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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9일 10시 43분 등록
일주일 내내, 선생님의 물음이 맴돌았다. 몇가지 생각을 해보다. 연구원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리라.가 첫번째다. 바쁘면 바쁜대로 과제는 빠짐없이 하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해본다. 엉뚱하게도 '더 가르칠것이 없다. 하산해도 좋다'를 떠올려 보았다. 당시 선생님의 질문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그건 사실이다.  변경연의 연구원 제도를 안것은, 선생님의 저서 코리아니티를 보고서다. 연구원 활동은 3기서 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원이라고 하면, 보안시스템이 완벽한 곳에서 학력이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미리 단념했다. 홈페이지에서 연구원 모집 공고가 떴다. 모집 요강을 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대단한 경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바꾸고자하는 욕망이 있으면 그것이 전부다. 커리큘럼은 주어진 책을 읽고, 리뷰와 칼럼을 쓰며, 매달 오프수업에 참석한다. 특히나, 책의 목록을 보았을 때, 이것은 꼭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그전까지 나의 책읽기란, 경제, 경영서 위주가 대부분이었다. 읽는 것이 이 모양이니, 글을 쓸때도 호흡이 짧다. 조각 내용들을 이리저리 깁어서, 내용을 만든다. 이렇게 오래 쓰다보니, 그 나름대로 스타일이 생겨서, 독자도 생겼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내 글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저수원이 없다.'는 컴플렉스가 있다. '저수원'이란 텍스트의 보고寶庫다. 출판업계 사람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높이 평가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란, 화두를 던져주면 고구마 줄기처럼 콘테츠를 뽑아내는 능력이다. 난 그 능력이 '고전읽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예상했다.
 
연구원 활동을 하는 지금, 책 읽기는 정말 좋다. 연구원이라는, 자율적인 강제성?이 없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을 사서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전이란, 화장실에서 밑을 닦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읽기는 읽어야 하는데, 마음 잡고 읽어내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언제 내가, 러셀의 천페이지짜리 철학사와 칼융이며, 이순신을 읽겠는가? 올해 읽는 50권의 책은 내 나머지 인생에서 울궈먹을 수 있는 저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좋다. 일상의 소소한 내용을 고전이라는 렌즈로 보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고전이라는 풍부한 이야기 창고가 필요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연구원을 지원한 1차 이유다. 순전히 책읽고, 글쓰는 것이 전부다.  
 
몇개월 사이, 일들이 많았다. 일주일 사이에 반도의 극과극을 왔다갔다하고, 새벽까지 춤 추고, 노래하며 이야기했다. 동이 틀때즘 잠들어서, 동이 트자마자 일어났다. 직장생활과 장사만 하던 나에게는 큰 환경의 변화다. 횡성 면접 여행을 가서 잘 놀았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보니, 기쁨과 실망이 교차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면접에서는 떨어졌다. 발표날, '누가 떨어졌나 볼까?'라고 생각하고,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나 자신이 떨어졌다. 그때서야 분위기 파악을 했다. 연구원 활동이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이라는 것. 동료 연구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코멘트 해주어야 나도 코멘트를 바랄 수 있다. 그 코멘트는 나의 좌표를 더 분명하게 해준다. 균형을 잡으며, 엉뚱한 노력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  연구원 활동의 핵심은 책읽고, 글쓰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을 연구하는 것이다. 연구원을 통해서, 나를 연구하기다.
 
불과, 몇개월만에 상태는 좋아졌다. 나는 심히 약한 사람이지만, 어디선가 여러 동아줄이 나를 지탱해준다. 쉽게 의기소침해지지도 않고, 생각과 선택의 여지도 많아졌다. 지식이 작동해서가 아니다. 연구원들의 코멘트가 나와 상황을 명료하게 해주었다. 명료함은 강함이다.
 
선생님의 그 물음, 연구원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함을 말씀해주신다. 그것은 how to live를 읽으며, 정리가 되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언젠가 출판사 사장님의 말씀을 들었다. 책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초보 저술가는, 이것저것 다 쓸려는 욕심때문에 책을 못쓴단다.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 콘셉이라고 말씀하셨다. 더불어서, '버린다'는 것은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게 내버려두는것,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은 고통이다.
 
그런데, 가치관을 버리고, 바꾼다고 할때, 유독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볼까? 흔히, '변하고, 놓아버린다'고 하면, 돈에 집착했던 사람이 이제는 돈 보다는 더 가치 있는 일로 방향을 바꾼다는 내용이 많다. 왜 그 '끝'이 꼭 돈이여야 하는가? 이 부분에서는 혼란스럽다. 한국 사회는 돈많은 사람을 안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부자들'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인이 부자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정치와 종교,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왜냐면, 이들 모두 다수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자라고 표를 두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신도를 모으기 위해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드라마 작가는, 시청률을 위해서 가난한 젊은이가 버릇없는 부자에게 맞짱뜨는 장면을 줄창 써댄다. 

돈은 성적표다.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가치가 있는 것에만 돈을 낸다. 처음에는 속을지 몰라도, 두번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돈을 지불한다면, 상품이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지금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목표다.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도대체 연구원 왜 지원한 것이냐? 나답게 장사하기 위해서다. 닭집은 많아도, 나다운 닭집은 없다. 책과 글과 사람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내 사업에 넣을 것이다. how to live에서 말하는 변환은 아직까지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면, 난 아직까지 쥐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장사 3년차인데, 무엇을 이루었겠는가. 지금부터 시작이다. 쥐어본 적이 없기에, 놓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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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7.19 11:58:31 *.192.234.192
오늘이 복날이라서 네 생각이 났다. 
복많이 받아서 대박쳐라.ㅋㅋ
난 멍 먹으러 간다.ㅋㅋ
한가할 때 가줘야 예의인 듯해서 복날 지나고 함 가마.
그 전까지 사부님의 질문에 답해라.
난 답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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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9 12:20:31 *.145.204.123
" 도대체 연구원 왜 지원한 것이냐? 나답게 장사하기 위해서다. 닭집은 많아도, 나다운 닭집은 없다. 책과 글과 사람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내 사업에 넣을 것이다."

그래 인건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의 일을 버리지 않을이상
연구원과정에서 우리가 얻을수 있을 가장 고귀한 선물은 아마 자신의 일에서 나타날 것 같다.
그리되면 책한권 나오고 안나오고는 중요하지 않을것 같다. 
너다운 사업가, 나다운 연구자, 우리가 갈길이다. 그지?
 나도 간절히 그것을 원하고 있다.
림보상태에서 빠져나와 전환으로 들어서는 것~~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나도 그거야
 
오늘 진짜 복날이네..... 대박에 한표 더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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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7.19 12:41:50 *.236.3.241
『닭들에게서 희망을, 사람에게서 공감을』
네 미래의 자서전 제목으로 함 생각해 봤다 ㅎㅎㅎ
너희집 가서 숟가락 하나 더 얹었으면 좋았을텐데,
복날에 고생이 많구다~~

부자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너의 포부에 응원의 한 표를 던진다!
닭을 통해 모은 희망을 아낌없이 발휘할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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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7.19 17:21:15 *.221.232.14
인건아...
돈벌고 싶지? 돈은 성적표다.. 나 학교 다닐때 점수도 석차도 성적표였지...
돈 벌면 뭐 할래? 돈 벌어 어데다 쓰고 싶은거지?
아님, 돈 버는 거가 너한테...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잘 살고 있다는 지표일까?
돌고 도는 게 돈이라던데.. 돈이 어디로 흘러와서 어데로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돈이 거쳐가는 동안 사람들이 달라지지... 누구는 에너지로 쓰기도 하고
누구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데 사람들은 돈 버는 일에 너무 관심이 많아... 사실 돈 벌어 어데다 쓸건지가..
'구본형 아저씨, 돈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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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7.24 03:44:23 *.129.207.200
언젠가 재테크 강의를 들었지요. 강사가, 통장에 목표나, 이름을 붙여놓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결혼3주년 기념 여행 통장, 크리스마스 파티 통장, 가족 외식 통장....

제가 돈 버는 이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지요. 사업은 소비자의 무지無知를 먹고 삽니다. 정보가 새나가면, 단가는 떨어지지요. 차별화하고, 유니크한 것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에요. 유니크해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요. 돈은 못벌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식이 남지요.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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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7.19 18:42:34 *.30.254.28
나답게...
그 안에 모든 답이 있구나.
그래...나도 생각해본다.
연구원을 지원한 이유,
그리고,  '나답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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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07:54:04 *.10.44.47
언젠가 네게 말한적 있지?
'산업화 단계' '민주화 단계' '선진일류국가진입 단계'..
역사를 보는 관점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현대사의 키워드로 손색이 없는 세 단어가 아닌가 생각했다.
윌리엄 브리지가 말한 전환의 세단계에 대입해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국가의 테두리안에 사는 우리의 삶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연구원 수련'은 이 세단계중 어느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과정일까?

생각해보면 네 답을 구하는데 약간의 힌트는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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