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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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참 신기하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는 말 정말 맞다고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렇다. 시작이 어렵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어떻해든 반동에 의해서라도 굴러간다. 물론, 그 반동을 일으키기까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공을 굴릴수록 그 공이 궤도에서 잘 굴러갈 확률은 그만큼 높다. 이게 단군이 2주차에 들면서 내가 체험적으로 깨달은 사실이다.
어제 웹진 때문에 선배와 함께 L님을 만났다. 웹진 때문에 만났으면서도 선배와 난 틈만나면 단군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역시 요즘 우리의 최고 화제는 뭐니뭐니해도 단군이다. 왜? 신기해서. 나는 정말 내 자신이 자발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이, 그것도 꾸준히 이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신기하다.
처음엔 그냥 글을 써보려고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지금 내가 2시간을 온전히 쓰려면 북리뷰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글은 어디까지나 Out-flow적인 일이다. 책을 읽고 북리뷰를 하는 것은 In-flow이다. 물론 삶을 재료 삼아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세계적인 작가도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이 읽은 책이 1미터는 쌓여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면, 내용이 있는 책은 장르 불문, 내공 없이 나오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연구원 2년 차.
북리뷰 섹션을 보니 내가 올린 북리뷰가 어디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연구원 끝나고 겨우 한 권을 올려, 나의 북리뷰는 51에서 멈추어 서 있다.
연구원을 마칠 때까지는 이렇지 않았다. 내심 결심했었다. ‘글쟁이가 되고자 한다면, 내용 깊은 글을 오래 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북리뷰를 이어가자’ 혼자 결심에 또 결심을 했었다. 하지만 단숨에 무너졌다. 이유는 단 하나, 이러저러한 현실적 일들에 우선순위를 내주다 보니, 북리뷰를 할 짬이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다 저녁 시간에 짬이 나더라도, 골치 아픈 캠벨의 신의 가면 북리뷰를 하기보다는 가볍게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일이 더 구미에 맞았다.
단군이 2주차.
누구든, 무슨 일이든 초심 지키기가 참 어렵다.
단군이 2주차에 난 긴장이 흐트러졌다. 몸은 1주보다 기상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필살기 연마에 목숨을 걸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일까? 내게 물어보았다. ‘이 귀한 시간에, 하루 중 기가 가장 맑다는 새벽에 어렵사리 기상을 해서 도대체 왜? (물론 아직까지는 일어나자마자 정신이 맑지는 않다. 적어도 15분에서 때론 30분까지도 헤롱거린다).
대답은 다름 아닌 “필살기 연마= 즉각적인 결과물”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놀라웠다. 너무도 오랜 기간 작가를 꿈꿔왔던 내 안에 그런 생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책을 쓰고 글을 읽는 거. 이 사실만으로 내일 당장 밥벌이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
러니 내 안에서 새벽에 일어나 연마하기 쭈빗거리는 거다.
더 헤집고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거기 그곳에 “의심”과 “두려움”이란 녀석이 뙤리를 틀고 앉아 나를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지금 팔자 좋게 이 새벽 시간에 책이나 읽고 있을 때야? 차라리 그 시간에 번역을 하면 돈이나 벌지. 너 근데 정말 작가로 재능은 있는 거야? 누가 네 글이 좋다고 인정해주는 곳도 없는데 뭘 믿고 계속해서 책을 붙잡고 씨름하겠다는 건데?”
“현실의 중압감 + 미래에의 불안감”
이 두 가지가 혼용되어 눌러오는 두려움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다 결국 노력은 멈추고 재능이 없다 치부해버리고 싶어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정말 변화의 길은 멀고도 어려움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겪은 단군이 2주차, 연구원 2년 차이다.
그 때 나를 일으킨 건 다름아닌 단군이 부족원들의 댓글과 그들의 단군일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단군일지를 읽다 보면, 우리가 왜 모여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다 큰 어른들이, 잠에 쫓겨서 몸이 아프기까지 하면서도 매일 아침 새벽이면 연구소 홈피에 접속을 한다. 왜?
사람은 누구나 또 다른 사람의 따스한 응원과 애정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 중 누군가 혼자 이 일에 도전했다면 과연 몇 명이나 2주차를 잘 이어오고 있을까? (그래서 사부님은 역시 다르시다. 우리끼리 혀를 내두른다). 난 100% 못했을 거 너무도 자명하다.
아니 단군이 시작 전에도 이미 수 차례 새벽 기상을 시도했었지만, 5시는커녕 6시도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았었다. 그리고 단군이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왜 새벽에 기상할 수 없었는지. 새벽기상은 밤중 취침시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의 몸은 정확하다. 늦게 자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수면을 취한 뒤 일어나고 싶어한다. 나의 경우, 연구원을 하면서 또 다시 새벽 1~2시는 기본으로 돌아갔고, 북리뷰 제출 2~3일전은 3~4시도 보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원이 끝나고였다.
차라리 연구원 시절에는 어려운 책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새벽까지 끌어안고 낑낑거렸지만, 연구원이 끝나고는 깨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일을 한다. 우선 음악을 틀어놓고, 긴장을 늦추고 그리고…
난 우리가 다 함께 단군이를 이끌고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다. 이 프로젝트가 없었으면 나 어쩌면 북리뷰를 쉽사리 다시 이어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찌어찌 혼자 이런 저런 짬을 내어 시작했다고 해도, 금새 스스로를 의심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면 딴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높았다.
그런데 지난 한 주는 꼬박 캠벨의 북리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더불어 코엘류의 책을 원서로 읽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조금 천천히 진행하더라도 영어로 인용문을 타이프치며 원서 북리뷰에도 도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내가 저자라면을 영어로 쓰지는 못하겠지만, 영어 필사하고 싶다).
누군가는 그런다. 오늘 우리가 하는 행위는 내 꿈을 위한 내일을 위한 아름다운 일이라고.
참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었다. 오늘 하루 동안 그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다른 단군이 동지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들 뿐이다.
연구원 2년 차.
스승님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면서 현역이 아니라고 그새 흔들리는 내 자신이 한심하지만, 그만큼 변화가 어려운 일이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오늘 하루가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 어려운 길을 우린 어깨동무하고 함께 응원하며 걷고 있으니. 서로 아직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지만, 매일 새벽 출석체크를 하면서 어느 새 서로를 궁금해하는 모습에 역시 사람은 정으로 사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배우는 요즘이다.
나의 작은 초 하나 꺼지지 않게, 내 옆의 누군가의 작은 초 하나 꺼지지 않게, 끝내 우리의 두 시간을 지켜내고 싶다..
그리고 아침이 알차지 못한 것. 뭐 그런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의 회의는 처음에 출사표에 적어 놓은 것을 하나씩 의심하기 시작한 거지요.
'질은 안따진다 양을 채우겠다'가 출사표에 적은 목표였는데, 하다보니 질을 핑계로 제가 게으름을 피우더군요.
저항은 예상한 것만 오는 게 아니라 뻔이 보이는 데 그냥 놔둔 것들이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되어서 오는 건가 봅니다.
아무튼 전 먼별 언니때문에 잘 낚여서 지금 약간 괜찮은 삶 살고 있습니다. 안그랬으면 아주 많이 늘어져 있을 겁니다. 또한 아무것도 안한다고 자괴감에 빠졌을지도 모르지요.
자신을 탐색하면서 길게 천천히 즐겁게 가요.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마음에서 조그맣게 속삭이는 걸 들으며 오래가요. 우리 힘냅시다. 먼별님 화이팅!!!!

정현아! 잘 놀고 있구나^^,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시간이 가면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인지적 자아의 파지(retain)능력의 한계다.
그러나 시간이 가도 우리는 무엇을 했다는 경험을 기억한다.
감각흔적이라는 것인데 느낌이 강할수록 명확하고 인지화되어 뚜렷하게 회복된다.
그러나 인문학적으로 100일은 상징적 암시다.
100일이라는 것이 몸의 기억장치하고 연관이 있지싶다.. ^^
정신과 신체가 교통하는 문이 열리는 순간..
구신이 신령스러워지는 그 넋과 혼이 교통하는 순간이라고 알랑가 모르것다.^^
허여 ... 100일 채우고 한 번 보자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