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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5일 11시 56분 등록

칼럼. 함께 느끼기, 共感

당신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중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오니 전화가 울렸다. 올해 우리반 치헌이의 어머니였다. 시험기간에 학부모 부감독으로 봉사를 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몇 달 동안 보아온 치헌이는 특별히 상담이 필요한 아이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모님들은 자식이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항상 궁금해 하신다. 그래서 학교에 봉사를 하러 오시면 으레 담임선생님에게 자식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신다. 그런데 이번처럼 정식으로 상담을 미리 요청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치헌이는 참으로 밝은 아이이다. 우리반 분위기 메이커인데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특히 영어과목을 좋아해 열심히 하는데 영어팝송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운동을 좋아하는데, 체육대회에 씨름선수로 활동해서 자기 몸집의 2배되는 아이도 이겼다. 치헌이가 경기하는 것을 보니 씨름도 그냥 힘이 아니라 기술과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아이들도 뭐든지 적극적으로 하고 밝게 노는 치헌이를 좋아한다. 이렇게 내가 볼 때 진지한 상담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참으로 심각했다. 뭘까?

기말고사 마지막날 치헌이 어머니와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는 처음에 치헌이가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을 꺼내셨다. 물론 나는 내가 느낀 그대로 이야기해드렸다. 그러고 나니 칭찬일색. 그런데 뭐 사실이다. 너무 칭찬만 해주면 신뢰감이 없을 것 같아서 치헌이가 욱하는 성격 때문에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싸운적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신다. ‘엇!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 중에 욱해서 친구랑 싸운 적이 없는 아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데.’ 치헌이 어머니에게 치헌이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지금 시기에 그렇고 싸운 것에 대해 마음에 오래 담지않고 금새 친하게 지낸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어머님이 좀 진정을 하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을 하신다. 사실 자신이 장애가 있다고 그래서 자신은 학교 오기를 꺼려한다고. 그런데 치헌이가 엄마가 학교 오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학부모 봉사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그랬다. 이번 체육대회 때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치헌이가 경기하는 것을 보러 오셨다. 치헌이가 씨름할 때 어머니의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치헌이가 혹시 친구들이 엄마를 놀리는 것을 듣고서 싸우게 된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셨다. 치헌이가 싸운 이유는 전혀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서 치헌이의 학교생활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켜드렸다. 상담실을 나서며 치헌이 어머니는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부끄럽고 창피한데 한편으로는 시원하다고 말씀하신다.

5월 체육대회에서 씨름을 이기고  “ 우리 엄마 정말 이쁘죠.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던 치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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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7.05 12:33:34 *.178.174.197
그 어머니에게 본인의 장애나 약점에 신경 쓰시지 말고
자식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강점에 많은 힘을 실어 드렸겠구나 싶어.
연주샘의 총명함으로 말이야.......
우리가 읽고 있는 책으로 너무 많은 것을 얻어 많은 사람의 힘이 되는구나 싶어.
치현에게도 그 아이의 뒷배경  약점이 어머니의 장애가 아니라는 걸 잘 말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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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20:01 *.203.200.146
어머니에게 힘을 실어드린다고 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는 ㅎㅎ
우리의 공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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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17:21:54 *.145.204.123
본인이 가진 <공감>테마로 칼럼 제목을 이제 잡아가나 보네
똑같은 소재라도 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
그냥의 <공감>을 넘어 뭔가가 남는 게 있으려면 <힉습자> 테마도 더 살려봐
연주 직업이 빛나는 순간이 확 떠오를 것이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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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21:12 *.203.200.146
그죠? 공감을 넘어서...1순위였던 학습자의 테마를 살리는 일~
지금 하는 연구원 프로젝트가 그중의 하나인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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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기
2010.07.05 18:32:03 *.10.44.47
치헌이...
월욜 저녁부터 아줌마눈에서 눈물을 뽑아내는 당돌한 녀석!!
근데 왜 이렇게 든든한 거야!!
연주야!
오늘 네가 별나게 자랑스럽다.
오프때 만나면 뽀뽀라도 해줘야겠다.
아줌마, 이쁜 애들 좋아하는 거 타고난 거라니
넘 징그러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부끄럼많은 연주를 위해 최고로 담백한 뽀뽀로 준비해가야겠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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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22:53 *.203.200.146
그죠 완전 든든한 녀석이죠..치헌이~
치헌이를 둔 그 어머니가 부럽고, 그런 엄마를 둔 치헌이가 그날 내내 부럽더라구요~
치헌이가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건...아마도 치헌이 어머니의 힘이 아닌가해요~
저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ㅎㅎ
아..일단..결혼먼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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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7.05 20:14:22 *.236.3.241
연주랑은 공통의 테마가 둘이나 있네.
학습자, 공감- 어쩐지 잘
통한다 했어 ㅎㅎㅎ
선생님이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君子三樂에 네가 가진 테마가 골고루 들어 있다. 공자님 말씀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구만 ^^ 
적응력과 중요성은 서로 보완 관계가 있어 보인다.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중요성이 기지개를
켜고 나오겠는 걸~~

학습자 :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면 不亦悅乎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공감 :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하면 不亦樂乎아)'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신중함 :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을 내지 않는 것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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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37:30 *.203.200.146
한문 전공인 저보다 적절한 분석~ 완전 훌륭하십니다^^
아마 공자님도 학습자, 공감, 신중함의 강점 테마를 갖고 계시지 않았을까합니다~
중요성이란 테마를 계속 억누르고 있었던 것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 있어서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책을 읽으며 하게되었죠. 자신에 대한 이런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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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7.06 00:48:20 *.129.207.200
안타깝네. 우리 아버지도 장애자. 우리 어머니는 장사꾼.

초등학교때, 친구녀석이 우리 엄마를 놀리곤했지. 난 두 분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어. 강점이라는 것이,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치헌이에게도 아마 나와 비슷한 강점이 있을 듯하다. 그리고, 연주의 강점은 그런 치헌이를 알아보고, 격려해주는 것.

치헌이 어머니와 상담후, 치헌이를 보는 너의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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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44:22 *.203.200.146
아마도 치헌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엄마와 관련된 그런 문제가 있었기에 어머니께서 더욱 염려하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이 반의 구성원들이 좋고 아이들도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놀림은 없는 것같아요.

전 사실..체육대회날 치헌이가 우리엄마 정말 이쁘죠 할때 부터 저런 아들있었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ㅎㅎ 그런데 이번에 상담을 하고 나니 더욱 훌륭한 녀석이라고 생각을 했구요~
치헌이 엄마가 치헌이가 제가 좋다고 했다는데...이유가.."담임샘은 누굴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좋아요"라고 했데요 ㅋㅋ 편애를 안한다는 의미인 것같은데 완전 웃겼죠. 반대로 내가 너무 표현을 안하나 싶기고 하고 ㅎㅎ
어쨌거나...치헌이가 엄마의 장애를 인식하면서 엄마를 배려하는 것이기때문에 혹시 겉으로는 밝지만 혹시 속으로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엄마앞에서는 억누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학교 상담샘께 상담을 부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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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7.06 21:47:55 *.34.224.87
공감...나의 제 1 테마.
학습자도 나에게 있지..우린 2개나 같구나...ㅎㅎ

신중함, 적응력, 중요성도 읽으면서 나에게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
지금의 네 상황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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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7.07 09:49:34 *.203.200.146
아하..오빠의 제1테마가 공감이구나..결과가 완전 공감되네요 ㅎㅎ
끼워맞춰 보니 5개의 테마가 모두 저의 특성이 맞는 것같아요.
작년에 검사결과를 보고는 갸우뚱했는데...책을 찬찬히 뜯어읽다보니 다른 인식이 생기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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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10:40:31 *.106.7.10
연주의 5테마를 보니, 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너의 테마와 잘 어울리는 좋은 분야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연주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또한 추가로 분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할이라는 이야기, 우리 둘다 명심하자 ^^
자신과 잘 어울리는 분야에서 멋진 역할 기대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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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7.08 12:36:20 *.154.234.5

연주, 5가지가 바로 너네.
이의 제기할 사람 없을 듯.ㅋㅋ
너랑 우성이랑 연구원 전체모임 끝나서 같이 오는 차에서 난 느꼈지.
둘은 공감 테마가 있을 거라고..ㅋㅋ
그래서 부러웠지.
매력적인 사람들이니까...

포커싱만 잘하면 네 인생 금방 꽃피겠다.
그나저나 그 둘은 나에게 왜 동네 맛집에서 쏠 기회를 안주는겨?
내가 콜해야돼?
그대들이 숙제하기 바빠 배려하는 내 마음을 모르는겨?
공감 안해주네. 참말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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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7.09 21:02:44 *.34.224.87
우헤헤헤 벵곤이 웃긴다..징말...ㅎㅎ
우찔까..공감 못해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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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7.08 19:05:03 *.154.57.140
공감.. 부럽다... 나의 약점 중 하나가 사실 공감이다.
나 스스로의 세계에 몰입하기를 좋아하고, 한번 몰입하면 거의 정신을 못차리는데.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공감과 소통에 많은 애로점을 겪는다는 점이다.
나에겐 바깥 세상을 보는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들이로군.. 연주, 상현, 우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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