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연주
- 조회 수 278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칼럼: 승우는 여행중~
“오늘 나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내가 빠져 있던 깊은 잠과 대지가 안락함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저 높은 곳’의 삶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임을 발견했다. 난 내가 원하는 만큼 새롭게 또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내 팔이 충분히 자라나, 내가 태어난 대지를 넉넉하게 감싸안을 수 있을 때까지.” -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지금도 가끔씩 네이트온으로 말을 걸어오는 승우는 중학교에서 처음 담임을 했을 때 우리반 모범생 준연이의 절친이었다. 준연이와는 다르게 공부를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승우를 처음엔 의아해했다. 정말 수업시간에 딴 짓도 안하고 열심히 하는 것같은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우가 우리반 준연이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할말이 있다고 해서 의자를 내주었는데, 그때부터 승우가 약 1년반 동안 얼마나 힘들게 학교생활을 아니 모든 생활을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우리반 상현이라는 아이에게 2학년때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현이가 어떻게 승우를 괴롭혀 왔는지 듣는데, 처음엔 승우가 불쌍한 것보다 상현이란 아이의 악랄함에 치가 떨렸다. 내가 상현이란 아이의 가면에 속고 있었다는 것이 더 분했다. 2학년 때부터 조금씩 괴롭히던 수위가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점점 더 심해져서 더 이상 승우가 견뎌내질 못했던 것이다. 승우는 절친인 준연이에게는 괴로움을 털어놓았는데 준연이의 권유로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승우의 이야기를 듣는데 왜 승우가 몸에 상처가 많았는지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을 하지 못했지 하나 둘 이해가 되었다. 승우는 어머니가 안계셔서 아버지가 일을 나간동안에 초등학생 어린 동생을 돌보며 집안 일을 하는 착한 아이였다. 상현이는 승우의 사정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해 주로 돈을 요구했고 자기가 원하는 돈을 얻지 못하면 승우를 계단에서 밀어서 굴러 떨어지게 했고, 심지어는 집으로 찾아가 과도을 들고 초등학생 어린 동생이 있는 가운데 승우에게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담배를 피어 학생과에서 지도를 받을 때 쓰는 반성문도 승우에게 쓰라고 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상현는 학생과에서 지도를 받았다. 승우에게 피해금액을 돌려받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과에서 상담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때 내가 기억하는 승우는 착하지만 항상 우울하고 부정적인 아이였다. 승우의 그런 어두운 면이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상현이의 1년반동안의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를 치료하지 못하면 승우가 성장하는 데 많은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승우는 2번만의 상담 후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더니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져서 다닐 필요가 없다고 의사선생님도 이상이 없고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지속적인 내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안타까웠지만 담임도 아닌 내가 개입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졸업식날 승우가 찾아와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멋진 고둥학생이 되겠다고 말하고 웃으며 돌아갔다
.
그리고 3년이 흘러 승우는 고3이 되었다. 승우의 절친인 모범생 준연이는 학교에서 S대를 목표로 하는 특별반에 들어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승우는 가끔씩 나에게 말을 걸며 자신이 술을 마시며 놀았던 이야기(그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해서 이녀석이 대학생이 된 줄 착각했다), 학교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그리고 내가 꿈이 무엇이냐? 대학은 갈꺼냐? 무슨과를 가고 싶냐?고 질문을 하면 어느 것 하나도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수능 공부를 하려고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벌써 여름인데 몇일전에도 여전히 수능공부 이제 해야죠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승우의 무기력함과 열정없음이 느껴질 때면 중학교 시절의 충격이 여전히 그녀석의 자유로운 여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당시 승우가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한 것으로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상처를 더욱 말끔하게 치유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낭만 선생님!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부터 찾아야 될 것 같은 생각이네요
그 다음 그것들에 반응하는 그의 표정과 태도 속에서 진짜 승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혹은 그런 것과 부합되는 목표를 ?
남들이 다 가니까, 또는 다들 그렇게 대답하니까... 선생님의 물음에 표준으로 "방송용 멘트" 처럼
대답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거 같은데요...
승우가 선생님이 기대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 선생님 고마우니까, 선생님이 좋으니까... ^^
어떤 처방을 내려 줄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