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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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는 심난해씨. 오늘은 ‘닥터 정의 마음의 쉼터’에 가는 날이다. 지난번에 유전자 정보와 심리 정보를 등록해 놓고 오늘은 맞춤형 힐링(Healing)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날이다. 심리상태 검진이 이어지고 오늘은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편안한 의자에 앉자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시원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의자의 진동이 느껴진다. 꽃 향기와 ‘지르마(가상의 치료음악계 거장)’의 음악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치료가 끝난 후 곧바로 치료결과가 나온다. 치료 전에 심평도(마음의 평화를 보여주는 가상의 수치)가 64였는데, 치료 후에는 72로 상승했다. “많이 좋아지셨지만 최소 80은 넘어야 정상입니다. 댁으로 자가 처방 프로그램을 전송해 드릴테니 거르지 말고 하셔야 합니다.” 닥터 정의 얘기를 들으면서 심난해 씨의 심란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 하다.
(성공을 꿈꾸는 한국인이 사는 법 中 재각색 / LG경제연구원)
마음의료의 시대가 오고 있다. 육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마음의 평화와 정신적 행복을 제공하는 힐링 서비스가 항상적으로 제공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황당한 공상만화일까?
오늘도 35명이 자살을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위로, 한국은 지나치게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가운데 6명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5년간 국내 항우울제 소비는 52% 증가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향후 20년 내에 우울증이 에이즈나 암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스트레스의 급격한 증가는 몸의 질병과 더불어,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심화되는 빈부의 차이, 양극화는 깊어가고 극단적 개인주의와 고령화 등은 인간의 자정능력을 뛰어넘어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강도의 스트레스는 신체에 깊은 내상을 유발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최근 5년간 진료 현황에 다르면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장애는 약 3배, 알코올로 인한 장애와 업무에서 오는 부담감 등으로 발생하는 강박장애는 2배가량 급증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장애’는 위궤양, 위염, 소화불량,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수를 늘리고 원형탈모증을 앓는 직장인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제 스트레스는 질환이다.
힐링은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고 회복시킨다는 말인데, 최근 들어 비즈니스 등의 단어와 결합하면서 정신적인 치유 쪽으로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이미 명상센터, 단전호흡, 아로마 세라피, 요가, 걷기 등 다양한 형태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마음산업(?)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기업손실이고, 직원들의 마음건강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하에 심리상담사를 배치하고 스트레스, 우울증 상담 등 직원들의 마음을 관리하고 있다.
사회 각 부분에서 시행되는 힐링 비즈니스를 정작 의료계는 진지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과 병동이 있는 병원의 경우에만 각종 예술을 도입한 요법치료가 상설적으로 제공되는 수준이고, 노인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기본적인 수준의 예술치료를 제공(웃음치료, 노래교실 등) 하고 있으나, 아직은 일회적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술치료 기법을 활용한 정서적인 마음의 치유가 점점 더 중요시 되는 무엇일까?
환자에게 가짜 약을 먹여도 진짜 약과 똑같은 효과를 보는 ‘플라시보 효과 (적극적 위약 반응 active placebo response)‘의 현상을 설명할 길은 인간의 마음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치료에서 큰 영향을 끼치며, 때로는 약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건강상태와 관련된 마음의 중요성은 정통 의학계도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분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는 내과와 정신과를 결합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심료과’라 부르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독특한 진료과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가족이 사고로 죽었을 때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심적 충격과 상실감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다. 운동선수들은 성적이 부진할 때 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이나 심리치료를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정신과에 가려고 하지 않으며, 가더라도 가족에게도 숨긴다. 정신과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와 ‘미친 사람’이라는 편견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과의 진료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불안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스트레스가 원인인 다양한 증상을 진료하며 인터넷 중독, 학습장애도 포함된다. 일반인들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진료과의 명칭을 개정한다면,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숫자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서양의학의 발원지인 외국에서는 마음의 평안을 찾는 명상, 이완 등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는 붐이 일고 있다. 우울증이나 화병 등 마음에서 기인하는 심인성(心因性)질환이 늘면서 서양의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명상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은 인간 삶의 질 향상을 도와주는 Happy Business 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신체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이 함께 하는 것이다. 마음산업시대에, 사람들의 욕망에 주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마음의료시대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수술실적이 뛰어난 병원, 최첨단 장비를 도입한 병원 등.. 경쟁시대의 병원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직접적인 광고와 간접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모두 큰 병이 걸린 뒤에야 치료를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중국의 명의 ‘편작’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큰 형님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명의입니다.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절해서 무병장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둘째 형님은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대처해서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게 합니다. 저는 그런 능력이 없기에 큰 병에 걸린 뒤에서야 치료에 나섭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저를 대단하게 여기지만 형님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합니다.”
1943년 미국 하버드대 학위수여식에서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강조했다.
“미래의 제국은 ‘마음의 제국’이 될 것이다”
미래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시대로 치닫고 있다. 직원의 마음을 사는 것이 경영이고 리더십이라면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미래의료의 아이콘(ICON)은 ‘마음’이며 의료 비즈니스 기회 또한 마음에 있다. 절규하는 영혼과 고통받는 마음의 치유, 그것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을 위해 의료계가 좀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먼저 잡는 자가 의료시장에서도 승리하게 될 것이다. 고객의 마음이 기준이 되는 병원!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승리하는 병원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컬럼 취지 ;
우리를 선하게 만드는 것도 마음이고 악하게 만드는 것도 마음이다.
행복하거나 슬프게 만드는 것도 그것이고, 부자나 가난뱅이로 만드는 것도 그것이다. / 에드먼드 스펜서
p.s : 60년전 사망한 춤의 신, 니진스키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