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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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1탄 –오리오, 그와의 극적인 만남
복도 지지리 없다고 생각했다. TV를 보면 변기에 용변을 보는 동물도 있다. 그것뿐인가? 숫자를 맞추고 음악에 노래를 부르며 애교를 떠는 동물들도 있다. 하지만 나와 6년 전에 만난 하얀 치와와는 귀도 꼬리도 다 물어 뜯긴 채 밥도 안 먹어 걷지도 못하는 자폐 강아지였다. 6개월 동안 아무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못 받아 안락사 시키기 일주일전이었다. 새하얀 눈을 뭉쳐 놓은 것 같은 주먹만한 강아지와 나와의 만남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미국 플로리다 주 어느 동물병원에 길을 지나가다 정말 우연히 들어갔다. 그곳에 있던 그 많은 강아지들 중에서 유난히 그놈에게만 눈이 갔다. 동물병원 주인도 신기하단다. 그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인 사람은 6개월 동안 내가 처음이란다. 미국의 법은 6개월간 분양이 안 되는 강아지는 사료 값만 들어 안락사를 시킨다. 그 강아지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강아지를 키울 환경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산 목숨을 죽일 수는 없었다. 나는 무조건 그 강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몸은 하얗고 얼굴만 까만데 중간에 크림이 들은 것 같이 하얗다. 그래서 이름을 까만 과자 안에 하얀 크림이 들은 ‘오리오’ 라는 쿠키이름을 따라 지어주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시간이 가도 먹지도 않았고 걷지도 못했다. 거기다 벙어리인지 짖지도 못했다. 만나자마자 상 치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안 팔리고 분양되었다 다시 돌아올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인데 내가 무슨 나이팅게일이라고 또 천사의 마음이 앞섰는지 후회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손가락으로 우유를 찍어 입에 넣어 먹이고, 안고 다니며 산책을 시켰다. 한 달이 되는 날 안고 있다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갑자기 ‘깨갱~~’하고 소리질렀다. 앗! 벙어리도 아니었다. 한 달이 되니 먹고 비틀거리며 걷고 꼬리를 친다. 너무나 기뻤다. 그런데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고민의 시간이었다. 오리오와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개를 좋아하는 미국 친구에게 잘 부탁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일주일을 심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이제는 반대로 내가 먹을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어떤 일에 행복해 하는지를 말이다. 일주일 만에 나는 그 강아지를 다시 찾으러 갔다. 그 주인이 일주일동안 물만 먹고 움직이지도 않는다며 그렇지 않아도 나에게 다시 돌려주려고 연락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리오는 나를 보자 노란 위액을 다 토했다. 그래! 이제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그 결심으로 나는 40만원을 주고 오리오의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나와 오리오의 공항 해프닝은 아직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아마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 나에겐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장면을 생각하면 완전 코미디다. 6년 전 7월 찜통같이 더운 여름날이었다. 비행규정에서 요구하는 하드 케이스에 모든 걸 다 준비하고 공항에 나갔다. 올란도에서 한국까지 오는 직항이 없어 애틀랜타 공항에서 갈아타기로 티켓을 끊었다. 나는 9년을 살다 정리하는 짐이어서 이민 가방이 세 개였다. 짐을 다 붙이고 ‘금발이 너무해’에서 나오는 공주풍 여주인공처럼 강아지 케이스를 들고 럭셔리하게 공항을 걸어 다녔다. 사람들은 ‘얼마나 부자면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다닐까?’ 하는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히 우쭐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국내 운항이라며 작은 비행기가 온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비행기를 타려는데 하드 케이스가 의자 밑에 안 들어간다고 쫓겨났다. 어떤 방법도 안 된단다. 스튜어디스 자리에 앉아 가도 안 되고, 강아지를 꺼내 안고 가도 안 된단다. 미국은 정말 법에 묶여있는 나라다. 게다가 미국사람들은 융통성이라고는 강아지 눈곱만큼도 없다. 융통성 없는 노랑 털복숭이 스튜어드들이 내리란다. 정말 내 짐을 싫고 가지는 않겠지 했는데 그런데 믿어지지 않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난 강아지 담은 케이스 하나 달랑 들고 창밖을 보고 있었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 붕 떴다. 개를 맡기고 수속부터 일처리를 다시 하라고 했다. 머릿속이 오리오 몸둥이 처럼 하얗다. 오리오는 자기를 버린 줄 알고 올란도 공항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처절했다. 직원들의 어떤 방법도 그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방송이 나왔다. ‘은주 리 개 데려가라.’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상황은 정말 긴박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처리를 신속히 잘 해내고 난 바로 연결되는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렸다. 아틀란타 공항에서 내 예정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은 시간은 20분 뿐이었다. 나는 개집과 짐 배낭을 메고 빛과 같은 속도로 갈아타는 구간을 뛰었다. 길이 고무줄처럼 길었다. 뛰어도 끝이 없었다. 땅이 넓은 나라는 갈아타는 길도 징그럽게 길었다. 마지막 탑승객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나는 예정되었던 나의 비행기를 탔다. ‘후우우 ~~~’ 대한항공이라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기에 늦게 꼴찌로 타서 나 때문에 늦게 떠날까봐 늦은 사람이 누구인지 쳐다보는 줄 알았다. 앉아 한숨을 돌리니 옆 자리 아줌마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다. 세상에 거울을 보니 머리는 땀에 감은 것처럼 젖어 있었다. 그리고 올란도 공항에서 울고불고 뛰어 다닐 때 번진 마스카라 때문에 눈 주위는 완전 팬더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랑 오리오가 지금 같이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탈 때의 규정은 세 자리 중 제일 창가 쪽이어야 하고 앞 좌석 의자 밑에 넣어야 한다. 허용되는 마리 수는 비행기 당 2마리, 체중은 4키로 미만이다. 어떤 경우에도 케이스에서 꺼낼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14시간의 비행 중에 오리오는 내가 눈만 떼면 깽깽 소리를 질렀다. 공항에서 놀란 가슴이라 계속 울었다. 사람들은 다 자기 시작했다. 승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나는 비행기에서 주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개와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덕에 한국에 와서 일주일간 목에 침을 맞았다.
오리오는 그렇게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도 'Seat' 해야 앉는다. 건방지다. 내가 그 때 그 시간 만나지 않았다면, 오리오는 지금 내 무릎에서 자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복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리오는 복덩이다. 베란다 청소를 하고 있으니 달려와 전화 받으란다. 오리오는 내가 다른 일로 핸드폰 진동 소리를 못 들으면 바로 와서 알려준다. 달려가 보면 100% 전화가 울리고 있다. 그만의 제스추어와 언어로 말이다.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기대며 오늘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하면 신기해 하면서도 나를 독특하게 본다. 하지만 아니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그들에게서 나는 사랑은 처음부터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나도 처음엔 힘들고 귀찮았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가 쌓여 사랑이 되고 그 특별함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 신이 우리에게 준 더할 나위 없는 배려,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영역엔 그들이 있다. 말없이 기다려 줄 줄도 알고 나의 작은 사랑 한 토막도 기쁘게 받아주는 동물들. 동물을 사랑하는 데는 준비가 필요 없다. 가만히 그들을 보고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는 걸로 시작은 충분하다. 신은 개도 창조하셨다!
다음 2탄에는 산만장애 검정 푸들 광년이가 쓰는 ‘나는 광년이가 아닙니다’ 가 이어집니다.

우리의 상상에 맡겨 해석하는 아주 좋은 교육용 귀여운 아기 물개 이름이였는데요....
맞아요. 핑구처럼 말 못하는 동물의 심정을 우리가 헤아려주는 그런 맘이 담긴 이름같아
헌님의 깊은 속정이 느껴지네요. 끄으응~~~~~
그런데 아마 자기 죽음이 임박해져 자꾸 슬프고 주인과 정을 떼는 시간일 거예요.
우울증이죠. 그럴수록 더 많이 만져주고 이름도 더 많이 불러주고 사랑한다 말해주면
기운을 차릴거랍니다. 그리고 그 때쯤이면 움직이지도 않고 소화력이 떨어지고 이도 시원치 않아
더더 소화를 못 시켜요. 좋아하는 음식 푹 과서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주면 좋아 할 것 같아요.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는데서 교감이 이루어져요.
" 핑구" 야 ~~~ 앞으로 니 의지에 따라 2-3년은 너의 주인님과 같이 살 수 있으니
잘 먹고 기운차려. 가까우면 내가 가서 많이 만져주고 싶구나. 마음이 많이 아프고 목울대가
매워져요. 아~~ 넘 슬퍼. 인간은 생명이 자꾸 길어져 문제인데 동물의 수명 연장에는 노력을 안 할까요?
너희 엄마가 내 마음을 전달해 주실 거야. 핑구 기운내 !

네. 사부님!
개발새발이라는 말씀은 ......음 너무나 귀엽고 완벽하다는 말씀 맞죠? (개 박사 해석)
역시 글은 자신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 말이 너무 많아 컬럼이 너무 길어져 끊어야 했으니까요.
참 장금이는 마당에다 *을 싸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선생님 그거 여러 번 치우시며
운동 하시라고 장금이가 효도하는 것 같은데요?
저희 광년이는 방에다 싸는데요?
그뿐인가요? 몇일 전 지방 다녀오는 길에 보니 바로 차 옆 길가에서 인간들도
삼삼오오 줄을 서서 아무데다 싸던걸요? 장금이가 급한 게 아니고 그 인간들
배변습관부터 고치고 시간나면 갈게요.

언니칼럼에 댓글을 안 달았던 것이어요.
우찌나 세월은 빨리도 가시는지..엘렌 그리모가 이번껀지 알았지 모유..--;;
언니의 강아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왠지 우리 아가들이 생각나네요.
새벽에 몰래 이부자리를 빠져나와 책상방에 앉아있으면
어느새 두 놈이 차례로 깨어 소리를 질러내는 것이죠.
그 모습과 소리가
오리오는 자기를 버린 줄 알고 올란도 공항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렀다.
와 절묘히 오버랩됩니다.
아무래도 올 1년
언니의 헌신적인 강아지 사랑을 전수하여
사랑넘치는 엄마되기를 시도해봐야 할 듯 합니다.
꼭..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