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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0일 00시 31분 등록
전설이 된다.

1

오라클 (The Oracle: 신탁)

신은 늘 거기 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서 신을 만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을 통한 신의 목소리이다.

그렇게
인간의 믿음은 늘 증거를 원한다.


2

더 높이, 신께 더 가까이 (Meteora :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

우리는
이틀 밤낮을 달려 하늘에 오른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천년을 이어온 수도사들의 신심(信心)이 아니라
눈에서 멀어지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릴 형상의 흔적들뿐이다.
 
천년을 뛰어 넘는 진실의 흔적,
세월은 형상의 흔적만 남겨 놓았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렇게 말했을까?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

준비되지 않은 여행자들의
기념거리로 전락한 믿음의 증거들은 .
믿음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3

 아름다운 죽음

크세르크세스 :  “항복하라!”
레오니다스   :  “와서 가져가라!”

크세르크세스 :  “화살이 태양을 가리리라!”
레오니다스   :  “시원해서 좋겠구나!”

테살리아의 테르모빌레 협곡...

‘아름다운 죽음’으로
세상을 향한 용사들의
의연함을 기억한다.

오늘도 전사의 계곡에는
‘열정, 용기, 자유, 희생’
그것들로 무장한 스파르타의 전사들의
웃음소리가 울려온다.

그대여 귀를 기울여 보라.

그것은
보이지 않으나 분명한
생의 끝에서 부르는 전사의 노래다.
그것은
그 어떤 부드러움보다 더 여유로운
죽음을 목전에 둔 전사의 춤이다.

4

하얀 섬의 해는 지고...(Mykonos 하얀섬 )

그 황량한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 낮의 뜨거운 태양과
밀려오는 바람
그리고
저녁을 물들이는 석양이었다.

그것이 있기에
에게의 바다는 짙푸르고
거친 언덕위의  교회와 집들은
새하얀 얼굴을 하고
낭만이 된다.

그리고
고개 마루 풍차는
바람과 춤을 출 수 있었다.

식탁위를 오가는
귀여운 여인들의
천진스런 재잘거림이 사랑스럽다.


5

지(智)와 시랑 (에베소)


그 도서관의 책들은 모두 사라지고
돌에 새겨진

소피아(지혜)
아레테(정직)
에노이아(지성)
에피스테메(지식,경험)

그것들도 함께 사라졌다.

다른 한 모퉁이
돌 위에 새겨진 발바닥
 
그보다 큰 발로 인증을 마치고 머물던
터키탕의 온돌은 식었다.

신은 오래 전에 떠났고
신전은 비어있고
짐나지움은 사라지고
대화방은 소리 없는 흔적만 남았다.

오늘은
인간이 지녔던 모든 것들의
허무함을 증명하듯
돌무더기만
폐허 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나는
관객을 잃은 
원형극장에서
사랑스런 여인들의
노래와 시를 듣는다.

어쩌면
그녀들은 신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들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폐허 위를 지나
누군가에게로 달려가는
그녀들의 목소리 속에 
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그들도 언젠가 신을 만날 수 있을것이다.

한 때,  그것을
신탁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6

신의 영광은 사라지고 (Patmos)

입투스 (IXΘYε) 
I (이소쎄 : 예수)
X (크리스트스 : 그리스도)
Θ (레오스: 하나님)
Y (이오스 : 아들)
ε (쏘트라 ;구원자)

요한,,,
타는 불, 끓는 가마 속에서도
죽임당하지 않던
유일한 그 믿음의 불사신,

그렇게 세상의 종말을 고하던
그 선지자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떠났고
그가 전한 묵시록은 깊은 잠을 잔다.

나는 다만,
신에게 바쳐진
여인의 슬픈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젠, 그 믿음이
그녀에게는  희망이 아니다.
영광스런 기쁨이 아니다.

그렇게
슬픈 노래 속에서
믿음은 종말을 고했다.

그래서 믿음은
본능이 아니라 삶을 통해 창조한
인간 최고의 이성이며 창조다.

그렇게,
'신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이 '
갈 수 있는 길을
신은
우리 인간 안에  남겨두었다.

레오니다스와 요한이 알 수 있다면
우리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베라처럼
강요나 운명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7

로도스(Rhodes)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장밋빛 딸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내,,,,

그리고
무너진 거상은
델피의 신탁에 의해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역사는 흔적을 남기는 것들의
주인과 의미를 바꾸고
그리고 종내에는 기억을 바꾸었다.


기도한다.

에게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푸르게 빛나는 바다에 몸을 적시고
의식은 현실을 살더라도
무의식 속을 달리는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기억할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나,
기도한다. 

8

열렬한 사랑과 슬픈 종말,,,   크레타 (Crete)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나는 자유이므로... “

그런 카찬차스키가 만들어낸 조르바는  아직도 살아있을까?


에우로페와 제우스도
그들의 아들 미노스와 그의 아내 파시파
그의 딸 아리아드네
미노스의 탐욕과 포세이돈의 분노가 지어 낸
불륜의 아들 미노타우르스

그리고
테세우스...
그 사랑의 기쁨에 눈이 멀고
승리의 기쁨에 넘쳐 오만이 되어 버린 용기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가
에게의 바다로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몸을 던지게 했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오만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전설과 신화를 사랑했던  이들은
묻혀 잊혀진 흙무더기 속에서
크노소스의 궁전과 함께
화산의 불길 속에 몰락한 문명을
우리의 눈 앞에 끌어다 놓았다.

그렇게
전설과 신화를 사랑하고
조르바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과학이 아니고 논리가 아니고
모순이며 예술인 동시에 꿈이다.

내가 자연의 창조물임과 동시에
신의 뜻이며
계시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신과 자연을 빛나게 하는
신(神)나는 들러리다가 된다.


9

벼랑위에선 티라    : 산토리니 섬 (Santorini = THIRA)

뜨거운 태양아래
깎아 올린 듯한  티라의 벼랑을
갈지자로 오르는 노새는 지겹지만

바위 협곡의 벼랑위에 선 
하얀집
파란 지붕아래
사랑하는 사람들은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겁다.

그날도
크루즈는
황혼이 지고 난

어두운 밤바다 위에  
야경의 불꽃으로 춤을 추는
티라를 바라보면서
떠남이 아쉬워
이내 뱃머리를 돌리지 못한다.

피레우스를 찾아가는
밤하늘엔
은하수가 가끔씩
유성들로 수를 놓고
푸른 바다위에는 별이 춤춘다.

어둠 속으로 노래는 흩어져가고 
내 품안의 그녀는 춤을 춘다.
 
갑판위의 소주 팩은
쓰러져
잠이 든지 오래다.

나의 꿈도 그렇게
에게의 바다위를  달리다
지치면 잠이 들겠지

신이 계신
그 어딘가에서...  


10

지혜의 도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에도
리카바도스 언덕에도
산타그마의 광장에도
니케(NIKE)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진열장 속의 옷과 신발위에 이름으로 남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니케의 사랑스런 미소를 본다.

리카바도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월계관을 쓰고서...

그러므로
나는 승리할 것이다.
‘니케의 미소를 보는 자 승리할 것이다’
라는 신들의 약속이 지켜지는 한...

11

영원한 수도 이스탄불 (Istanbul)

나는 운명처럼
그렇게
제국의 땅위에 선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흐르는
바다는 여전하고

오르한 파묵이 말하던 것처럼 
이스탄불은
그렇게 슬프지 않다.

아야소피아(Aya sohia)는
상처나고 지친 몸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찬란한 영광을 보여주는 술탄의 영화는
부산한 여행자들의 눈길로 바쁘지만

세 개의 숟가락과 바꾸었다는
84캐럿의 물방울 다이아몬드...
그래서
스푼다이아몬드라는
슬픈 다이아몬드의 이야기는 
공허롭다.

지금,
오스만 투르크의 영광은
보석 박힌 금잔과 
황금촛대와
화려한 칼장식에만 남아있고

바자의 골목길 상점에는
삼성핸드폰, 삼성 컴퓨터, 그리고 투스카니를 타고 다니는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젊은 가게 주인이

나를
역사속에서 오늘로
그리고 터키속에서 한국으로
데려다 주었다.

12

열흘 동안 내가 본 것은
말과 글로 기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눈에 보여지는 것들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하고
들려오는 것들은 상상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니 유일한 것은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들이다.

사랑스런 여인들의 이야기와
묵직한 사내들의 몸짓

그것들은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된다.

그렇게 나도 전설이 된다.




IP *.131.1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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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05:05:36 *.72.153.58
잘 다녀오셨어요 그리스 여행 못  따라나선 사람 미치게 만드시는 군요.
아흐 부러워. 신을 만나고 오셨네요. 질투. 질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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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8.20 14:11:21 *.131.127.50

ㅎㅎㅎ
정화야!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

우리는
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확인할 때만 믿음이 생긴다.

아주 아주 눈꼽만큼... ^^

하지만
그만큼만의 믿음이라도  있다면 
신은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해준다.

마치 기적처럼,  우연을 가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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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8.22 05:44:17 *.10.44.47
여독은 다 풀리셨는지요?
존재 자체로 사람을 품어주시는 그 카리스마속에서
참 든든했던 열흘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별안간 보고 싶어져
 뜬금없이 댓글이라도 남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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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8.22 15:29:21 *.10.44.47
파편들을 짜 맞추어나가다보니
어느정도 그림이 되긴 할 것 같은데...

애써 맞춰놓고 났더니, 그 그림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네요.

이럼 허무해지죠?
최선을 다해 빨리 달려봐야 다음 손님을 더 빨리 태우게 되는 것 밖엔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산토리노 노새의 기분이 너무 이해가 되는... ㅋㅋㅋ

저 겁쟁이인거
그렇게 금방 알아보셨어요?
그렇게 금방 티가 나나?
아니겠죠? 오라버님의 내공이 깊어서라고 믿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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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8.22 12:37:10 *.131.127.50
재능보다 더 많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으로
미옥이 기억된다.

 큰 눈을 기억한다. 애쓰는 만큼...
욕심이 많은 만큼  겁도 많겠지?
 
그래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몇 번이고 연습을 한다.
하고 하고 또 한다.^^

보진 않았지만
모르긴 해도 그럴것같아...

'라미아'에 관한 그대의 생각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무의식에 의한 일종의 심리적 투사다.^^

다르다면,  라미아는 비극이지만 
그대는 본질을 궤뚫고 있으니 해피엔딩이라는 것...^^

'극과 극'은 통한다 는 말로
문제해결을 위한 집중력을 가진 그대를 표현하고 싶군.

^^ 그렇치?
겨우 움켜쥐고나면 또 다른 것이 보이지?

***
나도 지금 밤샘을 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생각을 적다보이... 날이 샜다.^^
자려고 하는데
칼럼의 그대 댓글이 눈에 띄여서 들어와보니...
잠이 파~악 깨는 군... ^^   ㅎㅎㅎ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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