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백산
  • 조회 수 257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0년 6월 5일 04시 50분 등록

절대라고 맹세하지 말라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 있다가 한 번 점프해서 양발을 세 번 마주 치고 다리를 벌려서 착지하여 보십시오  반드시 다리를 벌려서 착지해야하며 양발을 치는 강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구두로 설명하면서 이런 요구를 하면 사람들은 시도를 한 두 번 해보고 대부분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범을 한 번 보여 주고 자 여러분 이렇게 한 번 해 보시오라고 말하면 그들의 생각은 ! 나는 왜 안 되지?” 라고 생각하며 자꾸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말한다 

제가 해 봤는데요  절대로 안됩니다.

이 말은 선수들이 자주하는 말이다.

살다보면 알면서도 억지로 우기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고의가 아니고 정말로 본인의 의지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논리학에서는 그것은 오류라고 한다.

즉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 하는 거짓에 반해서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경우다.

그러나 내가 더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며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었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코치들, 혹은 리더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서 잰 해도 해도 안 됩니다.’ 전 도저히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저 바보멍청이, #@#$%^&*라는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다 

현장 경험을 오래하고, 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했던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가슴 가득히 그들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내가 깨닫게 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경우이다.

경험과 학습 그리고 연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가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만하면 됐다 완벽해!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없애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노력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은 더 늘어만 간다. .... 현장에 있는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좀 더 잘하려고 연습을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이야기를 피터 드러커의 매니아였던 이재규 교수가 했었다. 그는 드러커에게

쓰신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좋은 책은 어떤 책입니까?” 라고 물으면 늘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한 때는 그랬었다. 훈련계획서를 만들면서 '최종 훈련계획(Final plan)' 이라고 썼다. 늘 그 순간에는 더 이상의 효율적인 방법도 특별한 비법도, 그리고 대체 가능한 대안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늘, 그러고나서 시합을 하다보면 ....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 라고 탄복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잘할려고 하고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잘 가르쳤다고 해서 다 깨달은 것도 아니고 또 깨달았다고 해서 다 잘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깊이 있는 배움이 부족했던 나는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문제가 생기면 늘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내가 가르치는 방법이 잘 못 된 것은 아닌가?”

이 둘을 한데 묶어 놓으면 왜 안 되지?” 라는 것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그 의문의 방향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확실해졌다. 선수가 머리가 나쁘고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침이 충분하지 않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선수들을 가르쳐 보았기 때문에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다.  대표선수 정도가 되면 재능이나 소질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선수들은 특히 한국의 선수들은 지도자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복종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란 경험한 것을 통해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란 경험한 것 즉 알고 있는 것을 통해서 라는 전제가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 말은 다른 의미로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 점을 강조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이라는 점을 늘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 선수는 늘 완벽해보이고,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늘 누구도 불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면서도 진실은 아니다. 자신의 수준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상대가 완벽해서, 문제가 정말 불가능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경험으로 볼 때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나는 선수의 수준이 코치의 수준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코치의 컨디션이 선수의 컨디션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운좋게 나보다 훨씬 재능있고 끊임없이 노력하던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어서 생긴 습관이다. 그러나 후일에는 그것이 유능한 선수 뿐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모든 대상에게 가져야할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도자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확신이 언제든 잘못된 것 일 수 있다는 것, 잘못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도자는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그렇게 함으로써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사의 그 날 컨디션이 사무실 부하직원의 컨디션이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직원들의 실력이 그들을 이끄는 리더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을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지만 이러한 일들은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때로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적절한 태도도 예의도 아니다.

아버지도 무예 사부도 거기다가 나의 스승께서도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자식은 아비보다 나아야 싹수가 있는 집안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제자는 스승보다 더 나아져야만 한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그렇게 말한다.

나로부터 배워서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자신의 이름으로 서 주기를 바란다.”라고...

선수의 잘못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내가 가르치는 생활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절대라고 맹세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리고 그것이 가르치는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해결을 위한 보다 적절한 생각과 태도를 알게 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IP *.75.166.69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06.05 10:44:47 *.219.168.123
"나는 선수의 수준이 코치의 수준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코치의 컨디션이 선수의 컨디션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운좋게 나보다 훨씬 재능있고 끊임없이 노력하던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어서 생긴 습관이다. 그러나 후일에는 그것이 유능한 선수 뿐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모든 대상에게 가져야할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좋은 책이 되겠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만은 두고 두고 좋은 글이 될 것 같아. 그대는 꿈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토록 힘들고 그렇게 성에 차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태 버틸 수 있었을까? 그래서 기어코 따낸 학위와 굳은 신념처럼 앞으로는 평화와 좋은 운들이 많이 깃드는 한가로움 넘치기를.()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정승훈 2017.09.09 1661
5205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1663
5204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1717
5203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1746
5202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1749
5201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 2018.03.05 1779
5200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file [2] 모닝 2017.12.25 1780
5199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1789
5198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보따리아 2017.11.19 1796
5197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보따리아 2017.07.02 1797
5196 12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2018.12.17 1799
5195 일상의 아름다움 [4] 불씨 2018.09.02 1805
5194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윤정욱 2017.12.04 1809
5193 [칼럼 #14] 연극과 화해하기 (정승훈) [2] 정승훈 2017.08.05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