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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5일 17시 53분 등록
美人薄命 (미인박명)

훌륭한 스포츠 선수들의 얼굴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주 잘 생기든지 아니면 아주 아주 개성있게 생겼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아주 단순한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유를 들어 설명하곤 한다.
 아주 잘생기거나 웃기아이에게 좀더 주의나 관심 그리고 배려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 교사 뿐아니라 모든 종류의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이런 행동은 학습자의 성과와 태도에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 그래서 주의를 요구한다.
곁에 서 있어 준다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거나, 눈을 맞추어주고, 틀렸을 경우에 ‘앉아!’ 하지 않고 ‘그게 아니고말야~’ 질문을 재구성하여 답을 맞출 수 있게 해주는 것 등등,,,  그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편견과 독선일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에서 그것은 학습자의 성장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보통 사람으로서 우리는 아름다운 것, 그리고 특별한 것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코칭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잘 생기거나 특이한 학습자가 더 많은 관심과 지도를 받게 된다.  교육학에서는 교육격차를 불러일으키는 교사의 요소로서 절대적으로 주의를 요구하지만, 사실 그것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인간의 성장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잘생기고 개성이 특별한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질투와 시기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외모에서 뿐만 아니라 내적인 능력과 가치관에 있어서도 유능한 사람들의 경우 이와 상당히 유사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나 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나  행동이 그런 것이다.   
 
美人薄命 (미인박명)이나 紅顔薄命 (홍안박명)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미인박명이라고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홍안박명이라고 한다.) 얼굴이 아름다운 사람이든, 얼굴에 붉은 분을 칠한 사람이든 삶이 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이말은 진화한 인간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든, 심리학적 추론을 통해서 보든 오늘 날에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사자성어이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타고난 운명이라기 보다는 미묘한 인간 심리가 작동하는 사회적 태도와 행동의 한 단면이다.  오늘날에도 외모가 탁월한 아이들은 사람의 눈에 잘 띄어서 손을 타기 때문에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시절에는 보호와 배려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재능과 소질을 가진 인재들도 같다. 조직에서 일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늘 시기심에 찬 입소문과 끊임없는 유혹에 시달린다.
 
이렇게 보통의 범주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탁월함으로 존경받는 흠모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우월과 독선으로 폄하되는 왕따당하는 독불장군이 된다. 그들은 동일한 행동을 놓고 완전히 상반되는 극단적인 한 종류로 취급받는다.  이 말 뜻은 그가 충신인지 역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그의 능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언제 부터인가 말을 딱부러지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온집안 사람이 목소리가 크고  싸우는 것 같은 데, 나는 시합이나 노래 부를 때를 제외하고 목소리도 아주 적다. 그리고 즐겁거나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늘 눈치를 보며 표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건방지게...’ ‘어디서 고개 빳빳이 들고’ ‘잘난척하고 있어...’ ‘독불장군은 없다.’ 
코치없이 어렵게 운동을 하고, 든든한 배경이나 후원자가 없었던 나는 늘 그 비빌 언덕을 그리워했다. 내가 어떤 좋은 일을 해도 불만이고, 심지어 아무 짓도 안하고 있어도,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기분나쁘다는 억울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코치가 되고 상사가 되었을 때에 나는 나 자신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 반대급부의 행동을 하게 되었다.  나는 냉정하지만 명확한 판단으로 무작정 편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분명한 판단이 서면 절대적이고 확고한 지지를 하는 태도를 보인다.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하고 일관된 나의 태도와 행동 기준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재능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특별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그 배경이 되는 사고방식과 행동특성들도 특별한 것이다. 그것들을 존중해 주고 보호해 주지 않으면 그들은 파행적인 성향을 보이고 급기야는 몸도 마음도 병들어 간다. 

나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코치였다는 것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갖는다. 그러나 나는 재능만 국가 대표이기를 원치 않았다. 인격이나 매너도 국가대표이기를 원했다. 나는 그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쥬’라고 생각한다.  책임이나 의무를 소홀이 하면서 권리나 보장만을 요구하는 선수나 코치들을 나는 인정하지 않았었다. 성실한 훈련과 지켜야할 약속의 준수가 국가대표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행하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재치있게 인터뷰를 잘하고 유모어스럽고 폼나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그리고 어떤 위기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렇게 불굴의 정신을 갖는 것이 진정한 사명감이고 자긍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재능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되도록 연공서열이나 나이를 무시했다. 그 대신 그 권한 만큼 책임의식과 사명감도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하루에 일억을 버는 사람이 날마다 라면을 먹고 사는 것을 잘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짜장이다.  나는 부자를 존중한다. 그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엘리트 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돈쓰는 법을 모른다면 존경하지도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지도 않는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가짜 부자라고 한다. 고급시계나 명품만 가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도 가짜가 많다. 그가 돈을 버는 탁월한 재능이 있을지는 몰라도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가짜부자일수록 이런 점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다. 늘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나는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현역인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네가 시합에서 금메달을 몇 개를 땃느냐는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네가 훈련과 약속에 충실한가 만으로 너의 인격을 판단하고 존중한다. 그것은 네가 선수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훈련과 약속에 당연히 충실해야만 한다. 만약 그게 싫다면 칼을 놓아라. 그렇게 하면 나는 너의 업적에 대해 경의를 표할 것이다.” 

남과 다른 빼어난 아름다움이나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그 자체로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쥬'는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짜와 형식적인 것들이 판을 치고 진짜는 매말라 죽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물론 본인들은 남과 다름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성실함과 예의바름으로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태도도 성숙한 사회의 태도는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질투나 시기심일뿐이다.

'얼굴이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도, 그리고 아무리 돈많은 부자도 화장실에 가고 방귀를 뀐다, ' 그렇지 않은가? 

재능있는 사람이나 돈많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을 통해서 그 사람과  사회의 성숙함을 알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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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7.15 18:02:04 *.221.232.14
글을 보면서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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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7.15 18:27:26 *.10.44.47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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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7.15 19:31:56 *.197.63.9
근데 ... 갑자기...  방귀가 나오네. 뿌웅~~~~  실은 나도 걱정야, 절세 가인들이 명이 짧다는 속설에. ㅎㅎ

다시 돌아왔다. 마에스트로 백!  사랑이 묘약인가? 오늘 글은 간만에 신발 내린 것 같당. 휙휙 날린다! 좋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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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7.15 21:01:58 *.131.127.50
써니야,,, 
나, 내일 새복 부터라도 바캉스 트레이닝 해야 쓸랑갑다.

그런데 보름만 해도 갈매기살이 생기까?
 원자력병원 방사능실에 가야되나..
헐리우드가서 헐크꺼 빌려와야 되나...

아,,, 써니야,, 이말 안할려고 했는디...
너 그거해라.. 단군프로젝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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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05:10:15 *.72.153.58
아. 나는 오래 살겠구나. 하하하하. 잘됐다. 오래 살고 싶었는데.
백산님 여전히 착한 몸매여서 걱정이네요. 하하하.

회사에서는 미인박명이 좀 심하죠.
"일찍 승진하는 놈 일찍 나간다."라고 대 놓고 이야기하죠. 요기에는 '사람'이라고 안하고 꼭 '놈'이락 해요. 시기와 질투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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