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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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27 -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
<이스탄불>은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1952~)의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이다. 이글은 2003년에 출판되었다. 이미 7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한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밝히기 위해 쓴 글이다. 앞날이 환한 작가가 허위나 가식이 없이 자신의 삶과 추억, 은폐하고 싶은 어두운 열등함과 피폐와 심연의 도시인 고향 이스탄불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은 앞길이 창창한 위대한 작가의 때이른 회상록을 염려하기도 한다.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 변방 이스탄불에 대한 비애가 바탕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스탄불의 영욕의 역사가 그의 50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오르한 파묵
오르한 파묵은 지금도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에 항상 같은 곳에 , 더욱이 50년간 항상 같은 집에 사는 것에 대하여 그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의 어머니는 슬픈 표정으로 항상 “밖에 좀 나가렴, 다른 곳으로 가렴, 여행을 떠나거라”라고 말하곤 했단다. 그러나 그는 항상 같은 집, 거리, 풍경 그리고 도시에 매여 살며 바로 이 이스탄불에 대한 예속감에서 도시의 운명도 사람의 성격이 된다고 말한다.
그가 태어난 1952년, 이스탄불은 나약하고 가난하고 변방이자 오스만 제국의 몰락의 정서와 가난과 폐허가 부여한 슬픔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의 생애 또한 도시의 운명과 같이 우울한 것이었다. 그는 자라나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다가 중도에 그만 두고 작가가 되었다. 그는 조국 터키와 이스탄불이라는 시공간이 어떻게 그에게 작용했는지 악착스럽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불행하고 모순적인 가족의 이야기, 아스라한 첫사랑의 추억,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는 형과의 싸움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감정을 마구 헤집고 들춰가면서 글을 썼다.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시작되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한 삶의 경험들이 나의 생각으로 변하게 되며, 나중에는 중요한 기억으로 저장되어 다시 나의 말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오르한과 이스탄불에 대하여 설명했던 것을 그의 기억처럼 받아들여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나는 한때 그림을 그렸고, 이스탄불에서 태어났고, 이스탄불에서 자랐으며, 그럭저럭 호기심 많은 아이였고, 그후 스물두 살에 어떤 이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에는 자신의 목소리와 꿈이 담겨져 있지 않다. 따라서 위험하지도 않고 매력도 없다..
그는 이 자전적 에세이를 거리를 둔 미화된 이야기체가 아니라 자신의 자아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엄중함에 드높은 자존심을 뒤섞어서 빽빽하고 깨알같은 글씨로 엮어 놓았다. 이 묵직한 책에서 그의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그리고 현재까지의 자신을 아프게, 때로는 행복하게 서술하고 있다. 영혼에서 일어난 것들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기억하여 그것들을 의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로 쓰려고 하는 쉰 살 먹은 작가의 말이다. 유명한 터키 사진작가의 이 도시에 대한 갖가지 사진 200여점, 스스로 찍은 사진 , 흑백사진 속의 이스탄불 변천사 또한 같이 담고 있다.
어쩌면 비애의 정서가 담겨있는 풍경과 글이어서 더욱 애틋하고 이름다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해주었고 기억하는 삶이 기록된 후에는 또 다른 삶, 새로운 두번째 삶이 준비되어 있을지 모른다.
작가는 독자에게 부탁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두 번째 삶은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책 뿐이다.
아, 독자여. 이는 당신의 집중에 달려있다.
나는 당신에게 진솔함을 보여줄테니, 당신도 나에게 인정을 베풀어 주기를!
처음 접하는 작가가 신비롭기도 하고, 잡힐듯 잡히지 않는 것도 같고..
선생님 잘 계시지요..? 더위에 혹 건강이 지치지는 않으셨을까 염려됩니다.
그리스 다녀오시는 걸로 들었습니다.
올해도 바다가에서 커다란 밀집 모자를 쓰고 수영을 하시겠지요..? ^^
너무 멀리 가시지는 마시고요..
소녀처럼 밝은 미소의 선생님 사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가지 못해 많이 아쉽지만, 대신 사진과 이야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다림의 묘미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ㅋ
샘, 그럼 건강히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이 올라오는군요.
그냥 닥치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자, 는 맘 밖에는 먹지 않은 사람과,
글 한 편을 올리자, 고 맘을 먹은 사람의 길이 이렇게 다르군요.
암튼 뒤늦게 고요하게 피어오르는 좌샘을 열정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허리가 휘어지도록 웃은 여행 후에는
어떤 사람의 고뇌가 내 마음에 가득 고여서 오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한 여행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죽전에서 나를 픽업하지 못해 일어난 에피소드마저
감정대로 반응하지 않는 성숙한 사람들이 내 친구인 것을 보게 하는
아름다운 한 풍광으로 내게 남았습니다.
다만 즐기자고 마음 먹은 덕택에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 여행입니다.
가방에 들어있는 박남준 시인의 <적막>이란 시집에 더 눈길을 줄 수 있었던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일상이 어떻게 아름다운 시가 되는지,
시인의 삶에서 배웁니다.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이스탄불을 여행하기 전
그곳에서 삶을 오롯이 바친 파묵의 글을 읽는 좌샘이 아름답습니다.
그 눈으로 남보다 더 보게 되는 것을
나중에 글로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