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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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행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죠셉 캠벨은 인생에는 목적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목적이 있는 인생은 완전한 인생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자신의 천복을 찾고 또 그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점차 절감하게 되었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자신의 천복을 찾기를 열망하면서도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결국 평생 자신의 천복을 찾아 살아간다는 것이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천복을 따라가는 여행, 그 자체가 바로 인생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최소한 내 인생의 목표는 나의 천복을 찾아 그 길을 걸으면서 깊은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물론 그 목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해야 하는 그런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행복한 그런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적절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특히 하워드 가드너는 <열정과 기질>에서 노골적으로 ‘파우스트의 계약’, 즉 가장 얻고 싶은 것을 위해서 소중한 것을 내주어야만 한다는 악마와의 계약을 이야기 한다. <열정과 기질>에서 탐구한 7명의 위인들은 그 위대한 업적들에도 불구하고 결코 작지 않은 인간적인 약점들을 가지고 있다. 작게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송을 일삼는 괴짜같은 스트라빈스키도 있었고 주변인을 압박하고 지배하여 벗이 없었던 프로이트도 있었다. 평생 자신의 그림과 예술을 위해 주변의 여인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착취하고 희생시킨 피카소 같은 인물도 있었다. 가장 편이 될 것 같은 가족과 등 돌린 위인도 상당히 많았고 불행한 시절에 탁월한 업적을 보이다가 가정을 이루고 심리적 안정을 찾자 더 이상 탁월한 글을 쓰지 못한 엘리엇도 있었다. 아인슈타인도 가정사가 행복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탁월한 자기성찰능력과 인간에 대한 능력으로 인류사에 획을 긋는 사상가가 된 간디조차 자신의 아내와 아들과는 평생 반목하였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조차 역사 속의 위대한 영웅, 아니 성웅으로 받들어지지만 결코 행복한 ‘인간’은 아니었고 가슴 저미는 슬픔 속에서 인생을 마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위대한 성취 뒤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위해 소중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인가. 과연 우리는 똑같이 소중한 가치들 중에서 어떻게 선후를 나누고 경중을 나눌 수 있을까.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인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백범일지를 보면서 하나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김구는 평생 자신의 개인 재산이 없었고, 부인과 네 명의 딸과 아들을 앞세웠을 뿐 아니라, 그렇게 바라던 해방된 국가에 돌아와서도 완전한 조국의 자주독립을 보지 못하고 같은 민족의 손에 암살을 당했다.
그러나 나는 김구 선생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며 실천하면서 살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열렬한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 김 구 선생의 어머니는 백범이 감옥에 갇혔을 때조차 감사가 된 것보다 더 장하다고 칭찬을 하고 자신의 생일상을 차릴 돈으로 권총을 사서 일본군과 싸우라고 줄 만큼 독립을 향한 아들의 목표에 공감하였다. 비록 자서전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내도 백범이 사형을 언도받고 수감생활을 할 때도 절개를 지키며 옥바라지를 하고, 시모를 모시고 아이들을 기르며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남편을 믿고 또 남편의 이상을 믿었기에 그 고된 생활이 힘들지만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또한 중국과 미국의 군인으로 복무하며 해방된 조국의 군인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으니, 백범의 일생은 최소한 가족의 지지를 받은 것임이 틀림없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하며, 그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 덧붙여, 그 목표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우리의 목표여야 하며, 그 목표를 한 단계, 한 단계 실천해가는 과정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 행복할 수 없으며, 가족과 함께, 또 뜻이 맞는 동반자들과 함께 가는 길은 그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까운 사람, 즉 가족들과의 소통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과 자원을 공유하지는 못했지만 삶의 이유, 목표를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요.
김구선생님의 경우 어머님께서 그 소통의 매개역할을 너무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김구선생님이 이순신장군님보다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재주를 갖고 계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차피 가기로 한 길이라면 즐겁게 가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즐거움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 분이셨던 것 같아요.
역시 틈만나면 좌절하시던 이순신장군을 뵙는 시간보다
어려운 중에도 짬짬이 풍류를 즐기고 자연을 즐기고 사람을 즐기는 김구선생님을 뵙는 시간이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구요. ^^
언니글을 읽으니 지난 일주일 우리의 머릿속이 비슷한 화제로 바빴다는 것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점점 기준이 잡혀가는 것이 코스웍이 끝날 무렵쯤엔 훨씬 괜찮은 우리가 되어 있을 것 듯한
강렬한 예감이 들지 않으세요? ^^

그런데 저도 김구샘은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지지를 얻고 함께하는 동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헌데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기본전제는...자기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어요
김구샘도 자신의 신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에게 떳떳했고...그것을 주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인정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즘 제 화두는....자기사랑...자기확신...나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것...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