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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7일 11시 46분 등록
 의료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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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의학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의학과 임상과학은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외과계 일부 영역에서는 의사의 떨리는 손 대신, 정교한 로봇의 수술로 이미 대체되었다. 병원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꿈의 암치료기라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설치비 포함 500억)까지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지출하는 비용은 늘어나고 있으며, 평균수명은 머지않아 100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의학에 대한 불만 또한 늘어나고 있다. 객관적 지표상으로 사람들의 건강상태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좋아졌다. 그러나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통증을 호소하는 빈도가 높아졌고, 50년 전에 비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2배나 증가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3시간 대기와 3분 진료, 무뚝뚝한 의사의 설명 부족, 뜻을 알 수 없는 의학용어의 남발, 비싼 의료검사의 권유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의료소비자의 권리 등은 아직도 의료에 대한 불평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들이다.


병원이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는 병원을 “치료, 예방과 왕진을 포함한 총괄적인 의료를 서비스하는 사회의료조직의 핵심적 구성요소이며, 보건인력의 훈련과 생태, 사회학적 연구까지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우리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을‘의료인이 공중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하여 의료업을 행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그럼 의료업이란 무엇인가? 겉으로 볼 때 병원이란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기술과 지식을 모아,‘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당연했던 그것이 이제는 어제의 상식이 되고 있다. 카페, 미용실, 놀이방, PC방, 와인 바를 갖춘 치과, 성형외과가 있는가 하면, 대학병원들도 음악회, 사진전과 같은 공연과 전시 이벤트를 일상화하고 있고 요가, 웰빙 주부교실 등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의 ‘정의’를 넘어서, 병원 방문객과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함양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업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의 경영자들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는,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컨설팅 의뢰인들에게, 늘 3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의 사업은 무엇인가? (What is your Business?)


어떤 기업의 사업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철도회사는 화물과 승객을 수송하고, 보험회사는 보험서비스를 하고, 은행은 돈을 대출하는 것이 각자의 사업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기업의 고객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그리고 고객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은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라는 질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 모델을 구입한 사람은 운송 수단을 구입한 것인가, 아니면 높은 품위를 구입한 것인가? 제네시스의 경쟁 상대는 오피러스인가? 혹은 BMW? 아니면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 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네시스의 고객은 운송수단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구입한 것이다. 


주류시장에 부드러운 저도수 소주 ‘처음처럼’이 각광을 받으면서 긴장한 것은 기존의 소주점유율 1위업체 뿐만이 아니었다.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맥주 브랜드들도 당혹해 했다. 과거 소주의 독한 맛에 거부감을 가졌던 여성들이 순한 소주에 만족하게 되었고,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들이 맥주에 비해 포만감을 느끼지 않게 됨에 따라 저도수 소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제품은 한우가 아니라 돼지고기 즉, 삼겹살이다. 미국산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쇠고기는 고가 육류시장에서 중저가 육류시장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한우는 ‘비싸고 질 좋은 고기’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저렴한 중저가 육류’ 시장에서 직접경쟁자가 되었다. 경제학 용어로 대체제 (substitute goods)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아줌마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다른 브랜드의 요구르트 인가? 요구르트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일까?  정답은 학습지다. 요구르트 배달 아줌마의 고객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들이고, 엄마들은 학습지 하나를 더 시키기 위해 요구르트 배달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요구르트와 학습지는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예산 경쟁상대가 된다.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사업의 정의에 대한‘리프레임(Reframe)’은 고객과 경쟁자 그리고 시장 전체를 포함하는 질문이 된다.


네트워크 병원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는 예치과의 CEO 박인출 대표도,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의료업을‘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라고 정의했다. 치료라는 수단을 통해서 궁극적으로‘인간의 행복’을 도와주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공감하지만 약간 막연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막연(?)하자면 병원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즈니스’라고 말할 수 있다.


미용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치과나 피부과, 성형외과와는 달리, 종합병원에서 근무해보면 ‘질병에 걸린 환자의 삶의 질’ 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그것은  환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장기 환자를 둔 가족의 경우,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처를 감수해야 하며, 대부분 인간관계의 고립에 빠지게 된다.


완치가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를 둔 가족들의 눈물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 증세가 호전되고 마침내 완치되어 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기뻐하는 모습은, 의료가 왜 숭고한 사명의식을 지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일깨워주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질병치료만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낮은 코, 거친 피부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환자라면 그 콤플렉스를 제거하는 것은 사람들의 곁눈질을 의식할 일은 아니다.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없애고 마음에 그늘져 있던 주름을 펴고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다.


진료, 검사, 수술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병원의 정의’였다면 이제는 질병치료라는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서‘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돕는 곳’이 병원의 새로운 정의가 되어야 한다. 병원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병원에 온 환자들을 대하는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다. 그 결과는 고객의 충성도와 의료수익의 차이로 연결될 것이다.


‘하루 OO명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갔다.’고 생각하는 병원!

‘하루 OO명의 환자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그들의 행복을 돕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병원!


그 생각의 차이! 처음에는 그 각도가 아무리 작아도 기장 기본적인 원칙의 차이는 훗날 커다란 수익의 차이가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 올 것이다.


그럼 의료는 무엇인가? 그리고 병원의 정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의료업은 해피 비즈니스(Happy business) 다. 그리고 질병치료라는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돕는 곳’이 병원의 새로운 정의가 되어야 한다. ‘업의 정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그리고 '업의 정의'는 경영자의 머리나 기획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이 결정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 또한 그럴 것이다. 그것이 경영의 구루, 드러커의 주장이고, 또한 변하지 않는 사업의 진실이다.


[p.s]

문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그 거대한 질문에 윌 듀런트는 너무나 쉽게 느껴질 정도로‘문명이란 문화적 창조를 격려하는 사회질서다.’라고 대답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의료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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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5.17 12:10:43 *.236.3.241
본격적으로 My job을 고민하기 시작하셨군요 ^^
의료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라는 어감 때문인 듯 한데, 비즈니스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내 거기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라면 충분히 파고 들만한 주제라고 생각되네요 ㅎㅎㅎ
저희 기수 중에 의료분야 홍보 대행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기회 되면 함 소개시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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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17 17:18:40 *.163.98.208
병원에대해서는 늘 ...

절박한 심정으로 찾는 사람이 많은 곳
그래서 바라른 바가 크고  
그로인해서 실망도 클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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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걸음
2010.05.17 20:40:59 *.223.147.232
"의료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로컬의원에서는
그중에서도 자의적으로 기쁜마음(?)에 찾게 되는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이 앞서서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대형병원들은 아직도 본질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한채
외형만 갖추려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중요한 건 의사와 환자의 관계겠지요~
약을 쓰지 않아도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나을 수 있는게 환자 아니던가요

앞으로도 좋은컬럼 기대할께요~ ^^*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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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5.17 23:59:10 *.129.207.200
피터드러커의 질문, '당신의 사업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그렇군요. 야쿠르트의 경쟁자는 학습지군요. 

그렇다면, 외식업도 음식을 파는 업이라고 한정지을 수 없겠네요.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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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5.18 08:32:51 *.53.82.120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돕는 곳

아~!! 그러니까 병원의 경쟁상대는 이곳 변경연이라는 말씀이시군요!  ^^
병원 뿐만아니라
어떤 비즈니스도 고객의 삶의 질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
그런 세상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겠죠. ^^
존엄성을 출장보내지 않고도 병원을 드나들 수 있는 세상부터
얼른 만들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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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5.18 09:23:53 *.219.109.113
병원에 모든 시설이 들어서 좋아지는 의료시설이 되어 손님 유치를 해도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병원에 가지 않게 건강한 것인데.....

많은 생각을 하며 써내려 간 글에서 전문인의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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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5.18 15:42:50 *.203.200.146

병원...의료사업에 대한 글을 읽으니
학교...교육사업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요

환자가 고객이듯, 이제는 학생이 고객이 되었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돕는 곳’이 병원의 새로운 정의가 되어야 하듯...
학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겠어요
이건 좀 생각을 해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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