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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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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5일 13시 31분 등록

Ⅰ. 역사속의 장면들

 

1. 레닌동상의 철거

 

커다란 크레인이 쇠갈고리를 천천히 내리고 있다. 그의 어깨 위에 오른 노동자와 크레인에 몸을 기댄 또 다른 노동자가 그의 목에 쇠줄을 걸고 있다. 이미 그의 몸은 여러 겹의 쇠사슬로 묶여진 채 쇠갈고리에 연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 같다. 단 한 치의 동요도 없이, 그의 눈은 여전히 저 너른 시베리아의 평원을 향하고 있다.

벗어진 머리에 강렬한 눈썹, 엣지 있게 기른 수염, 곳곳한 자세, 나무로 만들어진 연단에 올라 열광하는 군중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내던 그였지만, 채 백년도 되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노란 페인트가 얼룩져 있고, 더러 폭탄으로 모가지가 땅바닥에 나뒹굴기도 하고, 애궂은 어린아이들의 심심풀이가 되어버렸다. 공산주의 혁명의 우상.

1991년 8월 29일, 소련최고회의는 소련 전역에서 공산당활동을 정지시키는 결의안을 찬성 283, 반대 29, 기권 52표로 통과시켰다. 소련 공산당이 해체되었다.

 

2. 광야에 선 모세

 

# 1. 애굽을 나온 지도 벌써...

앞으로도 얼마를 더 헤매야 할 지 모른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난리다.

배가 고프다고 투정이고, 더 이상은 못가겠다고 짜증이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땅, 가나안이 어디냐고들 내게 따져 묻는다.

불쌍한 이들, 약한 사람들.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이들도 있다. 배를 곯지는 않았다면서.

그 짐승같던 시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홍해를 갈라, 갈 길을 인도해 주시던, 파라오의 군대를 수장시켰던 주님의 권세와 기적을 벌서 잊었단 말인가. 그렇게 일렀건만, 하늘에서 내린 만나를 기쁨으로 나누지 못하고,

쌓아 두던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주님, 또 다시 묻나이다. 제게 왜 이 험한 일을 맡기셨나이까.

설마, 저보다 나은 이들을 보지 못하셨나이까.

저는 그들과 함께 몸 섞어 자라지도 못했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짊어져 오지도 않았지 않습니까.

저들의 불평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왜 저를 택하셨는지요.

또 다시 시작될... 내일이 두렵습니다.

매일 매일이...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 2. 주님, 용서하소서

당신의 자식이지만, 당신의 자식이 아니었기에, 저는 그들의 목을 쳤나이다.

그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입에는 역겨운 술 냄새를 가득 담고서

당신의 이름을 더럽혔나이다.

그까짓 황금송아지 한 마리에 자신들의 몸과 영혼을 팔았나이다.

 

당신의 말씀을 받을 자격이 감히 그들에게는 없었나이다.

용서하소서, 더러운 피로 물들은 제 손을 씻으소서.

 

그렇지만 저들을 버리지 마소서. 그들이 비록 어리석을지라도 당신의 자식들이지 않습니까

이끄소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당신이 약속의 땅으로 저들을 이끄소서.

한번 만 더 저를 일으켜 세우소서.

 

3. 오병이어의 기적

 

산상에까지 따라 온 무리가 이미 오천 명이었다. 제자들의 표정에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다 내어도 고작 ‘빵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가 전부였다. 부러 준비하고 불러들인 사람들도 아니었다.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영혼에 굶주려 먼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방법을 묻는 제자들의 물음에 그로서도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그는 천천히 무리들 속으로 나아갔다. 소란스럽던 무리가 그의 등장에 조용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들 숨죽여 그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아니, 그가 그들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해야 옳았다.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후, 소리 높여 말하지 않지만 몸 안을 울려 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고, 석양이 짙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조차 그의 얼굴이 피처럼 붉었다. 차라리 뜨거웠다. 무리 중에 울기 시작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제자들은 조용히 광주리를 들고 무리 사이를 돌았다.

먼 길을 나서며, 꼬불쳐 두었던 음식들을 꺼내 낯선 사람과 나누고, 또 광주리에도 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저녁, 그 골짜기에서는 더 이상 배고픈 이들이 없었다. 그들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도 했지만, 사람이 어디 음식으로만 배가 부르더냐. 사랑하는 자식이 배불리 먹는 모습만으로도 배부르지 않더냐. 나눔으로 영혼의 충만함을 맛 본 이들에게는 한 끼 식사를 걸러도 배고픈 줄 모르지 않겠더냐.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통. 마음을 열고, 보따리를 열고,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면서. 하느님 세상이 따로 있더냐. 바로 우리 안에 그리고 그것을 믿는 이들이 곧 기적을 행한 이들이 아니더냐.

 

Ⅱ. 해석

 

모세의 삶은 어느 한 장면이랄 것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당에서 빌려다 읽은 ‘출애굽기’는 통째로 내 삶에 와서 박혔다. 그 후로 지금껏, 모세는 나의 삶의 기준이 되었고, 모세처럼 생각하고, 모세처럼 행동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동포들과는 다르게 자랐지만, 그들의 고통에 살인을 하고서 그는 쫓기는 몸이 되었지만, 그의 동포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다. 신의 소명 앞에서 그는 끊임없이 “왜 자신이냐” 따져 물었고, 번민하였으며, 때때로 도망치기도 했다. 신 앞에 한없이 나약하면서도, 그는 광야에 널부러진 저 게으름뱅이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동포들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들 앞에 권위를 세워야 했다. 때로 그들의 목을 치고, 돌아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달리 있지 않았다. 그 사막 한가운데, 물이 나고, 포도와 올리브가 자라는 곳은 이미 이민족들의 땅이었다. 그들은 최소한 자기들을 지킬 무력을 가지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서로간의 연대를 통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자신들의 땅과 가족과 가축들을 지켜낼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허락된 땅은 어디란 말인가.

200년 노예생활에 뿌리까지 근이 박힌 노예근성, 때리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하고, 틈만 나면 게을러지고, 눈만 맞으면 제 여자, 남의 여자 가리지 않는 저들에게 희망은 있는 것인가. ‘아론’과 ‘미리얌’은 똑똑하지만, 마음이 약하다. 그들은 군중의 불평을 핑계 삼아 나를 질투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나와 피를 나눈 형제, 자매이지 않은가. 매번 그들과 부딪히면서 나는 또 다시 당신을 의심합니다. 당신의 소명을 의심합니다. 주여.

 

4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 땅은 멀리 있지 않았지만, 스스로 주인 된 삶이 준비되지 못한 이들에게 허락될 수 없는 땅이었다. 40년, 그것은 기존의 세대가 멸하고, 새로운 세대, 노예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이 준비되는 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모세, 그 자신도 허락되지 않았다. 신으로부터 받은 소명, 내게 허락된 운명, 시간의 한계를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육신, 어디까지가 당신의 뜻이고, 나의 욕망인지. 그는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정하고, 120살의 나이에 죽었다. 그의 무덤은 알려지지 않았다.

 

Ⅲ. 자신의 삶에의 형상화

 

지금껏 나의 삶의 기준과 방향을 준 것은 천주교, 사회주의 이념 그리고 다시금 생태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가고 있다. 엄격한 종교적 가치와 사상이념을 선택한 대가는 참혹했다.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했다. 때로는 내게 너무 벅찬 일들이었고, 성공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돌아선 내 뒷자리는 늘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많지 않았고, 어쩌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싶으면 나는 모든 것을 내어 사랑해버리곤 했다. 하지만 결국 늘 혼자였다. 그들에게마저도 나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나 때문에, 나의 욕망 때문에 그들은 상처받고, 힘들어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런 그들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만든 나 자신 때문에 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이 나에게 돌려준 대가에 늘 감사하려고 하지만, 합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미 세상의 잣대나 가치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쩌면 내가 죽은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도 운이 된다면) 평가받게 될 것이며, 그나마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의 의미가 가치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어느 누구에게마저도 기억되지 못하는 하잘 것 없는 일이 되고 만다면 그것이 억울할 따름일 뿐이다.

 

어머니의 태몽은 말한다. 흰 옷을 입은 노인이 곱게곱게 싼 쌀 한주머니를 어머니 이불 밑으로 넣어주면서, ‘귀하게 쓰일 것이니, 귀하게 다루라’고. 내 운명, 결국 ‘쌀 한 줌’이었다. 배고픈 이들에게 자신을 죽여 그들을 배부르게 할 ‘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먹고 나면 배고팠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또 다시 배고파질 것이고, 끊임없이 배고프다고 졸라 댈 것이다.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세상의 기준과 편견이 그랬고, 그걸 받아들이라고 강요받을 때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곤 했다. 이유도 없이 죽어야 하는 삶, 자신의 삶도 아닌 삶을 살다가 가는 죽음들.

신이 정하신 일이라면, 나는 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굶주림 때문에, AIDS 때문에 세상에 온지도 얼마 되지 않은 죽음들이 천당에 갔다는 말이 전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차도르를 칭칭 감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여인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이 커피, 누군가의 눈물이고, 뼈를 깎아 우려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자신들만의 신을 부르며 짓밟히는 저들의 신은 또 누구란 말인가. 이런 모든 것들을 숙명으로만, 신이 정한 일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에 신은 너무 부당하고,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신은 그런 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브라함과 노아, 모세가 그러했듯이.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내 삶은 그렇게 몸으로 지어, 새로운 계약을 맺는 삶이 될 것이고, 그래서 끊임없이 외롭고, 방황하며 안주하지 못할 것이다. 바람처럼.

 

 

IP *.221.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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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5 13:33:47 *.221.232.14
죄송합니다. 컬럼을 별도로 올리는 줄은 몰랐습니다.
착오없도록 하겠습니다. 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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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15 13:50:08 *.219.109.113
이미 기차는 떠났다.
박상현 카운트에 대해 고민하거나 친구라고 몰라서 그런거니 봐주자고 물어보려
전화하지 말도록.
지각처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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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5 13:44:41 *.145.204.123
계약을 다시 맺은거 아닌가?
억울함이 쌀밥같은 시로 변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그리 억울한가?나도 억울하네
나도 출애굽 때문에 통곡했고
두고온 애굽 종살이가 그리워서 그리워서 가슴치고 후회했다네
가나안은 꿈도 못꾸고
반석을 치고나오는 샘물로도 목이 타서 죽겟다오

진철의 시는 우리에게 쌀죽이 될 것이야
힘내자구~~

p.s.
 근디 시간은 지키자구
(하루만에 빠져가지고... 8월 재심있어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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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6.15 14:01:01 *.197.63.9
철아, 너를 보면 웃음이 나. 그대를 따라 정신 없이 헤집고 거닐다 보면 찔끔 눈물이 고이곤 하지.
게서 멈추면 안 돼!

지갑은 한 번만 잊어 버려야지. 자꾸 잃어버리면 늑대 소년이징. 가져간 넘보다 더 나쁜 넘.

모세철로 새로나고 거듭나세.
무엇이 억울한 지, 그대가 레닌이고 모세라면 무엇이 애끓는지 그 속으로 거침없이 확 들어가보세.
질질 짜던 궁시렁 그치고 박박 길 무릎팍은 준비됐겠지? 탈리다 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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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6.15 14:11:09 *.236.3.241
타인에게 우리는 조력자이지 구세주일 수는 없다.
우리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우리가 보기에는 무력해 보이는 타인이더라도 그 또한
제 인생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감~

사십대, 시간이 많이 흘렀고
밖으로 발산하는 인생이라할지라도
수렴의 연단을 거친 연후에 발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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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16 03:38:47 *.131.127.50


올바른 뜻을 세워, 시련과 고난을 겪은 사람은 힘이 있어도 그 힘을 폭력으로 쓰지 않는다.

어떤 자들은 그것이 폭력인지도 모르며, 또 어떤 부류는 그것을 잔인하게 즐긴다.

현실적인 지위의 높고 낮음, 부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고난을 올바로 경험한 자는 사람과 사회에 많은 이익이 된다. 그는 세상과 사회가 어떻게 대하든 관계없이 자신의 행함에 걸림이 없다. 진실로 자유인이다. 우리에겐 이런 사람이 많아야만 한다.

 

많이 아펐겠군요,,, 읽을 때 마다, 느껴집니다.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당신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당신의 아픔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나도 한 때 세상을 향해 나의 아픔을 털어내었습니다. 그렇게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억울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삶, 당신의 시, 그리고 당신의 그 화난 가슴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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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나의 삶의 기준과 방향을 준 것은 천주교, 사회주의 이념 그리고 다시금 생태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가고 있다. 엄격한 종교적 가치와 사상이념을 선택한 대가는 참혹했다.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했다. 때로는 내게 너무 벅찬 일들이었고, 성공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돌아선 내 뒷자리는 늘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많지 않았고, 어쩌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싶으면 나는 모든 것을 내어 사랑해버리곤 했다. 하지만 결국 늘 혼자였다. 그들에게마저도 나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나 때문에, 나의 욕망 때문에 그들은 상처받고, 힘들어 했다.

 

나의 삶은 조국과 조직에 대한 사명감, 승리지상주의의 잔인한 경쟁과 생존이었다.

명분과 사명으로 나는 제물이 되고 실리와 안식은 요원한 꿈이었다. ‘이 번만,,,’ ‘딱 한 번만 더,’ ‘ 마지막으로,,,’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넘어도, 나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불가능한 경쟁과 더 힘겨운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대 위에서 재롱을 피우는 난장이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의 피와 땀과 눈물을 닦아 줄 성모마리아를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리품을 챙기던 사람들의 경계의 눈길과 또 다시 죽을 힘을 다해 올라야하는 무대, 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난한 골방뿐이었다.

 

세상이 나에게 돌려준 대가에 늘 감사하려고 하지만, 합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미 세상의 잣대나 가치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쩌면 내가 죽은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도 운이 된다면) 평가받게 될 것이며, 그나마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의 의미가 가치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어느 누구에게마저도 기억되지 못하는 하잘 것 없는 일이 되고 만다면 그것이 억울할 따름일 뿐이다.

 

=> 세상이 내게 준 것은 훈장하나, 찬란한 기억, 그리고 빈 주머니였다. 세상은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이름과 영광을 빛 낸 순간을 기억할 뿐이다. 세상이 나에게 안식과 기쁨을 주는 것은 나의 삶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 나의 가치와 유용함 때문이다. 세상을 위한 재롱을 피울 준비는 되어 있는가? 나는 그 봉사공헌이라는 말의 참 뜻과 행동에 관심이 있다.

 

진실과 희망이 자랑과 가치가 이닌 세상, 더 많은 업적과 성과로서 자랑과 가치가 되는 세상 그러나 그 업적과 성과는 진실과 건전한 도전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어두운 결탁과 비열한 암수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져는 안 된다.

그들은 돈과 권력과 오만함에 중독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가까이 가면 오염될 가능성만 높다. 주의해야 한다. 그들을 주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주의해야 한다. 세상엔 언제나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에게 돌려준 대가에 늘 감사하려고 하지만, 합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미 세상의 잣대나 가치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쩌면 내가 죽은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도 운이 된다면) 평가받게 될 것이며, 그나마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의 의미가 가치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어느 누구에게마저도 기억되지 못하는 하잘 것 없는 일이 되고 만다면 그것이 억울할 따름일 뿐이다.

 

=>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감사해야할 의무는 없다. 감사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그건 님의 맘이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를 평가하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가 아니라 세상이 주고 싶은 대로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억울해 하지 말자 만약 우리가 옳다면 세상은 곧 망할 것이고, 우리의 기대가 컷다면 세상은 그런대로 돌아갈 것이다.

억울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그저 아무 잘못도 없이,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내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다. 이런 인간들하고는 싸워도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다. 그러니 난 그냥 허 허, 웃고돌아 섰다.

세상은 어차피 불공평한 것이고, 화장실을 나올 때는 들어가기 전의 다급함도 당연히 잊는 것이 짐승같은 인간의 순리다. 그러니 어설프게 싸우지도 말자, 권력, 소유, 오만을 즐기는 이런 사람들에게 어설프게 달려들면, 더 예리하고 진한 고통으로 피멍이 지고 뻐마디가 울릴 뿐이다. 기억과 증거들은 더 많은 한과 고통스러움만 키우고 징표가 되어 격리될 뿐이다. 그것은 살아 있음이 아닌 죽지 못함이 된다. 그러니 어리숙한 용기 그 분노와 성냄은 버리는 것이 옳다.

한 가지 알려 줄게 있다. 권력, 소유, 오만을 즐기는 이런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들이 힘과 소유, 풍요를 즐기는 것은 곧 식상해진다. 그들은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것을 무시하면 그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게 된다.

그냥 신경 꺼버리고 우리끼리 행복하면 그들은 불행해진다.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우리가 행복하면 그들은 기분이 나쁘다. 아주 많이 기분이 나쁘다. 자주 시비를 걸어오게 된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끼리 즐기는 것도,...

 

이런 사람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목숨을 거는 것,,,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상대는 힘과 능력이 많기 때문이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상실이다. 가진 것을 다 잃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단 하나 가지고 있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는 그랬다.

당신이 심심한 모양인데, 나한테 돌맹이를 던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나는 싸움같은 것을 잘 못해, 그리고 상대도 안되고, 그래서 지면 아무 것도 남을게 없고 의미도 없어, 그러니 나는 싸우면 이기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돼,..그러니 잘 생각해 보시오..”

 

 

나비의 날개 짓만한 그 한 보따리의 시위도구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당신의 운명과 삶에

행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신은 님의 죽음과 삶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광과 그 경외함의 증거하는데 있습니다. 영원한 삶에서 우리의 시간은 그리고 그 영혼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아무것도 아닌 티끌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계약은 불평등합니다.   힘있는 자에게 계약은 신의와 준수의 상징이 아니라 쓸모있는 동안 귀찮고 불편한 잡음을 줄이는 일시적인 놀이입니다. 놀이가 끝나면 계약도 증발합니다. 스스로에게 힘이 없는 동안에는 어떠한 것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확신을 가지고 하루를 진지하지만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힘입니다. 그것이 행복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이 너무 길어 졌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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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6 12:34:24 *.221.232.14

나는 그랬다.

당신이 심심한 모양인데, 나한테 돌맹이를 던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나는 싸움같은 것을 잘 못해, 그리고 상대도 안되고, 그래서 지면 아무 것도 남을게 없고 의미도 없어, 그러니 나는 싸우면 이기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돼,..그러니 잘 생각해 보시오..”

읽다보니, 댓글이 너무 짧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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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16 07:38:18 *.53.82.120
무거운 억울함을
그렇게나 천진한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걸 보면..
오빠 안에 이미 리뉴얼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거죠.
역시 오빠는 재활용 전문가 맞는 거 같아요.  ^^

그래도 시를 위해 불행을 부르지는 마셨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채집하지 않아도 넘칠만큼 달려드는 게 불행이니까요.
그 불행마저도 행복의 연료로 삼을 수 있는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리의 '1년' 아닐까요?
오빠는 준비된 재활용 전문가이시니..꼭 성공하실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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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09:23:58 *.53.82.120
당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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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7 01:01:40 *.221.232.14
그렇지? 그래야 겠지? 꼭 그렇게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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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09:50:10 *.106.7.10
오빠의 바람이 무더위에 질식해 죽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도달해 가쁜 숨을 몰아쉬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바람이 열심히 일하며 땀흘리는 사람들의 이마를 식혀주는 한 줄기 행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바람이 익어가는 곡식을 한들한들 흔들리게 하는 풍요로운 광경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빠의 외로움과 방황이 누군가에게는 고마움과 희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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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16 13:20:04 *.30.254.28
무더운 바람을 맞으면 마음까지 무덥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마음까지 시원하고
활짝 웃게 하는 바람이 되면 좋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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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16 23:53:46 *.146.71.230
쌀의 비유는 참신하네요. 배고플때는, 밥달라고 아우성이고, 밥주면 희생된 쌀은 잊혀지고. 그래도 누군가 알아주겠거니 생각하고, 하던 일 계속하지만, 세상이 나를 알아주기까지는 제 생각보다는 더 요원할 것 같습니다. 

분노에 부르르 떠는 형의 모습이 상상이 안가네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전주에는 손님이 주인 걱정하는 밥집이 많다고요? 진수성찬이라고....한번 가야겠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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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7 00:59:46 *.221.232.14
오늘 날씨는 맑은... 남에게 밥지어 먹여 살리는 그대,
와야지. 내 부탁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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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6.17 16:10:41 *.203.200.146
자유롭고 싶은 허나 자유롭지 않은 삶...
새롭게 계약을 맺어도...끊임없이 외롭고, 방황하며 안주하지 못하는 바람같은 삶...
오빠가 바람처럼 자유롭게 동지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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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18 12:19:15 *.219.109.113
'사랑' 이 넘치는 그대.
말로 안해도 그대의 시와 글이 말해주고 있어.
아직도 끓어 넘치는 그대의 감정에 춤추고 있는 그대.
자유로운 그대의 영혼이 울고 있어.
나 자유롭고 싶다고....... 하지만 삶은 현실인 것을.........
이렇게 풀어내는 진철의 글에 힘을 보태어주고픈 날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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