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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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프롤로그 – 자연, 선비, IT, 그 따뜻한 어울림을 위하여
최근 아이폰이 화제다. 출시 3달만에 사용자가 50만을 넘어서면서 2010년 초 하나의 문화적 열풍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왜 아이폰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동하면서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기타 다양한 어플(스마트폰에서 동작하는 작은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생활에 편리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또한 당야한 멀티미디어(사진,음악,동영상)를 감상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 안의 비서’이기 떄문일 것이다. 이렇듯 IT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현대 생활을 규정하는 하나의 주요 요소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시대적 아이콘인 IT와 자연스럽게 조화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즉, IT가 생활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이를 활용한다기 보다는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IT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뒤쫓아 가기에 급급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IT를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마니아’ 혹은 ‘얼리어댑터’ 들이다. 이들은 기기의 작동원리를 아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유용성을 금방 알아보는 특유의 감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마니아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흐름을 좇아가면서 기술원리와 활용법을 어느 정도 익혀 그런대로 생활에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이 부류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과반수라고 할 수는 없다.
아직도 과반수 이상은 생활과 IT가 분리되어 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IT에 관심이 있어 IT를 적극 활용하려고 시도를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다지 편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이런 부류에 해당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IT를 아예 무시한다. ‘선조들은 IT 없이도 잘 살았어’라는 것이 그들의 모토다. 그들은 오래된 아나로그 기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도 부지불식 간에 IT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이다. 다만 최신의 IT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뿐이다. 즉, 자신이 어린 시절에 익혔던 그래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기술만을 활용할 뿐 나이들어 잘 이해할 수 없는 최신의 기술을 익힐 수 없기에 그 기술 자체로부터 도피하는 측면이 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IT 기술을 하나의 도구로서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IT의 활용 모델은 어떤 것일까? 나는 이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
나는 자연이 좋다. 경제활동을 위해 도시에 살지만 몸과 마음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간다. 일을 할 때도 자가용 보다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조금 시간을 내어 공원 길을 걷거나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가로수에 눈길을 주곤 한다. 일 자체는 빠른 시간에 처리하지만 일과 일 사이에는 가급적 여유를 넣어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자 한다. IT는 이런 나를 지원한다. 일과 일 중간에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서도 아이폰을 통해 메일을 체크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업무 담당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폰이 쉴 때도 제대로 못 쉬게 하는 족쇄라고 말하지만 나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족쇄인지 아니면 손오공의 권두운인지는 ‘내 하기 나름’ 혹은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아이폰은 ‘자유’의 상징이다. 즉,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전에는 유선으로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 안에서만 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음악이 나오는 커피숍에서도 혹은 심지어 새 소리 지저귀는 공원 숲길에서도 ‘일할’ 수 있다. 나는 업무가 제대로 처리될 수만 있다면 이 두 가지 ‘일’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은 나에게 업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나는 선비 정신이 좋다. 올곧은 의식을 가지고 평생 학습과 수련에 전념한 그들의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물론 가족 식솔들 제대로 밥도 못 먹이면서 일하지 않고 책만 보도 실없는 선비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끝없이 학습하고 마니아적인 지식 벽을 쌓았던, 실용적인 사상으로 무장한 선비들에 관심이 있다. 특히 18세기 외국과의 교역을 통해 많은 서구 지식이 봇물처럼 밀려들던 변화의 시기를 살았던 실학자들의 삶을 연구하고 그들로부터 어떤 모범이 되는 정신을 배우고자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을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선비적인 실학 정신은 상당히 중요한 정신적 토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약 25년 동안 IT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컴퓨터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을 다녔으며,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다. 주로 했던 업무가 새로운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파악해 그 핵심적인 내용을 익혀 고객들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여 제품의 판매를 기술적으로 돕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을 가장 앞에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25년간 IT에 있어 기술 변화의 다양한 정수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새로 등장한 IT 기술이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나만의 IT에 대한 소회를 꽤 가슴 속에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이 세 가지의 따뜻한 어울림을 원한다. 자연과 어울리는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건강하고 책임있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IT를 도구로서 잘 활용하는 그런 조화로운 삶을 지향한다. 이에 나의 경험에 기반해서 그러한 역할 모델을 하나 만들어 제시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 책을 ‘자연 친화적인 IT 계몽서’ 라고 부르고 싶다. 너무도 중요한 주제이지만 배우기 어렵고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 머물고 있는 IT라는 주제가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우리의 삶 속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다. 나는 그 소스를 자연과 과거의 선비 정신과 생활에서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