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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08시 55분 등록
 

  로고.jpg   심스홈 이야기 5



 집 꾸밈에 필요한 ‘품’ 3가지 -
클릭품, 손품, 발품


발품

실제로 어떠한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요즘엔 인터넷을 통해서도 웬만큼 보고 구입할 수 있지만 모니터를 보는 것과 실제 보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가능하면 많은 곳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 제일 좋다.


나는 재료시장 다니는 것을 즐긴다.
재료시장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흥분하게 되는 공간과 침착해지는 공간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의류 및 인테리어용 원단과 각종 부자재를 취급하는 동대문종합시장, 동대문종합시장만큼은 아니어도 좀 더 고급스럽고 독특한 원자재를 갖추고 있는 광장시장, 국산원단과 수입원단을 고루 마련해 놓고 있으면서 이를 활용해 만든 제품들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고속터미널상가를 드나든 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온갖 종류의 원단과 부자재, 그리고 사람이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그 풍성함과 보는 즐거움 때문에 나는 아직도 설레고 흥분된다.


난 요즘 광장시장 내 바다부속상가에 꽂혀있다. 곱게 수놓은 리본 테이프, 수작업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식 프린지, 투박한 손맛이 살아있는 앤티크풍의 토손 레이스와 섬세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미컬 레이스, 부티가 팍팍 나는 다양한 소재의 고급스런 단추들.. 보석처럼 빛나는 액세서리들이 나무랄 데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큰 베이스는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을 기본 재료로 하고 여기에 작은 아이템들을 살짝 가미하면 언제라도 나만의 개성 있는 집 꾸밈을 연출할 수 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감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작은 것들에 나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있다.


을지로와 논현동의 조명, 건축자재시장, 어디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곳곳에 퍼져있는 수입벽지 및 패브릭을 취급하는 숍들은 후자의 경우다. 유명 디자이너의 홈 컬렉션, 고급스런 자재와 조명들이 마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언뜻 보기에는 물건을 파는 곳이라기 보단 재기발랄한 아티스트들의 아틀리에 같은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강남하면 무조건 수입에, 고급에, 비싸다 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문턱이 높아서 들어가지도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을 보면 다 그런 건 아닌데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고, 쉽게 문 열고 들어가지 못하게 꾸며 놓은 엄한 분위기 때문에 괜히 아무런 잘못 없는 가구와 자재들만 비싸다는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뭐 그건 그렇고.. 아이쇼핑으로 끝날지라도 이왕이면 수준급의 제품을 보면서 감각을 키우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이다. 나의 경우는 고감각의 공간들을 많이 보면서 가능한 그림들을 머릿속에 쌓아두고 시장에서 데려온 재료들과 결합해 실제로 작업에 활용하곤 한다. 돌아다니다보면 비싼 것도 있고 합리적인 가격도 있고 그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알찬 매장도 종종 볼 수 있다. 구입하진 않더라도 한번 쯤 둘러볼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가격의 압박 때문에 마음껏 구입을 하진 못해도, 사지를 못해 가슴이 아픈 경우도 있지만 이를 응용해서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곳이다.


시장조사 시 샘플을 얻어와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둔다) 스크랩 할 때 활용하면 색상이나 재질을 비교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가구나 자재를 보러 다닐 때는 방문한 곳의 명함을 받아서 명함 앞면에 방문한 날짜와 특징, 명함 뒷면에는 가격과 사이즈 등을 적어두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시장조사는 많이 보며 다닐수록 감각이 높아지고 품질대비 가격이 정리되므로 나중에 가격을 비교하고 흥정을 하기도 좋다. 자주 다니다 보면 같은 수입벽지라 하더라도 어느 곳이 더 비싼지 알 수 있고, 같은 브랜드 동일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판매하는 지점(대리점, 직영점)에 따라 가격에 다소 차이가 나는 것도 알 수 있다. 저렴한 곳을 택해 이용하면 이것이야말로 발품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게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주변의 모델하우스, 샘플하우스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콘셉트에서부터 컬러와 자재, 가구,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의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데커레이션을 선보이는 만큼 자신의 공간에 실제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얻을 것이 꽤 많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본 인상적인 집이나 레스토랑, 카페, 가게 등 새로 발견한 주변의 멋진 공간들도 유심히 살펴보면 제법 건질만한 것들이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외 박람회들을 적극 활용한다. 리빙, 하우징, 인테리어 관련 전시회는 그해 가장 인기 있는 인테리어 트렌드를 가장 발 빠르게 전달해 준다. 인테리어 숍이나 자재 시장을 하나하나 찾아다닐 필요 없이 여러 업체의 제품을 비교해가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시 기간에는 계약 시 할인도 해주고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사전 등록을 하면 무료로 관람 할 수도 있다.


국내 건축인테리어 분야와 관련해서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경향하우징페어, mbc건축박람회가 볼 만한데 내가 가장 추천하고픈 전시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다. 경향하우징페어와 mbc건축박람회가 집을 짓는데 필요한 바닥재, 벽지, 타일류 등의 마감재, 시스템 창호재, 실내외 조경 등의 건축 자재와 인테리어리모델링, 전원주택 및 펜션 등과 같은 건축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 매년 3월20일경을 전후해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데코레이션의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는 전시로 보면 된다. 가구에서 커튼 및 침장, 조명, 벽지와 바닥재, 인테리어 소품과 최첨단의 가전제품, 웰빙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리빙아이템들과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관련 업체들이 제시하는 발빠른 트렌드,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공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나도 매년 빠지지 않고 관람하고 있으며 혼잡한 주말을 피해 행사 첫날이나 마지막 날 오픈 시각에 맞춰 오전 시간을 할애해 둘러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첫날은 전시 첫날이니만큼 각종 브로셔나 카달로그, 명함, 사은품 등을 챙길 수 있다는 점과 마음에 드는 핸드메이드 가구나 구하기 어려운 수입 소품 등을 미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전시상품에 한해서)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마지막 날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행사품은 포기할 것을 각오해야 하지만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부스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제품에 관해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요모조모 물어볼 수 있는 기회도 충분하다. 특히 전시장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상품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말만 잘 하면 그러니까 정말 내가 이 제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제대로 어필만 한다면 의외로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업체에서 전시가 끝나면 다시 옮기려고 했던 상품들이 꼭 행사 마지막 날에 버거운 짐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가이드북이나 전시도록을 소홀히 하는데 눈여겨 보아둔 업체나 점찍어 둔 제품이 있다면, 그해 전시가 괜찮았다면, 주저 말고 한 번은 잘 챙겨서 볼 것을 권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와 흐름을 한 눈에 트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주말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이 국내여행만큼이나 편리해진 요즘, 여행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집 집 꾸밈, 미리 신경써서 계획만 잘 세운다면 여행을 발판 삼아 외국으로 찾아나서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 그 나라의 다른 공간들을 살펴보는 것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여행지와 인근의 다양한 공간 투어를 각 50%의 비중으로 하는데 골목골목의 개성 넘치는 가게, 감각이 뛰어난 쇼핑센터, 취향에 꼭 맞는 흥미로운 책들을 구비해 놓은 서점, 인간미 넘치는 마켓(벼룩시장), 식료품 외에 아기자기한 키친 용품 등 그 곳 사람들의 생활소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보물창고인 슈퍼마켓은 좋은 예시가 된다.


이국의 인테리어를 무조건 모방하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때마다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고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그것을 나만의 모델로 도출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참조하고 있다. 새로운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있어서는 국내외 그 어느 유명 박람회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집에는 금전적인 부분이든 시간과 노력적인 부분이든 많은 부분을 투자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들처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쉽게 취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서 감각을 기르는 것이 좋다. 정보 자체야 많을 수 있지만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해서 최소한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그러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감각이 부족하다면 대신 품을 파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내가 집 꾸미는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면 집을 잘 꾸미고 사는 사람들 중에 실천하는 짠순이, 행동하는 짠돌이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수입자재로 도배하고 고가품의 가구를 들여놓는 대신 조상 대대로 물려온 손때 묻은 고가구를 어떻게 하면 현대적인 지금의 공간과 조화를 이룰지를 고민하고, 부지런히 인테리어 잡지나 전문서적을 살펴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감각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으면서 안목을 키우고 감각을 단련함으로써 멋진 집을 완성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옷 입기만 해도 무수한 스타일에 도전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많이 입어본 사람이 잘 입고, 음식도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다양하게 먹어본 사람이 절대 미각의 센스를 발휘하듯, 집 꾸미기도 이래저래 연습과 경험을 통하다 보면 자연히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마련이다.


집 꾸미기도 결국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귀차니스트 고객들과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로 풀어가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집이 탄생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들이 제일 만족해하고 행복해했음은 물론이다. 나 또한 이때가 제일 보람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집 꾸밈이란 남과 비교하여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열린 마음으로 가족이 함께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집주인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다. 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을 잘 꾸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한 품을 제때 팔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집을 잘 꾸미고 살기 위해서는 두둑한 지갑보다 남보다 빠른 발과 부지런한 손놀림이 더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집을 완성하기까지는 생각보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눈이 핑핑 돌아갈 지경일 테지만 완성된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족 모두가 함께 한걸음한걸음씩 착실하게 꿈에 다가서는 감동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품을 파는 만큼 얻을 수 있다'


IP *.40.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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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05 02:09:36 *.131.127.50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한, 
혹은 스스로 나름의 정립을 하고 실천하는  유용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자기개발  전문강사인  희석의 말대로  올바른 '전달자'로서 진실한 것같아서....  
함께 여행을 해 보아서 헤향이 낮선 거리를 지날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는지를 기억하고 있지.... 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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