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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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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일 23시 33분 등록

연구원이라는 이름의 여행 / [8-1 컬럼]

여행은 좋은 것이다. 더 멋진 말로 첫 문장을 쓰고 싶었지만, 그저 ‘좋은 것’이라는 표현 외에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부러운 사람들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다. 늘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나에게도 내세울만한 좋은 여행의 경험이 한번은 있었고, 그 경험이 지금의 연구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마 2007년 12월이었던 것 같다.‘익숙한 것과의 결별’1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오면서 을유문화사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홈페이지에 여행을 함께 하고 싶은 메시지를 쓰면, 추첨을 통해 ‘구본형 소장님과 함께 하는 남도 2박3일 무료여행’을 시켜준다는 기막힌 내용이었다. ‘무조건 당첨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탓인지, 출판사 직원들‘삼겹살 회식’을 해드리겠다는 전략적(?) 진심이 통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행에 당첨되어 남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2008.2.29(금)~3.2(일) 까지 구본형 선생님과 사진작가 윤광준 선생님, 그리고 출판사 직원들, 처음 만나는 약 15명의 구샘 매니어들과 2박3일을 지내고 왔다.  

강의장을 제외하곤 그때 스승님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만나게 되었다..마치 짝사랑하던 연인을 만나듯 설레임의 연속이었다. 스승님은 내가 가져간 책에 ‘우성에게, 그 기타, 그 노래’라고 적어주셨다. 남도여행을 다녀온 뒤, 난 남도의 바다를 생각하며 ‘숨쉬는 바다’라는 노래를 한달 만에 만들었고, 여행모임이 계기가 되어 지금도 구성원들이 가끔씩 만나고 있다. 구성원 중 일부는 꿈벗이 되었고, 나는 연구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7.30) 저녁, 신촌에서 다시 전체모임을 가졌다. 이제는 사부님이 되신 스승님과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흥겨운 이야기와 술자리의 건배가 이어졌다. 정식 연구원이 된 나는, 몇 사람으로부터 계속 같은 질문을 받았다.  

“왜, 연구원을 하느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6기들과도 깊게 나누지 못했던 물음이었다. 경숙 누이가 올린 컬럼을 읽으며 연구원을 왜 하는지, 나의 연구원 응시이유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첫째, 인생 단십백!

장영희 교수가 쓴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는 ‘인생 단십백’ 이야기가 나온다. 한 평생 살다가 죽을 때, ‘단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 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백 권의 좋은 책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존경했던 구본형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내가 연구원 응시를 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둘째, 놀고 배우고 사랑하기

2010년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6기 연구원을 모집합니다.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슬로건! 서로가 서로에게 훌륭한 스승이고, 성장파트너가 된다는 연구의 방식. 그 유혹적인 슬로건에 깊이 공감하고 마음은 무장해제 당했다. 그것이 내가 연구원을 응시했던 두 번째 이유. 

셋째, 후회하지 않을 선택

연구원이 소화해야 할 분량, 제시된 책의 수준이나 배움의 방식, 형태, 투자해야 할 시간, 과정의 혹독함 보다는 스스로 준비해야 할 내면의 여유 부족 등 그동안 응시를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이유에 더 이상은 지기 싫었다. 남은 삶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며 살자.. 그것이 연구원으로 응시하는 세 번째 이유였다. 

변경연 연구원은 ‘인생 단십백이 모두 실현될 수 있는 곳이라 여겼다.‘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그 질문의 답을 찾아 헤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연구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생의 의미를 묻는 질문은,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다. 과연, 연구원이라는 이름의 제법 긴 여행을 마치게 되면,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어차피 여행은 또 다시 이어질 테니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방견문록을 읽으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더욱 커져갔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스승님과 동기들이,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 더군다나 꿈같은 그리스의 여행이라니..와우!.... 그러나 나는 내 삶의 최종 책임을 져야 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심사숙고했고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으나 최선의 선택을 했다. 스승님 말씀처럼 두려움이 있긴 했지만 두려움이 기반이 된 선택은 아니었다. 주도적인 삶을 살겠다는 목적이 기반이 된, 의지의 선택이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단 하루도 나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나뿐인가! 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여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린 모두 여행자니까..스승님은 꿈벗 모임을‘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하셨다. 연구원 이라는 이름의 여행, 결코 쉽지 않은 먼 여행이다. 혹시 모르지, 책 속에서 운명과도 같은 하나의 문장을 만나고,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법, 내 인생과 화해하는 법을 배울지도 모른다. 그래,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여행은 지도가 정확한지 대조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아,,콜롬부스는 제외다. 그는 동방견문록의 지도가 정확한 지 확인하기 위해 출항을 해서 아메리카를 발견했으니까.) 그렇다고 마르코 폴로처럼 미지의 대륙을 호기심의 눈으로 보는 것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내 안에 감춰진 ‘나’를 탐험하는 시간, 나에 대한 신비를 탐험하는 여행을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연구원을 하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은 혼자서 가기에는 버거운 길이다.. 혼자서도 갈수는 있겠지만 재미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예쁘면 뭐할까?  감탄하고 기뻐할 친구가 함께 있어야 맛이지..그래야 멀리까지 재미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 말씀처럼, 우린 자유가 그리워 집을 떠나고, 길위의 자유에 지쳐 집에 돌아온다.
돌아올 곳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잘들 다녀 오시라..연구소는 우리가 지킬 것이니..ㅎㅎ 

불타는 8월의 시작!
‘연구원이라는 이름의 여행’은 이제 그 절정에 달했다.

여행은 편견, 고집불통, 편협한 마음에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여행은 꼭 필요하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폭넓고 건전하고 자비로운 관점은
평생 동안 지구의 작은 구석 한 곳에서 서식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으니까.
-마크 트웨인-

 

IP *.34.2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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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8.02 01:23:34 *.212.98.176
아무 말도 필요 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냥 목 놓아 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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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04 12:05:37 *.186.113.165
댓글 한 자, 한 자마저도... 홍수지난 냇가에 다시 징검다리를 놓듯.. 조심스럽습니다.
조바심나던 여행, 그리고 연구원을 왜 하고 있는지.. 다시 되묻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프다는 것 말고, 서로에게 배운다는 말의 뜻을 묻고 있습니다.
길에서 길을 묻고, 정작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 조차도 모르면서...
갈 곳만을 물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너무 앞만 보고..바삐 길을 재촉해왔던것은 아닌지..
암튼... 늘 형이 있어 좋습니다. 저 무지랭이..상현이도... 같이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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