 회사의 종류만큼이나 많다. 도요타의 'T자형 인재‘는 수직선은 전문지식, 수평선은 전후공정을 두루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안철수 연구소는 전문성, 보편성을 가진 사람(인)과 팀워크 (-) 강조해 ’A자형‘ 인재상을 그렸다.
나는 존 맥스웰의 ‘인재의 정의’가 좀 더 구체적이어서 좋다.
- 성장 속도는 빠르고 불평은 적은 사람
-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빠르고, 말은 적게 하는 사람
- 가능하다는 말만 하고 불가능하다는 말은 적게 하는 사람
- 다른 사람을 격려하는 일은 앞장서고, 찬물을 끼얹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
-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꼼꼼히 하고, 겉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사람
- 칭찬은 후하고, 실수는 감추어 주는 사람
경영자의 눈으로 보면, 조직이 원하는 최고의 인재는 문제 해결형 인재다. 확실한 실무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직무에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직접 뛰어들어 실행에 옮기는 이들, 곧 문제해결형 problem-solving 인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신규직원에게 문제해결형 인재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문제해결형 인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의 끝부분에 있다.
경영층 면접 중에 ‘질문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자. 어떤 지원자 한명이 물었다. ‘병원의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내가 대답했다. ‘시인의 창의성과 농부의 성실성’입니다. 경영층 앞에서 ‘시인과 농부!’ 라 말해 놓고 잠깐 후회했다. 그건, 병원의 공식적인 인재상이 아니다. 내가 평소에 되고 싶은 인재상, 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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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재능과 본능의 조합!
서비스업은 친절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된다. 병원에서도 친절이 강조되면서 의료서비스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높은 수위의 감정 노동을 요구받는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분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현대사회가 친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이 위치한 청량리는 노숙자부터 집창촌 주변의 불량배들도 많은 곳이다. 때로는 막무가내 어거지를 주장하는 환자들이 경우 없이 굴어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하고, 매뉴얼화 되어 있는 친절교본에 따라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원무팀에서 수납을 받는 직원이 365일 스마일 웃음을 짓고 고객을 맞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고 힘들어하며 짜증스러운 것이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독한 내향형의 기질이라면 어떨까? 내향형의 그녀에게, 쉴새없이 환자를 응대해야 하는 원무수납 업무는, 캠벨이 말하는 지옥, 즉 ‘말라붙은 삶’이 될 것이다. 병원의 경영자들은 친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간관리자들은 교육의 부재를 탓하지만, 교육의 약빨은 길어야 1주일이다. 직원들이 아픈 환자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당위명제를 몰라서 친절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질적으로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환자들이 끊임없이 ‘날 도와달라’며 아우성을 쳐도, 늘 미소지으며 주변을 밝게 빛내는 사람! 10명 중 9명은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웃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보석같은 직원들이다. 그들의 기질과 재능을 매칭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면, 개인도 조직도 행복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사람만이 유일한 자산인 시대, 스승님은 필살기 수련을 강조하신다. 자신의 가장 강한 재능과 강점에 기초하여, 직무를 분해하고, 전략적 태스크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그것은 조직의 핵심인재가 되는 길이며, 또한 1인기업으로 설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의료의 핵심인재를 생각하면서, 난 한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119 구급대에 실려,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 온 환자들! 눈 앞에서 피를 흘리며 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 뛰어가 긴급처치를 하고, 드레싱을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움직이는 것은 응급실 위험근무수당 같은 보상 욕구가 아니다. 과중한 업무환경이나 근무조건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그들의 치료속도를 늦추게 하지도 않는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보는 순간, 바로 다가가게 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 본능’ 이다.
의료의 산업화와 영리병원의 도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병원과 같은 사명중심적인, 사회의 공익성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 착한 기업이 되어서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들! 그들에게 필요한 핵심인재의 조건은 재능과 본능의 조합일지도 모른다.
강점을 이루는 개인의 재능과 일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 첫 눈에 홀딱 반해버리는 첫사랑처럼 마주칠 때, 오랜 사귐을 통해 강점과 전략적 태스크로 결혼하여, 결국 떡두꺼비같은 아들과 예쁜 딸내미(인재)를 낳아 그들은 아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다.
뭐, 이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