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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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0년 5월 나는 단군의 후예들을 준비하고 있다. 마크툽!
지난달 4월 24일 나는 변경영 홈피에 웹진 <Change 2010>의 창간 이벤트로 “단군의 후예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베이스 캠프에 대한 생각도 그러하고, 그 첫 스타트로 웹진이 떠오른 것도 그러하고, 이어서 단군의 후예들이란 이벤트도 그러하고, 모두가 공기 중 어딘가에 존재하다 어느 날 선연히 내게 다가오고는 한다. 그것도 꼭 한 밤중 자다가 문득. 신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다름아닌 작년 겨울 평창에서 있었던 호랑이 프로젝트 워크숍에서의 일이었다. 1박을 하고 아침 밥을 먹은 뒤 식당을 나오니 눈 앞에는 여전히 하얀 눈이 뒤덮인 산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정현아, 아침 햇살이 참으로 좋구나…” 사부님의 저음이 들려왔다.
작년 겨울 평창에서의 호랑이 워크숍 때만해도 호랑이 프로젝트는 혼란스러웠다. 혼란하다 못해 혼돈스럽기까지 하며 과연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까지 하였다.
아침 밥을 앞에 두고도 기운이 없는 나를 보고 스승님께서는 “넌 왜 시무룩하냐?”하시었다. 사부님은 예의 변함없는 부드러운 표정이셨다.
어떻게 가능할까? 이 정도면 당신도 힘이 빠질만도 하실 텐데. 도대체 스승님을 지탱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현아 햇살이 좋구나. 자연은 늘 그렇게 아름답게 흘러간다. 인생 또한 그러하다…”
그런 건가. 스승님은 그저 모든 것을 자연의 흐름에 내맡기고 계신 건가…
그 날, 평창의 하얀 설국은 내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박혀 있다.
그리고 6개월 뒤, 호랑이 프로젝트는 이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뼈대도 만들고, 나름의 이론도 정립하면서 도저히 앞이 안 보이던 숲에서 어렴풋이나마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놀랍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길 따라 걸을 뿐이다.
특별한 재주도 타고난 번뜩임도 없지만, 그저 묵묵히 스승을 따라 걷고 또 걸을 뿐이다.
“단군의 후예들”
연구원도 있고 꿈벗들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눈에 띈다. 솔직히 겁난다. 난 아직 가오기들 사이에서 그냥 수다 떨고 깔깔거리며 지내고 싶은데..
이번 사자 저술 여행 동안 가오기들과 개심사에 잠시 들렸다 내려오는데 문득 생각이 하나 스치듯 떠올랐다.
언젠가 때가 되면 동남아 불교 국가 바람처럼 다녀 오고 싶다.
그 곳에 갈 때는 가급적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다.
옷도 아주 가벼운 나풀거리는 원피스 2개면 족하지 싶다.
신발은 납작한 샌들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바람처럼 그 곳을 떠돌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단군의 후예들 오직 그 뿐이다.
지금은 웹진이 내 앞에 있다.
지금은 2010년이다.
현재까지 41명.
그들의 각오를 읽다 보면 애처로움이 울컥 올라 온다.
현실이란 것이 그러한 것을.
그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고, 내 모습이 또한 그들이다.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무사히 시작을 할 것이며
진정 몇 명이나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마크툽. 하늘만이 아실 일이다.
먼 별 샤먼.
침묵 속의 열정으로 응원하며 나 또한 새로 태어나고 싶다.
죽음과 삶. 그것은 일상에서 늘 반복되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