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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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기질> 중에서 -
결혼하면서 약속한 것들 중 정말 잘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일 년에 한 번, 꼭 가족 여행을 가자는 것이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짧으면 하루, 길면 더 길게, 우리 가족의 행복한 기억들을 만들자고 다짐을 했었다.
사실 그때는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 들었었는데, 어느새 다섯 번째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결혼한 다음해, 아이를 가지게 되면 당분간 움직이기 힘들다는 주변의 조언을 따라 큰맘 먹고 다녀왔던 둘만의 긴 여행이 신혼여행보다 더 재미있고 서로를 알아가기에 좋았다는 것을 느끼고 난 뒤 가족여행은 우리 부부의 로망이자 목표가 되었다.
큰 애가 태어나고 또 작은 애를 낳고, 갓난아이를 안고 하는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몇 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가족여행은 잊혀지지 않은 꿈이었고 어느 해 홍천으로의 짧은 여행을 시작으로 매년 함께 떠나고 있다.
번잡하고 더운 한 여름 휴가철보다 휴일도 많은 5월 달에 떠나는 가족여행은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3박 4일간 정도로 들쑥날쑥 했고 여행지도 주어진 일정에 맞추어 변해갔지만 해마다 즐거움은 더 커져만 갔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서로의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고, 특히 내가 다닌 회사는 휴식과 개인의 충전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때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꼭 일정을 만들었다. 여름휴가는 상황에 맞추어 시집이나 친정 식구들하고 함께 가기도 하고 때로는 생략하기도 했지만 5월 가족여행은 이제는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우리 가족만의 기쁨이 되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따라다니던 아이들도 이제는 올해는 어디고 가느냐며 미리부터 설레어하며 기다리는 재미를 한껏 누리곤 한다. 가기 전에는 물론 다녀와서도 한참을 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되새기며 즐거워하는 우리 가족의 연례행사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도 가족여행을 위해 매달 저금을 하고 또 여행을 준비하고 의논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에게 가족여행은 단순한 여행만이 아니라, 소중한 순간에 함께 하는 부모가 되고 아이가 중심이고 엄마만 존재하는 가정이 아니고 엄마, 아빠가 함께 중심을 만드는 가정을 이루자, 그리고 아이들과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함께 만들자던 우리 부부의 약속의 실천인 셈이다.
평상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짜여진 매일의 일정과 해야 할 일이 있는 일상 속에서 온전히 아이들과 서로에게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일상에 떠밀려 사람보다는 다른 것이 중심이 되기 십상이었다. 다행히도 가족여행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왜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결혼 10주년인 올해는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매년 더 좋은 곳으로 휴가를 가는 가족도 있겠지만, 아껴두었다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한참을 설레고 기다린 이번 여행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4일 내내 물놀이를 하면서 빨갛게 태워 온 아이들이야 당연히 신나게 즐겼지만 아이들 못지않게 나도 즐거웠다. 어쩌면 내가 더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여행은 떠남 그 자체로 즐거움이라지만 나에게 가족여행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항상 어린 시절의 유치찬란했던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항상 아쉬워해왔다.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첫 기억이 네 다섯 살 정도라고 하는데 반해, 나는 일곱 살 때의 이사하던 것이 첫 기억으로 비교적 늦은 편이다. 그 이전의 어릴 때 기억들은 거의 없고 초등학생 때 기억도 그다지 생각나는 것이 많지 않다. 어쩌면 가드너 교수의 표현대로 좀더 쉽게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기억들을 지워버렸는지도 모른다.
현실에 발을 디디지 않은 아버지 대신 가정을 이끄느라 힘드셨던 엄마는 늘 엄하고 강한 모습이셨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엄마는 다정하기보다는 무서웠고 엄마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무거운 짐이었다. 지금도 골목길에서 뛰어놀다가도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실 때가 되면 후다닥 신발 정리를 하던 기억과 언니와 곰보빵을 먹다 싸워서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가 빵을 휴지통에 버릴 때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난다. 빛바랜 앨범을 보면 대공원에 놀러갔던 사진도 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있는데, 이런 슬픈 기억들만 생생하다니 스스로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가족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잊어버린 유년시절로의 회귀이며, 놀이기억의 새로운 창조이자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꿈을 실천하는 힘인 것이다.

아이들 적응 문제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어린 것을 핑계삼아 어른 둘이 좋은 시간을 가지자는 거지 ^^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번쯤 둘이 시간을 내어 온전히 만나는 거 중요할 것 같아.
아이가 어리면 사실 여행을 가서도 아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둘이서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또 앞으로 방향은 잘 잡고 있는건지,
하룻저녁 맘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서로에게 주는 거.
그게 핵심이지.
이게 아마 묙이 궁금해한 조화의 비결일 수도 있겠다.
난 작년에 둘이서 다녀온 춘천 당일 여행-결혼기념일-에서 연구원 지원에 동의와 적극후원을 약속받았거든 ^^
잘 적용해 보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