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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 일요일 서울 낮기온이 드디어 30도가 넘어갔다. 그래서인지 밤에도 그 더위가 좀체 식질 않는다.
더위 덕분인지 아침의 여명에 저절로 눈이 띄였다. 새벽 5시. 오랜만에 이른 새벽 기상을 하였다.
새벽. 참좋은 기분이다.
새벽 참 운이 좋은 시간이다.
고요히 일어나 새벽의 기운을 느끼며 잠시 좌선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노라면 평정심이 저절로 형성이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 이 기분으로 살면 참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마음뿐으로 끝날때가 많다.
몇 년전 새벽에 일어나겠다는 공약을 한적이 있었다. 한참 아침형 인간이란 화두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던 시기였던 것 같다. 꼭 그 대열에 합류하고픈 생각에 새벽 기상을 실천한 것은 아니었고, 당시 외부 교육을 수강시 나자신과의 약속사항중에 하나가 새벽 기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회사의 업무가 사람을 만나는 등 저녘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자주있어, 12시가 넘어서야 잠이드는 통에 새벽 5시 기상이 솔직히 버거울 때가 많았다.
덕분에 평소 6시가 넘어서야 일어나는 내가 알람시계에 맞추어 5시에 눈을 뜨긴 떠도 이게 내몸이 아닌 것 같다. 졸음을 쫓기위해 눈을 부릎 뜨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지만 금세 눈꺼풀이 천근만근(千斤萬斤)이다. 그럴때면 힘겨운 나와의 투쟁이 시작된다.
‘일어나자. 작심 삼일이 안되기 위해서는 일어나야돼.’
‘승호야 자라. 이렇게 일어날 바에는 1시간 숙면하고 회사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더낫다.’
‘아니야.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투쟁 끝에 일어나면 세면을 하고 사천만 국민의 운동인 국민체조를 실시한다.
헛둘 헛둘 열심히 하다보면 뻬에서는 드득드득 하는 소리가 날때가 있다. 에구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절로 실감이 난다.
이같은 새벽 공약에는 또한 권민의 <새벽 거인>이라는 책자가 한몫을 하였다.
저자가 새벽에 일어나서의 이점을 스토리텔링 자기계발서로 극화하여 엮어낸 책자였는데, 나는 일단 책제목에 눈길이 갔었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우리는 새벽나라에 잠들어있던 내마음속의 거인을 만난다.
누구일까? 어떤 모습일까? 나의 미래의 모습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 거인과 대화를 나눈다. 과거의 삶에 대해 오늘 할 일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그리고 그 거인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 눈에 뜨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조금씩 자라간다.
하지만 이 거인은 쉽사리 사람들의 눈에 뜨이질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존재를 찾으며 각성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그 실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안다. 새벽 거인은 결국 숨겨진 우리 본연의 모습이라고.
<새벽 거인> 도서는 구본형 선생님께서 자신의 저서를 통해 소개하신 ‘꿈의 명함’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꿈의 명함 앞면에는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문구로 나의 꿈 세가지를 기재하였고, 뒷면에는 이 새벽 거인 책자의 표지 그림과 새벽 5시 기상의 공약을 새겨넣었다. (당시 명함 기본 인쇄 장수가 정해져있어 100장을 뽑았지만 솔직히 제대로 타인에게 나눠준 적이 별로 없다. 부끄럽게도.)
새벽에 기상을 하고 꿈의 명함을 수첩에 넣어다니는 것만 해도 나자신 뿌듯함을 느꼈지만 이 공약은 6개월이 마지노선 이었다.
사람 만나는 것과 술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탓에, 늦게까지 음주가 이어지고나면 다음날 기상은 힘들어졌다. 이것이 이어지면 자연히 쌓아왔던 리듬이 깨어지게 마련이고.
습관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습관을 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이일을 통해 깨달았다.
서울의 63빌딩이라는 매개체를 예로들면 올라갈땐 힘들게 계단으로 올라가더라도 - 습관의 형성 -, 내려올땐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추락하는 경우 - 습관의 무너짐 - 인 것이다.
한번 균형이 깨지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런 새벽 기상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두가지가 있다.
첫째, 새벽 기상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나처럼 최소한 7시간은 자야 밸런스가 유지되는 사람은, 다음날 5시 기상을 위해서 전일 10시에는 취침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한데 그것이 의지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내경우에는 미팅과 음주가 최대의 적이다. 조절할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많은 않다. 그덕에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일어나는 실천을 해도 하루종일 졸음이 쏟아진다. 그럴때면 오히려 한시간 더잠자리에 편히 드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새벽 기상을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일찍 기상을 했을 때 확실한 목표와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어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것이 생산적인 수단으로써 활용이 되어야 하는데 어떨땐 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연구원 1년 과정이 3월말로 수료가 된후, 자유롭게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즐겼다. 그러다 6월이 시작되자 다시금 무언가 마음을 다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힘겨웠지만 예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따가가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는 조금의 절박함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오늘 새벽 문득 눈이 띄인 것이다. 세면을 하고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가방을 챙겨들고 회사 출근전 참으로 오랜만에 성당 새벽 미사에 참례했다. 상쾌한 아침공기속에 이루어진 미사참례의 시간. 왠지 모를 평화로움이 밀려온다. 카~ 나도 한때는 상투스(Sanctus) 라고 불릴 때가 있었었는데.
집을 나설 때 곤히 주무시고 계시던 마눌님이 다음과 같은 한소리를 하였다.
“승호씨, 어쩐 일로 이리 일찍 나가셔유.”
이럴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 어쩐일이긴, 오늘부터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새벽 기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지.
2. 응. 아침에 눈이 자연히 떠졌고 마침 월요일이라 오랜만에 사무실 일찍 나가보려고.
정답은 2번.
이유는 새벽 기상을 실천 한다고 예전 떠벌리고 다녔다가 6개월만에 후퇴를 하고난후에 마눌님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그럼 그렇지.”
그런말을 듣기 싫어 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이번에는 이야기 안하고 행동으로써 보여주리라고.
그런데 큰일이다. 내일부터 또 지방출장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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