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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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변경연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엉뚱하고 융통성 없는 가상 네티즌의 시각으로 꾸며졌습니다.
열손가락으로 세기에는 턱 없이 많은 직업이 있다. 그 중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직업도 있다.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조사를 시작한지가 며칠 안 돼 아직 뭘 연구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그 얘기를 하려면 연구원들의 아지트인 것으로 보이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사이트를 파악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여기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회사 관두고 꿈에 그린 대로 폼 나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이나 자기 이름으로 버젓한 책 한 권 내려는 사람들의 카페인 듯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리가 날고 펭권이 뭘 잡는다고 하더니 요새는 아예 개판이다. 간간이 칼싸움 얘기가 오르내리는 것으로 봐서는 야쿠자 세력도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지지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확실한 물증을 잡는 날에는 그 책임을 다할 것이다. 내 지인 중에는 외모는 그냥 곱상한 아줌만데 국가보안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NSS가 실제로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하여간 고 놈의 연구원에 필이 딱 꽂히게 된 계기가 있다. 그러니까 올 3월말이었다. 공지사항에 ‘6기 연구원 최종합격자 발표’란 글이 떴길래 들어가 봤다. 근디 농부, 씨앗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했는데 잠재태, 가능태- 이런 요상한 단어들이 지나가고 최종합격한 사람들의 면면을 소개하는데 당최 야들의 정체가 뭔지.
면접상 받은
춤의 도사인 아줌마도 있다. 지루박은 너무 티 나니까 발 대신 허리 위로 스탭 지르는 게 요가 아닌감. ‘웨버’는 아마도 자기들끼리 신원 확인할 때 쓰는 암호같은데… 무너지는 팀을 만들라는 조언으로 봐서는 꽃뱀 쪽이 아닐까 싶다. 가끔 혀 짧은 소리로 댓글들 달리는 거 보면 영계들한테도 인기가 있어 보이고. 최근에는 멍멍이 얘기를 매주 내고 있는데 본디 마음은 착한 것 같다. 얘기들이 짠하더라고. 날씨도 덥고 멍멍이 얘기 하니까 갑자기 탕 먹고 싶다.
덩치가 커서 뽑힌 놈은 아마 뽕나무 공급책이 아닐까.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거라면 그거 말고 있겠어. 갸 하는 얘기가 가끔 뽕 맞은 느낌이 들더라고. 좀 사기꾼 냄새도 나고.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 녹취를 한 것 처럼 말하길래 찾아봤더니 죽은 지 몇 십 년 된 사람들이더라구.
내 남다른 감각으로 추측컨대 이 인간은 조직 내에서 꽤 권력을 쥐고 있는 것 같다. ‘은근 카라스마’ 라 하니 타고난 내공과 교태로 사람을 휘어잡고 그래도 안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채찍을 쓰지 않을까. 이 바닥에서는 좀 알려진 여두목인 걸로 추측된다. 혹시 들어봤나? ‘가드레일 리’라고. 조화, 습관, 퇴폐, 짝퉁 등 수시로 이름을 바꾸기 때문에 누군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팔색조의 본능을 펼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맛있는 걸 살 수 있다고 해서 뽑힌 사람도 있다. ‘회사를 쉰다’는 속어는 곧 ‘활동지역을 옮긴다’, ‘맛있는 걸 산다’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한다’, ‘크고 작은 깨달음’이란 ‘크고 작은 실패 끝에 빅 비즈니스에서 작은 사업으로 갈아탄다’ 한 마디로 ‘조직 단위로 하는 빅 비즈니스 정비를 끝내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 개인활동을 재개했으니 기대하라’는 말이지. 이런 난이도 높은 암호를 즐겨 사용하는 걸 보면 생각이 민첩하고 배포도 꽤 있는 걸로 보인다.
‘닭 한 마리’. 아직 이 말의 의미는 풀지 못했다. 수시로 IT 얘기를 하고 스티브 잡스를 무척 좋아하는 인물이다. 최고의 닭 한 마리를 만들고자 밤낮 없이 활동하는데 닭 한 마리가 뭘까. 누구는 ‘성공’이라 하고 누구는 ‘돈’이라고 하는데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언젠가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50대인 줄 알았는데 새파란 젊은이였다. 여린 얼굴 선에 똘망똘망 눈빛을 반짝거리는 인상으로는 닭은 그저 닭이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한 곡조의 긴 울음으로 여명을 알리는 수탉. 자신의 힘으로 새벽을 열고 싶은 수탉 말이다.
이 친구를 보면서
지난달에는 외계인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했더군. 가공할 나의 지력으로 추리해 보건대 그는 UFO를 타고 마실에 바람 쐬러 나왔다가 된통 당한 케이스다. 피부색으로 봤을 때 그는 태양에서 가까운 수성이나 금성에서 왔음에 틀림없다. 열대야에 지쳐 목성 나이트 가서 잠시 놀고 오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꺾어 신은 슬리퍼가 그만 엑셀레이터에 끼고 만 거다. 빛의 속도로 빙빙 돌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꽃들의 소리를 듣곤 한다지. 꽃잎은 외계 생명체의 메시지를 증폭해주는 반사판 역할을 하고. 씨알머리 없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문을 듣고 잠시 숙연해졌다. 사실이라면 팔자에 없는 유배의 길을 접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경수기. 고딩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 그 이름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름 앞에 붙은 ‘청강’은 그녀의 고향이름인가 보다. 푸른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둥지를 틀고 살았겠지. 그녀는 고향의 풍경처럼 매일매일 이슬을 먹고 자랐을거야. ‘청강’이란 호를 뗀 걸 보니 더 이상 고향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갑다. 로봇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경수기. 그녀가 조각배에 기억을 실어 흘려 보내자 로봇은 기억을 거두고 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굵디 굵은 실타래를 토해 낸 걸까.
문제적 인간이 남았군. 부지깽이.
One for All, All for One !!!
그의 이야기는 알 듯 모를 듯, 야릇한 데가 있다. 공헌이라. 연구원의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무엇에 대한 공헌인지 모르겠지만 연구원 각자의 역할들을 모아 맞춰 보면 대략 그림이 그려질 것도 같다.
‘일이 있기 전에 역할이 있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이 관여되는 일에는 역할이 주어진다. 역할은 자리에 따라, 개인의 기질에 따라 달라지지만 하여간 구성원 각자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일이 원활히 진행되기는 어렵다. 전체의 그림속에서 설정된 당초의 포지션은 팀워크가 살면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최종 수비수가 오버래핑을 들어갈 때 미드필더가 그 자리를 대신해 신속히 공간을 메워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