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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 잘 살았다하는 인생의 기준은 뭐라 생각하세요?”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여?
청주 지역에 외근을 다녀온 저녘 씼고 있는동안 한통의 핸드폰 문자가 들어왔다.
누굴까? 낯선 번호인데?
밤 10시가 되어가는 이시각 문자의 내용을 보고 설왕설레하던차 통화를 시도하였다.
“여보세요? 이승호입니다.”
“어머? 전화까지 주시고.”
기억이 삼삼하다. 이럴때면 괜히 난감해진다. 이름이 생각이 나지않아 누구세요라고 질문을 하면은 실례가 될것같고 그렇다고 무조건 아는체 할수도 없고.
나는 시침 뚝떼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보면 누군지가 가물가물하게 떠올려지기도 하기에. 아니나다를까 한얼굴과 목소리가 매칭이 되어졌다. 그런데 이사람이 웬일일까? 직접적인 일면식도 없었는데. 그녀는 집체교육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우리 조직의 영업 카운슬러다. 화사한 얼굴이 인상적인 분이었는데 이밤에 왠일일까?
“왠일로 저에게 이런 문자까지?”
“그냥 답답하던차에 차장님이 떠올라서 주저하다가 문자를 드렸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서 그녀는 잘 살았다하는 인생의 기준은 뭐라 생각하는지를 다시금 묻는다. 나참!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야 하나? 코칭식으로 다시금 그럼 본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자신의 의견부터 되물어볼까?
생각 끝에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먼저 이야기 하였다. 왠지 실망해하는 목소리. 그녀의 기대치에 비해 내얘기가 너무 평범했나?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갔다.
“저는 저녁에 들어오면 허탈해할 때가 많아요. 영업하는 분들의 특징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인데, 같은 거래처에 근무하는 분들이 제가 만만해 보이는지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많아요. 그럼 저는 그말에 맞장구도 쳐주고 반응도 곧잘 보여주곤 해요. 그런데 막상 돌아서면 내얘기는 누구한테 털어놓나하는 생각이 들곤해요. 출근시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다 보니, 제가 힘이 듬에도 맥이 빠진 모습으로 있을수도 없고...”
그랬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뜨이는 사람이었다. 마흔이 넘어가는 나이에도 항상 단정하고 밝은 스커트 옷차림의 전형적인 세일즈우먼에다가 웃는 모습이, 내가 고객이더라도 상담을 하고나면 제품을 구입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외적인 모습과 더불어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사람을 찾다가 내가 문득 떠올려졌던 모양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자신의 내면의 모습속에서 적잖은 갭을 느끼시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저는 00님과 한번도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데 왜 저에게 이런 애기를...”
나의 질문에 그녀는 교육 파트에 있다보니 내가 아는것도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단다.
책을 많이본다? 변경연 연구원 생활 덕택에 외부로까지 그런 내공이 드러나 보이나?
그녀와의 대화중에 집단상담 시간에 학습하였고, 관계유형의 구분법으로 곧잘 응용되는 조하리(Johari)의 창문 이야기가 떠올려졌다.
A:자신도 모르고 타인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
B:자신은 아는데 타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
C:자신은 모르는데 타인에게 알려진 부분
D: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부분
나도 알고 타인도 아는 관계속에서의 인간이 가장 좋은 단계이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부터도 이것이 공염불(空念佛)이니.
나는 대화를 이어갔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저도 대학때 성격을 고쳐볼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할때면 성격 좋아 보일려고 오버액션을 하고 친근감있게 행동을 하였지만, 집에 돌아올 때면 왠지 허탈해지고 기운이 빠졌지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스타일이 본래의 내성격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사귀어야 되나라고 하면서도 막상 또 밖에 나가서는 내가 아닌 모습의 행동을 하고.”
공감이 되어가는지 그녀는 가만히 내말을 듣고 있었다.
“00님도 혹시 그런 경우는 아닌지요? 영업직에 종사하며 특히 팀장의 위치에 있기에 좀더 책임감있고 포용력있는 모습을 드러낼려고 하기에, 나아닌 다른 모습을 혹시 연출을 하는 경우가 있는것은 아닌지?
침묵이 이어진다.
“힘들때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세요?”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자신을 현재의 일터에 영입을 하였고 부장의 직함에 있던 사람에게 평소 의지하며 고민들을 털어 놓았었는데, 그사람이 최근에 독립 사업자로 나갔단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해 쌓여가던중 문득 내가 생각이 난 것이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영업직이나 서비스 계통에 있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무척이나 심각한 경향이 있다. 내근 관리직 파트에 있는 사람은 업무로써의 성과를 통해 인사고과를 측정 받지만, 외근 파트직에 있는 사람의 경우 거래처 또는 고객과의 대면접촉 및 협상 등을 통해 목표달성의 성과를 창출해 내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우스개 이야기지만 우리 조직에서 신입으로 들어오는 카운슬러 분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경우가 있다.
개척(자신 주의의 아는 사람이 아닌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모르는 사람을 방문)을 하기위해 처음으로 아파트 방문을 한후 초인종 벨을 눌렀을 때 느끼는 당신의 심정은?
답으로 나온 1위는 “집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였다.
자신이 땀흘린 만큼 실적이 나온다는 영업직을 통해 남들보다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나온 그녀들이지만, 그래도 막상 모르는 사람 집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반응이 1위로 나왔고 또 막상 문을 열고 고객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더우기 반겨주며 환영하는 분들도 없다. 그렇기에 문전박대를 당하며 돌아설 때의 영업사원들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다. 특히나 남성이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이런 반응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내성격이 영업에 맞을까?”
“권유에 의해 시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빨리 다른 일을 알아보는게 좋지 않을까?”
이처럼 하루에도 열두번씩 별별 생각이 다드는것이 영업직종이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증거이다.
그렇기에 어떤 사업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이런 방문판매를 하는겨.”
그런가? 전생에 사람에 대한 죄를 많이 지었기에 속죄의 마음으로 현세에서는 서비스업의 직종 종사자로 다시금 태어났는가?
이말은 스님들 자신이 말하는 다음 내용과 비슷하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현세에 스님으로 태어나 그 죄값으로 도를 닦고 불공을 올린다.”고
영업직에 근무하는 한사람인 그녀가 나에게 오늘 이런 하소연을 한다. 어쩌면 아이들 혹은 남편에게도 이야기하기가 낯설어 보이는 주제인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어놓는다. 오죽하면 낯선 남자인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주제를 꺼내놓았을까? 전화를 끊고나자 다음과 같은 문자가 다시금 들어왔다.
“차장님 우리 친구하면 안돼요^^?”
친구라? 아마도 같은 동년배이기에 조금은 편하게 다가서고 격의없는 이야기를, 이렇게라도 나누고 싶은 모양에서 제의를 한것이라 여겨져 답장을 바로 보내었다.
“좋죠. 친구합시다. 다음 만날땐 개인적으로 말도 놓고.”
유부남과 유부녀와의 친구사이. 사회적인 세태(世態)상 색안경 끼고 볼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아는가? 동시대의 중생(sattva) 한사람의 존재를 대오각성(大悟覺醒) 시키는 도우미 역할을 내가 할수도 있을지? 아니지? 이것도 나의 인간적인 욕심인가?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