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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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이란 게 있다. 그림 이외의 빈 공간에 만화 속 인물들이 하는 대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느 겨울날 이걸로 삼차원 놀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영하 10도 정도가 되면 건물이든 자동차든 외부로 통하는 유리창에는 서리가 끼기 마련이다. 친구 둘이 일행을 기다리며 카페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뿌옇게 언 유리창 너머로 젊은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어색함을 갓 면한 사귐 같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남자의 팔을 장난스레 치며 손가락 세 개를 내보인다. 피식 웃던 남자가 손가락 두 개로 화답한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여자가 남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머리 하나는 큰 남자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화가 난 듯하다. 남자는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벌겋게 언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여자의 눈에 불꽃이 일더니 휑 하니 가버린다. 바깥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카페 안의 두 친구는 그 풍경을 즐기며 이 과정을 유리창에 말풍선으로 담았다.
#1. (女)손가락 세 개 / (男)손가락 두 개
사실은 네가 두번째야 男
- 男 : 사실은 네가 두번째야
#2. (女)앞을 가로막는다 / (男)엄지 손가락
- 女 : 뭐라 --;; 내가 물어봤어?
- 男 : 한 명은 남자였고 여자는 처음이야 _._
그러나 사실은 이러했다.
#1. (女)道에 관심 있으세요? 3분만 시간 주실래요 / (男) 약속시각에 20분이나 늦었습니다
#2. (女) (앞을 막으며) 그러지 말고 잠깐만 시간 내세요 / (男) 너 참 짱나는 거머리다!
표정,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도구가 내용 전달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언어가 교환되지 못하면 이런 오해를 살 일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 소통이 원활한 상황에서도 유리벽을 사이에 둔 것처럼 우리는 자주 불통의 경험을 하곤 한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원인은 수신 주파수의 문제다. 머릿속이 온통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즉 수신 주파수가 하나의 채널대역으로 고정되어 있으면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수용하기가 어렵다. 牛耳讀經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상식’의 함정에 빠져 내 생각을 보편타당한 잣대로 절대화하는 데서 갈등이 벌어진다. 상대의 생각을 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꿰맞추는 것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놀고 반응해야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내 기준에 아이들을 맞추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세 번째 장애요인은 자존심이다. 언어에는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도가 실려 있다. 정보는 동일할지라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부부,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일수록 정보의 전달 못지 않게 감정을 여과하여 전달하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경험담이니까 믿을만하다).
소통의 3대 요소로 구체성, 정성, 수용력을 꼽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하여 내가 변화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내가 변화할 수 있음을 긍정하는 것이다. 나의 변화로부터 시작하려는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와 상대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소통은 엉덩이로 꽁꽁 언 연못을 녹여 어미를 구할 잉어를 낚았다는 동화처럼 자기번제를 통하여 당신의 마음을 녹이는 일이다.

"소통"~
제작년에 하던 밴드가 다시 부활했어요. 처음엔 드럼에 대한 욕심때문에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했는데...막상 닥치니...연구원 생활 및 다른 공부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더라구요...그러니 자연스럽게 연습에 참석해도 즐겁지가 않은 거죠...그 공간안에 있어도 내 생각은 그 주에 읽을 책 생각, 칼럼생각으로 가득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구성원들도 연습이 즐겁지 않다는 걸 느낀 거죠. 만나서 이유가 뭘까를 찾았어요. 실력있는 리더의 부재, 연습량의 부족, 실력의 부족 등등의 이유를 이야기했는데...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는 툭 터놓고 말은 못했지만 저말고도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밴드에서 마음이 떠났다는거죠...한마디로 우선순위에서 밀린거죠. 그러다보니 뭘해도 흥겹지가 않은 상태가 지속된 것같아요. 그리고 밴드 구성원간의 나이차에서 오는 생각의 차이? 때문에 소통이 힘든 이유도 있어요. 보통의 구성원들과 10살이상이 차이 나는 분이 계신데...사람들이 자연스레 속있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더라구요. 우리가 솔직하게 생각을 이야기할때마다 바른 기준에 근거해서 판단해주시고...자꾸 모범답안을 말해주려고 하시니.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말하기를 꺼려한거죠.
암튼 이래저래 소통의 부재...그래서...대대적 수술...또는 해체의 말이 오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제가 드럼에이스라ㅋㅋㅋ 빠지면 타격이 클듯한데...효과적으로 거절하는 법도 배워야 할 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