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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7일 11시 38분 등록

칼럼 10. 꿈 없는 제자와 꿈 많은 선생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고 남겨 둔 가슴 속의 열망이 있다면 오늘 그것을 터트릴 준비를 하라.” “인생이 그저 그러려니 생각지 마라.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꿈을 품어라. 자신의 이야기를 품어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그 길을 가라.” - 「세월이 젊음에게 - 구본형」


 ‘선생님 금요일날 시간되세요? 시간되시면 저녁같이 먹어요.’라는 지혜의 반가운 쪽지가 와있다. 금요일이면 5월14일, 스승의 날 즈음이다. 지혜와 그 친구들은 5년 동안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안부를 전하고 나를 만나러 모인다. 5년 내내 한결같이 나를 기억해주는 아이들이 참으로 고맙다.

지혜는 5년 전 고등학교에서 3학년 8반 담임을 했을 때, 내가 제일로 정이 가던 아이이다. 그 해 아이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나 지혜에 대한 느낌이 각별했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던 아이. 공부를 하면 뭔가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기는 공부가 재미없다던 아이. 아주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좀 많이 놀았던 아이. 10개가 넘는 과목 중에서 흥미 있는 과목이 하나도 없다던 아이. 미래에 대한 꿈을 물어보면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던 아이. 지혜도 나의 각별함을 눈치 챈 것일까, 나를 만나는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항상 지혜이다.

올해 24살인 지혜는 전문계 고등학교 정보처리과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에서 의상디자인과를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화장품 회사에서 전화로 매장관리를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시작을 했으니까 그 일을 한지도 3년이 되어간다. 정보처리과-의상디자인과-텔레마케터로 이어지는 진로가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지혜도 자신이 배운 것들과 지금의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누구나 3개월 정도만 훈련받으면 해낼 수 있어 전문성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데 재미가 없어 하루는 너무나 긴 데, 주말은 한달은 1년은 너무나 빨리 돌아온다고 한다.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자신은 능력이 없고, 스스로 느끼는 더 큰 문제는 배우고 싶고 관심이 가는 대상 자체가 없다고 한다. 자신에게 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게 너무나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학창시절부터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 본적이 없다는 지혜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꿈이 생각나질 않는다고 한다. 그런 꿈이 없는 자신이 안타깝다며 슬픈 눈을 하며 나를 본다.

올해 34살인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교에서 한문교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한문교사이다. 겉으로는 뭔가 일관성이 있어 보이는 진로이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지혜처럼 뭔가 다른 일을 하고는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지혜를 만난 것이 교사가 되고 오래지 않아서였는데, 그 때부터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들에 관심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을 다 시도해 보기엔 하루가 모자르고, 일주일이 한달이 1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1년 내내 인라인에 미쳐 타러 다니기도 하고, 각종 댄스를 배우러 다니면서 공연을 해보기도 하고, 사진을 배우기도 하고, 수영도 못하는데 스킨스쿠버를 배우겠다고 도전하기도 하고, 혼자서 배낭여행을 해보기도 하고, 스노우보드를 배우려고 발목이 삐었는데도 1달 동안 침 맞으며 타러다니기도 하고, 드럼을 배워 공연을 하기도 하고, 조각보를 배워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그 외에도 자잘하게 시간을 내어 배우고 시도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꿈이 없는 지혜와는 달리 내가 인지하는 나의 문제는 꿈이 너무 많아 관심이 분산되어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꿈이 없는 지혜와 꿈이 많은 나, 나이 10살 차이의 제자와 스승의 관계, 얼핏 보면 우리는 참 달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꽤나 닮아 있다. 안타깝게도 꿈이 없는 것이나 꿈이 많은 것이나 모두, 우리 안에서 꿈틀대는 진정한 자신의 열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혜도 나도, 지금 우리의 삶이 변화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열망이 꿈틀대는 씨앗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씨앗을 찾아내고 싹을 틔우기 위해 매일 같이 물과 영양을 공급해준다면 아름다운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아름다운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룰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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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5.17 12:03:17 *.236.3.241
내가 캠페인업무를 하고 있어서 텔레마케터(TM)의 세계를 좀 아는데 가장 힘든 게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꺼야. 받기 싫어하는 전화 해야하고, 성과급으로 공허감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고. .

정보처리, 의상디자인, TM 열거해 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좀 잡히는데. 인터넷 옷가게 같은 거 어때.
TM에 대한 전문역량을 가졌으니 보조수단으로 써 먹을 수도 있을 것 같고. 텔레마케터 중에 독립해서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 현재의 업무에 무엇을 접목시키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건지
고민이 필요할 듯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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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18 16:04:20 *.203.200.146
여러가지 길이 있으니 뭐든 새롭게 준비하고 도전해야 할텐데...
무기력한 삶이 너무 오래 지속되었나봐요~
안타깝고...돕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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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17 18:33:18 *.163.85.48

같은 것의 다른 두 얼굴이죠 ?

뭔가 절실하지 않다는 것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금 그런대로 지낼만 하다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죠

반대로 끊임없이 찾는 것은 오늘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죠

한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한 사람은 누군가를 찾아다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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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18 16:08:16 *.203.200.146
맞아요..전 항상 오늘을 보낸 제가 만족스럽지 못한게죠...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고 설정하고 꿈을 꿀 수 없는 그애나
무엇을 해도 만족을 모르는 저나...
자존감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찾을 것이 아니라...나를 찾아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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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5.18 00:05:18 *.129.207.200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꿈이 없는 것 보다, 꿈이 많고 여러가지 시도해보는 쪽이 좋다. 

나도 이것 저것 많이 배우는데, 가장 좋은 배움은 '자기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 대한 DB가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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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18 16:09:44 *.203.200.146
내..저도 요즘 드는 생각이 제 일과 관련되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공간을 떠날 수 없다면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야겠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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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5.18 08:37:23 *.53.82.120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선생님이야..
연주는...
짬나면 연락해줘!
성남정도는 가뿐히 찾아갈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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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18 16:10:59 *.203.200.146
아..부럽삼..휴직의 매력..
어느곳이든 출동할수있는 여유 ㅎㅎ
성남에 오시면 제가 모시죠~~
좋은 찻집에서 담소...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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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5.18 09:19:20 *.219.109.113
연주가 시도하고 있는 다른 일들은 지금처럼 취미로 얼마든지 즐릴 수 있는 일들이잖아.

지금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있는 일을 하나 딱 묶어놓고

안정적 생활을 하며 그 밖에 모든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겠네.

나도 말이지 너처럼 삼십대에 따 놓은 자격증들이 꽤 있어서 이것을 나중에

도배 할 때나 쓰려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 재산이더라.

열심히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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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18 23:55:36 *.34.224.87
내 생각엔,
너의 꿈 많음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여.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자연스러운거...이거 참 중요한 거 아닐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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