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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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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6일 23시 41분 등록

제목 : 제 친구들과 인사 하실래요?

 

앨범들을 다시 열어 본다. 요즘 글을 쓰기 위해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예뻐 보이고 행복한 표정이 드러난 사진들이 많이 보인다.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로 표정이 틀려지고 생기가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 사진들을 보니 다시금 느껴지는 점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얼굴에서 생기가 흐른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일부러 찾아 찍은 것도 아닌데 나의 살아있는 행복한 표정의 사진 옆에는 꼭 개가 한 마리씩 곁에 붙어 있었다. 내가 남들과 달리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개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증명이 되는 것 같다. 나만 그런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설마 다른 사람도 저렇게 예쁜 동물을 그냥 지나치진 않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더 독특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오늘은 내가 만났던 세계 각국의 개 친구들에 대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도에서 만난 누렁이


인도개.jpg

 

인도에서 만삭이었던 이 누렁이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새끼를 가진 개인지 알 수 없었다. 등줄기는 뼈만 앙상히 남고 배만 불룩했다. 나는 이 개의 모성애에 눈물이 났다. 집 없이 담요 한 장에 몸을 맡기고 길에서 생활하는 구루들이 아직도 인도에는 너무나 많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빵 한 덩이를 주면 절대 혼자 먹는 법이 없다. 자기 옆에 있는 개나 고양이, 원숭이들과 한 점씩 나누어 먹는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너무나 말랐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빵을 나누어 먹는 기준은 자기 옆에 있는 순번이었다. 놀라운 것은 동물도 누군가 먹이를 손에 쥐고 있으면 그 곳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 차례가 오면 먹고 아니면 다른 친구들의 몫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나눔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시간만 나면 시장에서 빵을 사서 구루들과 누렁이에게 주었다. 마지막 새끼를 낳을 수 있는 힘이라도 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찾을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갠지즈 강에서 매일 밤 열리는 뿌자 의식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모여 있어도 그녀는 나를 찾아왔다. 개코는 ‘개코’ 다. 그리고 자기의 얼굴을 나에게 슬며시 들이 밀었다. 그녀는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 누렁이는 아마 내가 준 5일간의 빵을 통해 얻은 힘으로 쑴벙! 순산으로 강아지 네 마리는 얻어 젖을 빨렸을 것이다. 아직도 나에게 인도하면 생생히 기억에 남는 것은 왕이 아내에게 지어준 보석 궁전 ‘타지마할’ 이 아니다. 도리어 인도의 사람들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나눔의 모습이었다.

 

크로아티아 해변에서 만난 명상 개 ‘야마후’

 
명상개.jpg


주인은 해변에서 개 세 마리와 생활하는 노숙 여행자였다. 나는 아침에 뜨는 해를 보며 요가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아드리아 해 바다 안에 검은 큰 물체가 있는 것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어라! 큰 검은 개였다. 주인은 담요 한 장에 작은 개 두 마리와 막 잠에서 일어나 담배 불을 붙였다. 그는 개 세 마리와 바닷가에서 생활을 하는 거리 악사였다. 그 자유인과 나는 아침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개들이 엮어준 따뜻한 만남이었다. 야마후, 야마해, 야마하. 세마리 개들의 이름이 특이했다. 명상의 의미를 가진 인도식 이름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유는 그 큰 개는 명상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루에 2시간씩 아드리아 해에 들어가 바다를 보고 앉아 있다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안 믿겠지만 난 믿었다. 그 개의 눈빛을 보고 말이다. 일반 개의 눈빛이 아니었다. 역시 수련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눈빛을 맑고 깊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야마후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정중히 야마후와 사진 찍기를 권하였는데 그는 그대로 응해 주었다. 아드리아 해만큼 맑고 깨끗한 야마후의 눈빛과 그와 같은 곳을 응시하는 나의 사진은 일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의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깔려있다. 나는 아드리아 해의 쪽빛 아름다운 바다보다 야마후의 맑은 눈을 더 그리워하고 있다.

 

유럽 공원에서 만난 천방지축 불독.

 

블독.jpg

사람들은 외모가 틀린 낯선 이방인이 다가오면 약간은 경계한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금방 친해진다. 그날도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 앞으로 달려갔다. 분수가 있는 한적한 공원이었다. 내가 한번만 안아 봐도 될까요?’ 하니 얼른 나에게 자기 개를 안겨 주었다. 말이 필요 없다. 서로 금방 친해져서 인사를 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자기의 소개에 바빴다. 내가 사진 포즈를 취하는 찰라 그 개는 그 시간을 노리다 나에게 기습 뽀뽀를 했다. ‘으악 ~’ 침이 내 얼굴을 반을 덮었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는 아주
행복한 표정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 사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구나! 순간 순간 삶은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지만, 지금 내 나이와 생활을 젊은 때로 되돌려 준다해도 나는 사양하겠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도 많았다. 가족 여행을 가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나만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가족 모두 토끼 같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기념사진 찍기에 바쁜 주마간산식의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토록 갈망하던 거북이 같은 느림보 행보의 사색여행을 할 수 있다. 걸음걸이는 더뎌졌지만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주어졌다. 새벽에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챙기던 시간은 산책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새벽에 만나는 새들의 수다에 미소 짓고 지나가는 개들에게 손을 흔든다. 자아를 깊이 뒤돌아 볼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던 사진 옆 자리에는 아이들과 비교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옆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슬프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 아이들은 커서 둥지를 떠나고, 둥지를 지키며 먹이를 물어다 먹이던 아비새와 어미새는 어느새 날개짓이 둔해지고 있는 것을……. 조금 슬프긴 하다. 하지만 손 놓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과 그 모습이 더 슬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한다.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때가 가장 즐겁다. 나이를 먹어도 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할 수 있다. 오히려 지나온 연륜이 있기에 더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어디를 가도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은 나를 반겨 줄 것이다. 여행 중에 만난 나의 친구들을 이렇게 소개 할 수 있는 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던 일이 내 일이 되고 글이 되는 요즘이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온다.

IP *.45.12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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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6.07 09:37:54 *.236.3.241
웨버의 특별한 영빨을 받으며 강아지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젠 강아지가 강아지에 머물지 않고 친구처럼 느껴지네. 어허~이를 어째.

실은 나도 유년시절에 똥개 한마리를 길렀었는데, 하교길의 주인을 백미터 전방에서
냄새맡고 뛰어와서 다리를 붙잡고 꼬리를 흔들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살아 생전에 기억에 남는 최고의 환대였네요~ㅇ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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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07 15:57:01 *.219.109.113
ㅎㅎㅎ 살아 생전에 최고의 환대는 과장이잖아.

지금 공주님이  퇴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 하면 남자들이 다리를 못 뗀다고 그러던데?

왜 못 떼냐고 물어보니 다리에 힘이 다 빠진다고 그러는데 아냐?

난  바다 사자, 검은 물개 같은 아들만 둘이라 절대 그 맛을 모르거덩.

그 똥개에 대해 써봐. 잼나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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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1:13:26 *.106.7.10
찬방지축 불독과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웃음이 너무 아름다워요 ^^
언니가 하나하나 풀어놓는 동물과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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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07 15:57:54 *.219.109.113
새로운 사차원의 세계 ㅋㅋ 중독성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이 짜릿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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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07 13:52:05 *.53.82.120
언니 옆에 있으면서 아직 저런 웃음을 본적이 없다는 생각에 섭섭해집니다.
쯧..드뎌 강아지에게 본격적인 질투를 느끼기 시작하는군요. 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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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07 16:00:30 *.219.109.113
섭섭? 진짜 질투인데?
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웃는 건 안 보여 그렇지 많이 웃고 있는데....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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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연주
2010.06.07 20:16:37 *.171.205.225
세계 각국의 개들과 허물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언니의 오픈 마인드 존경합니다.
전 우리나라 개들도 힘들던데요~ㅎㅎ
대상에 대한 애정을 사람이나 동물이나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확실하군요
전...크로아티아 야마후와 찍은 언니 사진에 한표~ 완전 부럽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얼굴에서 생기가 흐른다는 것" 이란 구절을 보고 요즘의 저를 떠올렸습니다.
과거에 동생에게 "넌 니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데 전혀 행복해보지 않아, 참 이상하지."라는 말을 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거울을 보았습니다. 지금 내 얼굴에 생기가 있나? 나는 지금 행복한가? 라는 물음을 던져봅니다.
다행히...생기는 조금씩 살아나는 것같고...지금 이순간의 행복을 누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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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07 21:11:30 *.219.109.113
emoticon저 때가 좋았지. 여행 다닐 때가 최고로 생기가 있어.ㅋㅋ 아마 그리스가면 거기에서
또 윤이 날꺼야. 기다려봐,
지금은 너무 바빠 정신을 차리려고 이러고 있어.  잠이 올 때 나의 쓰는 방법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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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08 23:28:24 *.34.224.87
은주야..
재미있고 의미있고...
니가 유끼 웨버라 참 다행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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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09 00:24:45 *.219.109.113
진짜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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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10 04:15:01 *.123.110.13
견공들을 참 좋아하시네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개들과 찍은 사진만 모아도, 훌륭한 책이 되겠어요. 저는 그다지 개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누님 글을 읽으니, 재미있네요. 개와, 여행, 그리고 이야기. 

좋아하는 일, 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개들을 만나기. 그리고, 개 주인과 이야기하기.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의미를 찾는 글 어떠세요. 

글을 쓰기 위해선, 소재를 콜렉팅해야할 것 같아요. 
연주는 학생, 누님은 개, 상현형은 여러가지 소통, 저는 사업, 우성형은 경영, 선형 누나는 교육, 미옥은...미옥은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누님과 연주가 제일 스페시픽해 보여요. 

저는 '외식업, 매출 올리기'로 한정 지어서 소재를 모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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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10 08:42:58 *.53.82.120
아직 모르겠니?
나 대통령 될꺼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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