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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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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19시 11분 등록

얼마나 노력해야 합니까?

 

그녀가 말했다.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제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합니까? 저는 할만큼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너무 힘이 듭니다. ”

우리를 가르쳐 주고 있는 프랑스의 다니엘 코치는 동양선수들을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해요 밥먹고 기계처럼 운동만 하는 그런 ... 인생을 즐기고, 펜싱은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맞잖아요...? 중국 대표팀의 00가 저한테 그랬어요 대표팀이 되고 나서 오히려 더 엉망이 됐다고 본래 팀에 있을 때는 펜싱을 하는게 즐겁고 기뻤는데, 대표팀에서는 아침 먹고 훈련하고 점심 먹고 훈련하고 저녁먹고 훈련하고 ... 그렇게 하루 종일 운동만 하고 있는데 오히려 뭐가 뭔지 잘모르겠다고요... 결국은, 삶을 즐기고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녀는 대만 펜싱선수다, 공부도 잘하지만 펜싱도 잘한다. 그녀는 국립사범대학에서 석사과정으로 운동과학을 전공하고 이곳 이태리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은 대만정치대학교에서 광고홍보계열을 전공했다. 그녀는 러시아어를 복수전공을 했고 영어 일어도 잘한다. 여기 이태리도 지도교수의 소개로 시험을 봐서 어려운 경쟁을 통과하고 학비와 생활비를 전부 지원하는 장학생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어학에 소질이 있는 그녀는 이제 여기 온지 일년이 좀 넘었는데 이태리어도 곧 잘 한다. 그녀는 이태리에 오기 전에 대만펜싱선수 랭킹 1위 였다. 대학 때 동아리로 시작한 펜싱이었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체육과 출신의 더 많은 훈련과 시합을 경험한 선수들을 이기고 랭킹 1위가 되었다. 여기와서도 좀 작기는 하지만 지역 시합에서 1위를 한 적이 있으며 엊그제 나와 함께 롬바르디야 평원의 끌레모나에서 열렸던 선발전 경기에서 거의 반 년 만에 다시 1위를 했다. 그녀의 전공은 운동학습과 제어 (motor learning and control) 이며 그와 함께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연구생 모두가 챔피언들이다. (세계 가라데 챔피언, 이태리 장대높이 뛰기 챔피언, 그리고 호주에서 온 암벽등반 챔피언과 높이뛰기 챔피언도 있다. 그들은 운동도 잘하지만 공부도 잘 한다 우리처럼 운동 잘한다고 그냥 졸업시켜주지는 않는다). 지금 그녀는 시지각의 직접지각(direct perception)과 연관하여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내 눈치를 조심조심 봐가며 말했다. 일 주일 내내 연구와 조교 업무, 그리고 이태리어 연수까지, 요즈음은 학부생 강의까지 해야하므로 저녁에 훈련을 하고 나면 숙소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열한시가 넘는다. 정말 힘든 생활이다. 거기다가 주말에는 시합을 가야하기 때문에 ... 거의 휴식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녀의 말도 맞기는 맞다. 나도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중국선수처럼 우리나라 선수들도 그렇다. 보통 중학교에서 시작하는 펜싱, 요즈음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하는 데도 있다. 많이 변화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저 밥먹고 운동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훈련량과 성과만을 위주로 가르치는 그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입시교육이다.

그래서 이런 우리나라에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문화라는 것이 없다. 과정이라는 것도 없다. 있다면 대입과 승리를 위한 효율적인 학습과 훈련, 그리고 그것을 위한 기계적인 메카니즘과 족집게 과외 그리고 엄격한 집단 합숙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풍류를 잃었고 철학을 잃었고 가치와 의미를 잃었다. 그들은 가짜를 많이 배운다. 그들은 그것들을 책으로 학원에서 그리고 과외선생님한테서...배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들은 글과 머리로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느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효율과 목표달성과 성과에만 목매달고 있다.

삶은 이벤트가 아니다. 삶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무대다. 무대위에는 불이 켜져 있는 시간보다 꺼져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건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 단지 성과와 진전이 있을뿐이다. 그건 부모형제, 관객, 국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과 대리만족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벤트같은 삶을 사는 본인에게는 어떤 행복도 기쁨도 아니다.

그리고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러한 과학적 방법론과 합리성을 가르쳐준 서구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이기려고 하고 있고, 왜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그것이 삶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하고, 또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능력을 주고는 있는지? 그래서 그것이 우리를 가난불행억압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말로 그런가? 나는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 쯤은 다들 생각해 본 것이 아니였을까 싶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그럼 나는 무엇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운명을 바꾸려고 했는가? 그 주어진 삶이 싫어서 자유롭지 못하고 불행해서 바꾸고 싶었는데, 그래서 바꾸려는 이 삶은 행복하고 자유로운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구속과 억압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해답은 모두의 마음 속에 각각 다르게 있겠지만 나는 그녀가 기대하는 대답과는 다른 답을 하고 있었다.

아니, 너는 충분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그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선택도 결정도 아니다. 목표는 네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따른 노력의 정도는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면 성과에 이르는 노력의 정도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너는 네가 이겨야하는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성과를 얻을 수 있을만큼 노력해야한다. 왜냐고 그것이 네가 원하는 것이었고, 그래야만 그들이 인정해 줄 것이니까! 네가 열 시간을 훈련했는지 한 시간을 훈련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이길 수 있을 만큼 훈련하고 준비되었느냐이다. 효율이나 합리는 그것에 따라서 존재해야한다. ? 그것은 네가 그들을 이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러한 노력이 힘들고 싫다면 그럼 이기고 싶다는 그 생각도 버려라! ”

나는 네게 이겨야만 한다고 단 한 번도 강요하지 않았다.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권할 뿐이다. ? 네가 이기고 싶어했으니까, 너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 했으니까,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네가 한 또 다른 선택에 합당하게 행동하라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넌 언제든지 칼을 놓고 오늘까지 네가 이룩한 것에 만족하고 살아 갈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늘 산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한다. 꿈을 꾼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산을 넘지 못하고 계곡을 헤매다가 길을 잃는다. 어리석은 자가 산을 넘는 법이다. 산을 넘는 유일한 방법은 서서히 그러나 끊임없이 걷는 것이다. 곧 성실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산이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목표가 크고 중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효율과 합리라는 이유로 산을 넘지 않고 질러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를 믿고 산길을 버리고 풀쎂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산을 넘지 못한다.

나는 늘 선수들에게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라.! ”

나는 코치였다. 나는 최고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꿈을 꾸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어떤 꿈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를 (왜 이겨야하고 이길 수 있는지에 관해서) 말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에 함께 참여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또 대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직 본인 스스로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 겨우 깨닫게 되었다. 나라는 인간이, 그리고 사람들이 결코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또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지도 않다. 때론 합리적이고 때론 편협하고 이기적이다. 또 감성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으로 헌신하기도 한다. 그렇다. 인간은 인간적이다. 합리성은 인간이 모여 살면서 함께 살아 가기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현실을 거부하고 꿈을 꾸는 것도, 조건이나 환경을 무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헌신과 희생을 하는 것도, 어떤 과학적인 방법이나 합리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과학이 주장하는 보편성이나 일반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윌슨이 통섭에서 주장하는 대로 유전자.문화 공진화라는 이론으로 설명은 될지 몰라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설명되어 질 수 있다고 해서 행복할 수도 있는가? 삶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며 느끼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특별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은 세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균형을 갖추며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은 곧 스스로 선택한 삶을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적절한 삶이며 모두가 꿈꾸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노력해야 합니까?”

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 요구하는 만큼 노력해야 한다.”


IP *.45.3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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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5.05 21:41:02 *.67.223.107

백산 신기하네, 이건 동시성이다.

이 글 엑셀런스 를 찾아가는 과정에 예화로 갖다 쓰고 싶은데.....욕심난다.  글이 백산다워..

"우리는 풍류를 잃었고 철학을 잃었고 가치와 의미를 잃었다
. 그들은 가짜를 많이 배운다. 그들은 그것들을 책으로 학원에서 그리고 과외선생님한테서...배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들은 글과 머리로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느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효율과 목표달성과 성과에만 목매달고 있다."

나는 늘 선수들에게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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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05 22:17:50 *.34.224.87
흡,...숨을 크게 들여마시게 되눈군요.
 허리가 퍼지며, 눈동자가 커집니다. 

'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 요구하는 만큼, 노력하라..'
마에스트로의 기가 전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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