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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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가 ?
말과 글과 행동 속에 무엇이 있는가?
1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말 속에서 많은 것을 본다. 지식의 양과 질, 극단적인 태도와 당당함, 혹은 비아냥이나 평온한 마음의 태세를 본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와 수준과 가치관이 담겨있다.
사실 모두 비슷한 이야기다, 은유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글도 자세히 관찰을 하면 많은 것을 볼수가 있다. 글쓴이가 전하고자하는 문장이나 의미와 같은 의도적인 것 뿐아니라, 글자와 문장 속에 숨겨져 있는 그의 사상과 태도, 그리고 행동의 성향을 느낄 수 있다.
2
펜싱에서는 검을 주고 받는 공방의 과정을 표현할 때 ‘대화를 나눈다‘라고 말한다. 독립적인 행동이 아니라 상대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펜싱선수에게 준비된 자세에서 가슴을 열어주고
“자. 찔러봐!" 하면 그 선수의 칼 끝은 초보선수처럼 직선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숙련된 선수의 칼 끝은 경험과 훈련에 의해서 상대가 방어 할 만한 지점에 가면 약간의 흔들림과 함께 뱀이 전진하듯이 구부러져 움직인다. 그렇게 아주 짧은 시간에도 두 세 번의 움직임이 있는 지그재그 곡선으로 진행이 된다.
물론 찌르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과 경험이 통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3
어쩌면 모든 것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말하는 단어나 글자 이외에도 그 기호가 연관되어 있고 상징하고 있는 경험과 기억, 태도들이 그 것이다. 기억과 태도는 늘 현실적으로 행동함에 있어서 의도와 관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흔적을 남긴다. 현실 속에서는 사실을 과장되게 하고 변형시키고 왜곡시킨다. 그렇게 생각과 기억, 그리고 상상과 기대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그대로’ 개인에게 수용되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말과 글과 행동 속에는. 행하는 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 이외에도 행하는 사람의 본질과 태도가 숨겨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뜬다는 것은 그런 존재를 깨닫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우리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