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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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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3일 20시 37분 등록

잘 할 수 있다.


펜싱 잘한다는 것은  키크고 힘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술좋고 연습많이 했다고 해서 시합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다.


178센치미터 다  한국사람으로는 큰 키다  그러나 펜싱을 하면 중키보다 좀 작은 키다.

평균적으로 에뻬 펜싱 선수들은 괜찮다 싶으면 키가 180은 무조건  넘는다.

193센치의 그 녀석이 숨이 헐떡거리며 게임을 마치고 나더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굳은 악수를 하고는 엄지를 세웠다.

고맙다 ! ” 그에게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사실, 유럽사람들은 키에 비해 팔다리가 길다. 어떤 얘들은 꼭 사람 닮은 동물 같다.

동양인들은 서양사람과는 조금 다른 체형이다. 하지만 체격조건, 체력조건하고 검을 잘다루는 것하고는

좀 다른 문제다.

 

나는 펜싱을 사랑한다. 언제나 잘 알고 싶어하고 잘 다루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말한다. ‘잘 한다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잘 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좀 다르다.

 

왜 시합에 안 나가느냐는 그의 질문에 ...

사실 좀 씁쓸했다. 과거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죽을똥 살똥 열심히 했더니만

성실하고 착한 것만으로 돼냐?’ 고 해서 엄청나게 당황했었던 그런 억울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많이 열 받아서 분노하고 헤매던 기억이 꼬리를 물고 솟아 올랐다가 깊은 심호흡에 사그러들었다.

마음 속으로 내 땅에서는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단다.’ 라고 말하며 그에게

찡끗 웃어보이며 어깨를 들썩이며 지금, 하고 있잖니?’ 라고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웃었다.

 

그래, 자기자랑, 돈자랑, 자식자랑 하는 놈은 팔불출이라지만,

뭐 지난시절 돌이켜 대충 생각해보니 이미 팔불출 된 거 같아서 그냥 저질러불기로 했다.

, 펜싱 지금도 그들하고 뛰어도 한 판 할만하다. ” ...

 

나는 쉰 살이다.  숫자가 맞기는 맞는데, 묘하게도 맛이 갈 수 있는 나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농담삼아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스물여덟살이라고 했다. 펜싱을 하면 아직도 스물여덟먹은 팔팔한 젊은 것들?!하고 한 번 해 볼 만 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여기 이태리에 와서 오랜만에 도복 위아래 입고 폼 좀 잡았다. 젊은 친구들은 세상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아마 하얗게 센 흰 머리칼의 내가 만만할 수도 있었겠지... 보기에...

한 판할까, 하니까 그 녀석 표정이 좀 의심스럽다. 묘한 눈빛에 어깨를 ... 어쭈... 가소롭다 이거지...

게임이 끝나고 나서 악수를 하면서 (펜싱은 게임이 끝나면 악수를 해야한다) 짓는 그 녀석 표정,

차이가 많제.... 쨔샤~ 원래 그런 것이다. 보는 것하고 다를 수도 있지... 세상일이라는게 말야...

 

세상에서도 그렇지 싶다. 어설픈 용기, 함부로 도전했다가 그야말로 쌍코피 흘리는 일 부지기수다.

  펜싱도 그렇다. 보기엔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근데 막상 달려들어서 칼 한 번 쨍하고 부딪쳐보면 차이가 있제...

음마 요거시... 솔찬헌디... ” 하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말이다. “워메! 뭐시다냐...우째야쓰꼬!?” 가 되면 임자 만난거시고, 이미 때는 늦은거시여,... 그 때 상대방은 그러겠지... “ , . ! ... 오늘 죽었다! ” 왜  오늘 내가 한 게임하자던 그 녀석 말이다.  ^^

어디든 무엇이든 원래, 처음 시작이 중요하지, 첫 판이 중요하지,,, 그렇게 첫단추 잘못 끼워지고 나면 그래서 생각밖이 되고 나면 그 게임은 내내 어렵고, 다음 판 부터는 게임이 끝나고 악수할 때면 싱싱한 녀석들의 손이 땀이 좀 많이 나 있고 힘이 팍들어가 꼭 쥐지 ... “! 괜찮았습니다.” 이 이야기제...

그래 살다보면 누구나 상식, 통념 편견... 일반적으로 그런 것들에 의해서 판단을 하고 기대나 예상을 한다. 그러나 가끔씩 예외를 만난다. 특별한 재주나 예상밖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만난다. 그러니 늘 예의와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 가지쯤 그런 기준을 넘는 재주가 있으면 사는게... 괜찮은 거 같다. 살아가는 형편이야 어떻든 꽤 재미가 있다 이말이다.

나 요즘... 내가 펜싱을 하는 이유가 그렇다. 글로벌한 세상에서 나도 한 가지 잘 난게 있다는 것이다. 그 거 상당히 괜찮은 거 같다...

복잡하게 학문적 근거를 들고 설득력을 높이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만 시간의 법칙이나 10년 주기의 법칙 같은 걸 들먹여 당위성의 근거로 들고 싶지도 않다. 오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오래했느냐가 핵심이니까, 질이 선행되지 않은 양의 문제는 헛 것이다.

펜싱을 30년 넘게 했다. 지금 쉰 살이고 여기 이태리다. 그리고 펜싱을 한다 잠시 그들과...

오늘 지금 여기서, 한 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펜싱을 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난 아직도 펜싱을 사랑하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이야기다.

뭔가를 잘 하지 못하면 오랜 세월을 꾸준히 할 수가 없다. 그 이야기는 나 지금도 펜싱 잘 한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

잘 할 수 있어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 동안 잘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게 되고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오래동안 사랑할 수 있는걸까?

그러니 실제로는 서로 상호보완하는 것 같다 그것이 더 적절한 답인 거 같다.

근데 이 말, ‘잘 할 수 있다는 이말, 30년 동안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인데 자신있게 못해본 말이다

겸손하기 위한 겸손보다는   자신있게 말하되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 더 나은 거 같다.

오늘 지금, 이분위기 이 상황에서 이 말 하는 것이 딱 적절한 것 같다.




IP *.45.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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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04 01:56:16 *.36.210.30
잘할 수 있다는 것의 적절함

성실하고 착한 것만으로 돼냐?’

오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오래했느냐가 핵심이니까
, 질이 선행되지 않은 양의 문제는 헛 것이다.

뭔가를 잘 하지 못하면 오랜 세월을 꾸준히 할 수가 없다
.

자신있게 말하되 진실하게!


그려유. 백 번 지당혀고만유. 펜싱 꺼내들면 국수가락 나오듯이 쑥쑥 나온다니께. 아주, 살판났슈.

적절한 펜싱 사랑을 위한 낭만적 or 고독한 밥벌이, 백발의 청춘 백산의 이태리발 현지쏭 한 번 실컷 불러재껴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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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4 16:47:53 *.7.251.168
써니야!
건강해야 된다...  ^^  오래 살아야 한다..

내 책 ,사서  전부 다 읽어 봐 줘야 하니까... ㅎㅎㅎ

항상, 고맙고 이쁘구마이... 에고, 에고 ... 이쁜 것...!!!

변경연, 그리고 스승님에 대한  써니의 정성과 배려에 항상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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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04 13:40:46 *.203.200.146
잘 할 수 있어 사랑하게 되었든, 사랑해서 잘 하게 되었든
30년을 넘게 한 뭔가가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전 이리저리 간만보다 끝낸 것이 수두룩한데...
항상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다 생각했죠~
뭐가 문제였을까 지금도 답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수월하게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구요^^
머리카락 날리시며 날렵하게 펜싱을 하실 모습을 그려보니
멋지십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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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4 17:12:51 *.54.248.216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뭐 도라는 게 별게 아니다 그저 너무 좋고 싫음만을 가리지 않으면 사리가 명백해진다.

 

이런 말인디요, 신심명에 나오는 말인디...

 

너무 좋고 싫은 것만 안 가리면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

 

 

,,, 상상하고 달러... ~

 

80kg 이 넘어... @#$%^&^ =/= 날렵 ... 으메... 그러믄 얼마나 좋을까...^^

 

댓글 고맙습니다, 나는 낭만 연주 칼럼의 팬인디. ... ,

 

나도 가르치는게 직업이었기때문에... 알지라우? 공감하는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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