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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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회복하고 열정을 재창조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삶의 완성된 순환고리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과 사랑도 놓아버려야 한다.
- 아나이스 닌
비 오는 날 아침의 섹스. 육중하고 견고하게 둘러쳐진 일상의 벽 사이로 탈출구를 마련하고 싶을 때 이왕이면 그 장면이 나의 개구멍이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 비, 아침, 섹스- 그 모든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의 조합이다. 천지에 깔린 물이 하늘에서 떨어질 뿐인데 빗방울은 보이지 않던 세계를 열어 보여주곤 한다. 이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겹쳐진 느낌이랄까. 중첩된 세계에서는 물들여진 빛과 음향이 음유시인처럼 속닥거린다. 빗방울에 빗방울이 겹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몸은 느슨해지고 감각은 촉수를 꼿꼿이 세워 주변의 풍경을 발빠르게 훑는다. 명상이나 요가를 해 본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의 느낌이 수행할 때와 비슷한 감각상태라고들 한다.
군 시절 초소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다가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일수를 계산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연중 강수일수(눈비 포함)는 평균 118일이다. 2010년 기준으로 휴일은 113일이고, 1주일에 한 번 그 일을 치른다고 쳤을 때 비율은,
32%(118/365)*31%(113/365)*14%(52/365)=1.4%*365일=5.1일
그러니까 직장인이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모닝 섹스를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은 일년 365일 중에 고작 5일인 것이다. 채 일주일이 되지 않는 일상의 황홀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고백하건대 그건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군바리의 어림셈임이었다. 수 많은 변수들을 평균의 값으로 속박한 수학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연애를 하고 결혼생활을 해 보니 비 오는 날의 모닝 섹스라는 건 하나의 로망이다. 로망은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꿀 때 그 욕망이 높다란 가리막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도록 팔랑팔랑한 장대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을 설정한 것부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마음이 중요하지 상황이 문제인가.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폐해는 사고를 경직시킨다는 데 있다. 습관은 어느새 규칙이 되어 정해진 패턴대로 생각하고 만나고 관계 맺게 한다. 패턴이 고착화되면 전환을 이루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닝섹스에 대한 계산법은 일탈을 꿈꾸기는 하지만 사고방식은 角 맞춘 일과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당착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 상황은 내면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데 변화의 대상인 기존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함으로 인해 로망은 로망으로 남는다.
당신이라는 江이 있다. 그 강이 지나온 길은 제각각이었지만 강은 돌부리를 만나면 비껴서 흘러가곤 했다. 한번쯤 그 돌부리를 범람해 보는 것은 어떤가. 당신은 그것을 통해 터닝포인트를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적어도 로망이 로망일 뿐인지 확인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장마는 일년 중 강우가 집중되는 기간으로 7월말까지는 쭉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글을 읽으며 나는 모닝섹스보다 모닝편지를 염두에 두며 읽게 되었다지.
겁없이 무찔러 들어오는 듯한 이런 활력을 주는 글들이 좀 있어주면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서 말이야.
많은 직장인들이 우리 변경의 모닝레터를 받는데 글들이 여성취향적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흐름이 밍근하게 흘러가는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해 보며...
내가 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읽은 건가? ㅎㅎㅎ
어쨌거나 어? 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 특히 좋다고 생각됨. ^-^*

약하다... 제법 괜찮게 분위기를 잡았지만, 삽입도 제대로 못해보고, 사정해버린 그런 느낌이다. 지대로 된 오르가즘을 기대했는데...좀 허탈하다. (아니 사실은 많이 허탈하다 ㅋㅋ)
결국 멋적은 사내는 시계를 연신 쳐다보며, 출근시간을 핑계삼아 허겁지겁 바지를 걸쳐 입는다. 도망치듯 현관문을 나선다. 아침도 거른채. 로망을 꿈꾸었지만...
대부분 첫 경험은 그렇게 허탈하게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만다.
그치만, 괜찮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니까. 누구는 날 때부텀 잘한 놈 있스까?
더구나 너 솔찬히 굶은 놈 아니냐. 가물가물할 법도 하다.
그치만, 그 용기가 좋다. 이제 넌 총각 아니다. 남자다.
괜찮은 전환의 출발이다.
나도 해보고 싶다. 비오는 날... 모닝섹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