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상현
  • 조회 수 2691
  • 댓글 수 14
  • 추천 수 0
2010년 6월 7일 06시 05분 등록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프로이트가 주창한 인간 의식의 세 가지 구성요소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이드의 지배를 받으면 충동적인 사람이 되고, 자아의 지배를 받으면 현실적인 사람이 되며, 초자아에 얽매이면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가 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과 상황을 만나야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발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개인사는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축복의 세례였다고 여길 만하다.

 

김구는 강인한 심신을 타고났다. 일본군 중위 쓰치다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여러 차례 탈옥에 성공할 정도로 힘과 기민함을 지녔다. 불행한 가정사, 숱한 고문과 죽음의 위협을 이기고 마지막까지 조국의 독립에 헌신할 만큼 굳건한 마음새를 놓지 않았다. 문용린은『지력혁명』에서 신체운동지능, 자기성찰 지능, 그리고 인간친화지능을 김구의 다중지능으로 꼽았다. 강한 에너지와 추진력이라는 타고난 장점은 스승 고능선을 통해 방향을 잡고 담금질되었다. 고능선과 김구의 관계는 대장쟁이와 칼에 비유될 수 있다. 김구는 자신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야생마였다. 과거 응시와 동학활동은 이드의 욕망이 세상에 대한 울분과 뒤섞여 분출된 사건이다. 복잡한 그의 내면을 이해해 주고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스승의 담금질이 없었다면 김구는 세상에 빛을 던지는 검으로 서는 대신 남의 밥그릇이나 축내는 우함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쓰치다 살해와 신민회 사건으로 인한 두 번의 투옥 경험과 20여 년 간의 지난한 임시정부활동은 가장 밑바닥부터 자신을 들여다 보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높이는 성숙의 시간으로 활용되었다. 그는 이를 통해 개인 김구에 머물지 않고 민족이라는 확장된 자아로 나아갔다. 그의 삶이 포용감동의 텍스트로 읽혀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대한 독립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도 너라는 他者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하고 응답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삶에서 가 인격적인 관계로 합일할 때의 감동을 맛본다.

 

일제 식민지치하에서 해방된 지 6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조국은 해방되었을지언정 우리 주변에는 마음 의 감옥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동포들(나를 포함하여)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에릭슨의 인성발달단계에서 청소년기에 거쳤어야 할 나는 누구인가란 의문이 요즘은 장년기의 화두가 되었다. 인간은 청년기에 생업과 양육이라는 생활인의 시기를 마치고 장년기에는 관계의 폭을 넓히며 사회적 자아로 이행한다는데, 인생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인 노년기에도 제때 풀지 못한 숙제 때문에 우리는 전전 긍긍하곤 한다.

 

에릭슨이 한 칸씩 답을 밀려 쓴 것일까. 이 모든 것을 외부환경의 탓으로 돌리기에 우리는 인생을 많이 알아 버렸다. 사람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경험을 함으로써 성장하는 법이다. 오밀조밀하게 이어진 인생의 단계를 월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각각의 단계에서 자신의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고스란히 결핍으로 남는 게 인생 아닐까.

 

타향에서나 조국에서나, 칠십 노구 김구가 느꼈을 타는 목마름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는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소원했고, 나는 자아로부터의 진정한 출옥을 소원한다. 이를 위해 나는 때늦은 과제에 개의치 않고 감옥과 사람들을 사색하고 있다. 배울 때는 쏙쏙 이해되던 문제가 자습하면 풀리지 않아 황망하고, 머리는 아는데 몸이 따르지 못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월반하거나 탈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범은 말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못난 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못났더라도 국민의 하나, 민족의 하나라는 사실을 믿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쉬지 않고 해온 것이다.

 

고로 나 또한 행위가 아닌 존재로서 나를 믿고 의지하고자 한다. 그리고 꽃비가 내리는 그날이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해 나갈 작정이다.

IP *.236.3.241

프로필 이미지
2010.06.07 11:06:05 *.106.7.10
동양의 위대한 사상, 공자의 말입니다. ^^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며,  곧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공자 말처럼 오십까지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천명 - 천복-을 알게 된다면 결코 늦은 건 아니겠지요? ^^
시간과 나이에 대한 당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도움을 받은 해석입니다.
으~음, 전 십년 넘게 남았구요, 오빠도 상당한 시간이 남았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0.06.09 06:54:48 *.106.7.10
네, 저도 동감 ^^
작은 성취와 기쁨이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알것 같아요.
매일매일 어제보다 행복하고 성장한 하루 되시길 ( )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7 12:07:39 *.236.3.241
Ending picture보다는 그 과정속에서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감지되는
삶이었으면 좋겠어^^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건 악몽이잖아 ㅎㅎ
프로필 이미지
이은주
2010.06.07 11:29:28 *.219.109.113
타향에서나 조국에서나 김구 선생이 느꼈던 목마름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그 목마름을 글로 풀으면 어떨까?

늘 아직은 아니구....꽃 비가 내리는 날을 기대하며 살기에 오늘이 너무나 힘들고

아깝다는 생각.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라고 생각을 전환하면  모든 것이 꽃비로 느껴지지 않을까?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7 12:03:35 *.236.3.241
좋은 지적입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자는 주의가 되서는 안 되겠죠.
근디 오늘 이 순간에 몰입하려면 적정한 에너지를 보존하고 있어야 할 듯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07 13:44:27 *.53.82.120
안으로부터 싹트기 시작한 근대적 요소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채 19세기 후반 문호를 개방한 조선 사회는
근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고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의 시작인데..
아무리 봐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할 수 없다면
식민치하에 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 역사의 독립투쟁은 '무장투쟁'과 '실력양성' 두 트랙이 서로 공존하며 상호보완을 했다지만
제 영혼의 독립투쟁을 위해선 오로지 '실력양성' 뿐인 것 같아요.
아직 온전히 독립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안일하게 나태히 세월을 보낸다면
그야말로 '망국노의 근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구선생님께서 나의 소원에 쓰신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우리나라 대신
나를 대입해보며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그런 내가 모이면 선생님의 소원도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믿으면서 말이죠. 

아무래도 나보다는 먼저 독립을 쟁취하실 듯하니
가는 길목마다 노란 손수건이라도 꼼꼼히 메어놓구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8 08:29:19 *.236.3.241
아직 이목구비를 갖춘 건 아니지만 네 속에서  무엇인가가
응집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걸 너는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

딸인지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성들여 잘 키우면 너의 인생에 대들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0.06.07 20:02:36 *.30.254.28
프로이트의 인간의식과  다중지능의 자연스러운 연결,
배움이 누적되어 점점 커지고 강화되는 모습이 보여..

야생마, 이드의 욕망, 고능선과 김구의  관계를 대장쟁이와 칼에 비유하다...
적절하고 명확한  비유....상현이의 글을 읽으면, 전문 평론가의 글을  읽는 것 같아.
덕분에 많이 배워...우리가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나누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
상현이랑 같은 반 아니라서 다행... 정말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을 듯.....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8 08:39:37 *.236.3.241
작은 거에 반응해주고 감동해주는 같은 반 친구가 있어 참 힘이 납니다 ㅎㅎ
지금은 아니지만 주위로부터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계속 강화되다 보면
형이 얘기한 대로 전문가로서의 아우라를 갖출 날도 있겠죠 ^^

프로필 이미지
낭만연주
2010.06.07 20:07:44 *.171.205.225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일이란게..
내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을 나의 길을 찾아가는 일, 지금 여기 이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이 지금 마딱드린 상황속에서 그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만 있다면 그순간에 꽃비를 나리고 있을뜻~ㅎㅎ
오빠의 글은 항상 힘이 넘쳐요...끌어 당기면 딸려갈듯...하체의 힘인가요?
감정에 휘둘리고 정신이 산란할 때는 하체의 힘을 단련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비결좀~^^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8 08:46:20 *.236.3.241
사는 게 가끔 찌질하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내 글에 힘이 넘친다고 하니 참 겨면쩍구나 ^^
현상과 이상의 갭을 메꾸려는 무의식의 분출일까ㅎㅎㅎ

네루다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판타지 소설같은 느낌이다.
보이는 바, 느껴지는 바가 세상의 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6.09 01:46:18 *.129.207.200
감우성 주연의 영화, 거미숲'이 있지요. 형의 글을 읽으니, 거미숲을 이리저리 헤치며 다니는 느낌입니다.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힌 덩굴에서 출구를 찾고자 애쓰지요. 출구란, 나를 찾는 것입니다. 나란 누구인지....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김구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어요.

변화는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방황의 끝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요? 존재로서 나를 믿고 의지한다면, '나는 이미 변했다'고 깨달을 수 있을까요?

형의 사유 체계는 근본에서 시작하는 모양이에요. '정리되어야, 힘이 나온다'라는 말도 구렇구요.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09 12:56:40 *.53.82.120
내년부턴
  변경연의 '연구원들'이 아니라
    변경연의 '도인'들을 모집해야할 듯한걸요.  ^^
도력높은 선승의 가르침을 얻은 듯, 머리가 다 화~해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09 08:00:28 *.236.3.241
나를 믿는다는 건  세상이 나를 평가하는 잣대(주로 결과와 행위에 의해 가치가 정해지는)보다는
세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유일한 존재로서 나를 신뢰한다는거지. 사물 그 자체는 호불호도 없고,
시시비비도 없지만 나를 통해 가치가 세워지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나는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성스러운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면 자신을 존중하게 될 뿐더러 또 다른 신인 타인의 존재도 존중하게 될 것
같다. 나를 믿는다는 건 가치를 보는 관점이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세상의 변화에 허겁지겁 따라가는 입장에서 내가 산에서 바다로 눈을 돌리면 산이 "나 여깄소" 하고 따라오는 형국이라고 할까 ㅎㅎㅎ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정승훈 2017.09.09 1660
5205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1663
5204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1717
5203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1746
5202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1749
5201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file [2] 모닝 2017.12.25 1779
5200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 2018.03.05 1779
5199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1789
5198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보따리아 2017.11.19 1796
5197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보따리아 2017.07.02 1797
5196 12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2018.12.17 1798
5195 일상의 아름다움 [4] 불씨 2018.09.02 1803
5194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윤정욱 2017.12.04 1809
5193 감사하는 마음 [3] 정산...^^ 2014.06.1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