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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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나의 아테네
나는 오늘 당신을 떠나오.
일행들로부터 나를 잠시 떼어놓아
당신의 품에서 이틀을 따로 머물게 한 당신의 마음처럼...
나도 당신을 그리워했었다는 것만을 알아주오.
당신이 잡지 않았다면,
나는 포세이돈 신전에 이르던 그 대지의 끝
벼랑 끝에 매달린 수니온의 바닷가
숨겨진 아름다움조차도 모르고 떠날 뻔했지 뭐요.
구석구석 마치 나를 위해 오랜 시간을 빚어 놓은 것만 같았던
당신의 아름다움...
길을 따라 주름진 치마자락에 바닷물이 배어 오르고
석양에 비치던 그 바닷가의 저녁
파도가 울던 그 바다
뜨거운 하루를 삼켜버리고선
눈물조차 마르지 않던 그 바다도 울더이다.
밀려갔다 또 다시 밀려오던
그 숱한 시간동안
내가 당신을 그리워했던 시간보다
당신이 나를 기다려왔던 시간이 더 길었다는 것
당신은 영원히 사는 존재이지만...
나는 당신처럼 그리 오래 살지 못하오.
기다리라고 말하지 않겠소.
이별은 짧을수록 좋고,
나는 바람이었으니
그저 바람처럼 스쳐간 당신의 연인 중 하나쯤으로만 기억해주오.
이제 헤르메스에게 전하오.
덕분에 즐거웠다고...
그의 후예들의 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맺어준 당신과 나의 이틀 밤
내 몸은 다시 떠나지만,
오늘 저녁도 에게해 서쪽하늘에 초승달이 뜨고
붉은 하늘 빛 사이로 비너스가 다시 보이는 시간이 되면
나도 당신의 하늘
뜨겁게 달구어지던 당신의 몸과
한없이 출렁이던 당신의 가슴이 그리워질테니까.
잠시 스쳐 지나갔던 만야의 향기처럼
또 다시 이국의 바다가 그리워지는 시간이 되면
당신을 위해 기도하리다.
시를 적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