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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일 13시 49분 등록
그는 이렇게 썼다.

  ---언젠가, 어떤 여자를---

  언젠가 나는 어떤 여자를 얻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의 여자가 한 살이 되면,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투르고 불안하게 첫 발짝을 떼어놓는 그의 뒤를  두 팔 벌리고 따라 다니리라. 그리고 꽃과 짐승들과 사람들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가는 법을 가르쳐주며 그를 인도하리라. 우리는 굽이치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고 나는 그에게 바다를 가르쳐주리라.  그는 깔깔대며 팔딱거리는 새끼 바다표범인 양 마치 작은 만 안으로 들어가듯이  내 품안으로 몸을 피하여 숨을 것이고 마치 어떤 섬으로 올라가듯이 내 등위로 기어오를 것이다.

  훗날, 나의 여자는 내가 쓴 책들 위로 수그리고 들여다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사물과 사건들을 보지 못하게 가리고 있던 그녀의 그 이상한 실명 상태를 문자와 말들을 통해서 시간 시간 치유해주리라. 나는 한무더기의 잉크 묻힌 종이로부터 공원이, 정원이, 미녀가, 야수가, 끔찍하고 멋진 모험들이, 웃음과 눈물이 솟아나오게 하는 저 마술적인 위력을 그녀에게 불어넣어 주리라. 그리고 나서 마침내 나는 그녀의 손을 종이 위로 인도하여 문자의 근육과 뼈라고 할 수 있는 맺힌 획과 끊어진 획을 긋는 방법을 가르쳐주리라.

  그리하여 밤마다 나의 여자는 내 몸의 오목한 품에 안겨 잠들리라. 왜냐하면 세상에는 인간의 육체가 고독을 견디지 못하여 슬픔으로 죽어버릴 위험이 있는 어두운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나의 여자는 내게 찾아와서 어항 속에 든 물고기처럼, 화분 속에 심겨진 튤립처럼, 내 삶 속에 자리잡고 나의 삶을  살리라. 그리고 나의 삶은 풍성하고 비옥하므로 나의 여자는 아름다움과 정신과 지혜에 있어서  끈임없이 성장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삶은 그녀가 가져다주는 그 과일에 황홀해하면서 이어지리라. 

  처음에는  나의 젊고 힘찬 손이 그의 부드럽고 통통한 어깨를 붙잡아주며 인도해 주었다. 끝에는 메마르고 얼룩진 내 손이 그녀의 단단하고 둥근 어깨에 기대어 의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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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4 10:41:45 *.67.223.107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이란 책에서 
지금까지 독신으로 살고있는 그가 드러낸 속마음입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역사와 지리를 무시한 채
속마음만 달랑 ~ 공중에 매달아 보니............................좀 어색한가 봅니다.
지긋하게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해버리고 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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