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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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마흔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마흔이 시작되던 그 해, 연초부터 회사는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직원들은 앞이 보이지 않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공황상태가 계속되었고 이 와중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나는 십 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내 발로 걸어 나와야 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질풍노도의 서막이었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불안이 그림자처럼 계속 쫓아다녔다. 마흔을 유혹에 흔들림이 없는 불혹이라고 말하지만 난 많이 흔들렸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갓길 없는 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기분이었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꿈을 자주 꾸었다. 인생의 허허로움에 열병을 앓았다.
떠남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에 더 이상 퇴직을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설마, 내가?’라고 방심했다가 언제 쓴맛을 경험할 지 모른다. ‘외부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불쾌하다. 내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모멸 당한다.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에서 떠나게 될 때 갈 곳이 없어진다. 자신의 경쟁력은 이미 다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미래는 없다.’ 이것이 내가 마흔 즈음에 얻은 첫 번째 깨달음이었다.
칼 융은 중년은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고 말했다. 중년은 한 낮의 태양처럼 인생의 절정기라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중년은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인생의 반을 지나는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절정기라기 보다는 쇠락기에 가깝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는 40대 직장남성을 심층 인터뷰한 후 “영혼의 노숙”이라는 보고서를 썼다. 영혼의 노숙! 이 얼마나 비감한 표현인가? 잠은 집에서 자고 있어도 우리의 영혼은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40대 남성의 현실이 생각보다 참담하고, 자기 인식은 비루하다고 평했다. 소설가 김훈이 말한 것처럼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 정교수는 40대는 삶의 전환을 꾀할 시기이며 무조건 살아남기가 아닌 무엇으로 살아남느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결론에 나 역시 동의한다.
마흔은 진정한 사춘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과연 제대로 살아 왔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인생인가?’라는 의문이 본격적으로 다시 고개를 든다. 사춘기를 잘 보내야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제2의 사춘기를 잘 보내야 남은 삶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왜 내게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진정한 변화를 꾀하기가 어려웠다. ‘이 시기는 인생 후반부의 삶의 질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다. 나의 모든 것을 걸어 변화를 꾀해야 할 분수령이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
나의 좌우명은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명언이다. 내가 삶의 귀로에서 결단할 때 큰 힘을 주었다. 그러나,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 문구가 크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주위에서 힘을 내라고 했지만 그냥 이 말만 힘없이 되뇌였다.
“나를 제발 가만히 내버려둬”
두려운 가운데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용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절망과 슬픔,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스스로 변화를 하기는 어렵다. 자기 내면의 힘에 의해 자율적으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각성이 있어야 한다. 의식수준이 낮으면 현실을 제대로 보기도, 인정하기도 어렵다. 변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현재 자신에 대하여 무관심한 사람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지금 생활이 문제가 있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자신을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자율적으로 참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이 책은 슬픔, 분노, 두려움, 욕망, 용기, 기쁨 등 의식의 성장단계에 따라 구성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분이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는 이 책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많이 소개하였다. 이야기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가치판단을 먼저 유보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이야기가 아니라 설명하는 방식은 듣는 이에게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먼저 판단하게 한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적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지 않았다. 단순하게 성공의 원칙만을 열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동안 자기계발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성공을 향한 강박적 질주였다면 앞으로의 자기 변화는 자신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시계제로의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삶이 팍팍하고 괴로울 때 이렇게 해라는 조언보다 함께 슬픔과 어려움을 나누는 것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성의 공유는 이성적 판단보다 앞서는 정직함이다.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진정한 변화는 세상이 요구하는 성공기준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잃어버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가장 자기다운 것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은 것처럼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자신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있으면 두려움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자신에 대한 사랑 속에서 변화는 마치 봄날 햇살 속에 녹아 내리는 강물처럼 시작된다. 다그치고 밀어붙이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박해 속에서 진정한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다.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비난하기를 그치는 일이다. 이왕이면 절망과 고통을 가져다 주는 쪽보다는, 활력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 쪽으로 변화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칭찬해라. 사랑하면 자신에게 멋있는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당신만의 멋진 미래가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진정한 변화는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논리처럼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집 안의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일 뿐이다.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을 때 우리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누구든 거듭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우니라.’라는 성경말씀이 있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듯이 새롭게 자기답게 태어나야 한다. 행복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이 그대의 새로운 걸음에 작은 희망이 되길 기원하며, Happy rebirth to you!
* 이번 주 감성플러스는 다음 책 "Happy rebirth to you!"의 서문입니다. 초안입니다만 어떤 책인지 느낌이 오나요?
바쁘시겠지만.. 그래두 잘 지내시져.. ^^
새로운 책의 출간 계획.. 무쟈게 추카추카 드려여..
감성 변화.. 좀 아니, 마이.. 멋진 거이 같아여..
근데여.. 거슬리는 거이가.. 딱 하나! 있어여..
'인생의 전환점에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리모델링 이거이.. 제 분야에서는.. 철거, 구조변경을 동반한..
그니까 사람으로 치자면.. 성형수술?을 야그하는 거인데여..
음..흠.. 어데를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공금?.. 헤헤^^
확~ 바꾼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실까.. 짐작되는데여..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면.. 선배님 몸에 꼭 맞는 맞춤옷 한벌만 마련하신다면..
굳이 성형을 하지 않으셔도..ㅋ 아쭈 멋진 감성 변화.. 탄생할 거이 같아여.. ^^
선배님의 감성 플러스.. 늘 응원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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