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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지내셨어요?”
“예. 저는 잘지내고 있는데 이보람 점장님은 어떠세요.”
“......”
“언제 청주 오실 기회가 있으신지?”
“당장에는 계획이 없는데 무슨 일이 있나요.”
“빨리좀 오셨으면 해서요. 이승호 차장님이 필요해서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찮아 보였다. 올해 1월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나자신 직접 청주로 넘어가 그녀로부터 도움을 받았던터라, 일종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로부터 이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해외여행 다녀온 여독도 남아있고, 더구나 청주는 당장에 거래처 방문교육 일정이 잡힌 것도 없는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일 인천 일정을 마치고 무리가 되지만 바로 청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데 그냥 내려갈수는 없고 무언가 준비를 하여야 했기에 그녀에게 선물로줄 CD와 버츄카드를 가방에 챙겨넣었다. 버츄카드는 1970년 미국에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으로 52가지 각기의 미덕이 기재되어 있어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수 있는 매개체이다. 감사, 소신, 정직, 이해, 진실함 등의 좋은 문구가 앞면에 표시되어 있고 의미의 설명과 함께, 뒷면에는 그에따른 다짐의 결의문 등이 명시되어 있는 카드이다. 이따끔씩 교육이나 집단코칭 현장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도구중 하나인데 왠지 그녀에게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두시간여 버스를 타고 도착해서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고민을 많이해서인지 얼굴이 조금은 헬쓱헤져 보였다. 사전 다른이로부터 파악한 정보로는 모든 영업현장이 그러하듯, 본인이 노력하고 애쓰는만큼 실적의 성과가 오르지 않는데서 느끼는 좌절감이 큰입장에 처해있다고 하였다.
“얼굴이 조금은 마르신 것 같은데...”
“어머? 그래요. 요새 보는 사람들마다 그러던데.”
그러면서 말이 없다. 그녀는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어야 하나. 아니야 평소에도 업무적인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괜히 내가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는게 조금은 그러하였다. 그녀가 먼저 나와의 만남을 요청한만큼 그녀의 감정이 먼저 드러나야 하였다. 그러면서 분위기 전환도 할겸 준비해온 선물을 꺼내들었다.
“오랫만에 뵙기에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세미 국악인데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
선물을 받아든 그녀는 참으로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마침 그녀는 영업활동에 도움이 되기위해서 장구를 배우고 있는 처지라고 하였다. 잘되었구나. 매칭이 되는 선물이었다. 사변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상황을 살피며 두 번째 선물을 꺼내들었다.
“또다른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버츄카드라는 겁니다.”
“버츄카드요?”
“예.”
“자세를 편안히 하시고 눈을 한번 감아보실래요.”
그리고 그녀를 향한 나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보람 점장님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정말로 간구하는 무언가를 하나 떠올려보세요. 나에게 필요한 것, 도움이 되는 것, 이것 하나만 충족되면 무언가 숨통이 트이겠다는 것. 점장님은 특히 종교인기에 당신이 믿는 그분으로부터 간구하는 그것을 주실수 있도록 더욱 요청해 보세요.”
그녀는 정말로 집중을 하고 있었다.
“자. 당신이 간구하는 그것이 명확해졌다면 이제 눈을 뜨세요.”
다음으로 간구하는 그것을 자신에게 보여달라는 염원을 품으며 카드중 한 장을 선택하라는 주문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예전 제가 무언가 답답할 때 제가 믿는 그분한테 어떤 말씀을 달라는 기도를 하고 성서책의 아무 페이지를 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떨때는 나에게 와닿은 구절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잠시라도 마음이 평안했었죠. 버츄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바라는 내용을 선택할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예상치않은 내용을 선택할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용된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카드 한 장을 뽑았고 앞뒤에 쓰인 문장을 마음속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나도 궁금하였다. 어떤 카드를 뽑았을까? 가급적이면 현재 그녀에게 필요한 내용을 뽑기를 나도 기원 하였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고 있었다. 밝아지고 있었다. 무언가 느끼고 있는 모습이 겉으로도 드러나 보였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충분히 그 감정을 안으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말을 이어갔다.
“어떤 내용을 선택하셨는지? 저도 궁금한데 보여줄수 있을까요.”
열정이란 문구였다. 그랬다. 나도 함께 염원한 내용 이었지만 그녀에게 현재 정말 절실히 요구가 되어진 것은 열정의 마음이었다.
속깊은 고민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그녀의 몸과 마음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다.
나락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벼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깊은 암연을 걷고 있었다.
그럴 때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때마침 열정이라는 카드 문구를 적절하게 선택 하였던 것이다.
“고마워요.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차장님을 뵈었는데 역시나 저에게 이런 큰힘을 주시네요. 현재 제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열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아시고...”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자신의 기를 보충하고 있었다.
잊혀졌던 자신의 에너지를 스스로 채우고 있었다. 마치 기름이 바닥이난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채우고 처음의 힘을 회복하는 것처럼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그게 실질적인 대화의 끝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 좀더 깊이 들어가 현장의 실무적인 업무내용을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 스스로 답을 찾았고 해결방법도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상황에서 나의 말은 오히려 나의 생각만 주입을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부끄럽기도 하였다. 짧은 한시간여동안 내가 한일이라곤 선물 두가지를 주었던 것 뿐이고 자신 스스로 기운을 찾았을 뿐인데. 나는 다만 도구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다행히 그 도구의 시점이 타이밍을 잘맞추었을 뿐인데. 오히려 마인드가 큰사람은 이보람 점장 당신인데.
“오늘 이차장님과 대화를 더나누고 싶었는데 실은 저녘에 사장님과 면담 약속이 잡혀져 있어요.”
나는 눈치를 채었다. 현재 하고있는 일에 대한 가부여부의 결정을 짓기위해 오늘 약속을 잡았다는 것을. 그러기위해 나를 사전에 만나기를 희망 하였었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몰라도 내가 찾아온 것은 적절한 시점이었던 것을.
서울 복귀를 위해 버스 터미널로 이동하는동안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차장님. 차장님이 보시기에 내가 점장으로써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랬다. 그녀가 고민하는 실질적인 내용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이보람 점장의 밑에는 소장의 직책을 가지며 활동하는 분이 있다. 자신의 친구를 함께 일을 하기위해 스카우트한 것인데 업무를 하는 스타일이 서로가 달랐다. 소장은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분으로 경력만큼이나 실제적인 현장 판매나 실무적인 능력에서 빛을 발하였다. 반면 내가 보는 이보람 점장은 그런 실무적인 능력에서는 미흡할지는 몰라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관계, 포용적인 면에서의 탁월함이 빛나는 분이었다. 방문판매 영업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업종이기에 만남과 관계안에서의 갈등, 이해관계, 실리, 다툼, 언쟁, 질투, 격려 등의 여러 순환고리가 날마다 반복이 되어진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사람을 대할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대할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특히 리더의 직책을 가진 이에게는 이런 덕목이 더욱더 요구가 되어진다. 그런면에서 이보람 점장의 스타일은 강점으로 작용을 하는데 문제는 영업적인 성과가 함께 동반 되어져야 함에도, 그것이 매출계수로써 잘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이일을 계속해야 하느냐 마느냐라는 갈림길에서 나와의 미팅을 요청한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주었다.
“소장님과 점장님의 받은 능력은 달라요. 새로운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야하고 다독여주며 수용해야하는 리더의 입장이라면 점장님께서 받은 탈렌트는 더욱 빛날겁니다.”
밤10시경 전화를 하니 사장님과 아직도 면담중이란다. 나는 SMS 하나를 넣었다.
“점장님이 어떤 선택을 하시든 나는 점장님 편입니다.”
P.S
: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던차 다음날 오전 이보람 소장님의 전화가 왔다. 열정을 다시 되살려 현재 일을 계속 하는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나는 다시금 SMS를 넣었다.
“열정을 갖되 에너지를 조금씩 나누어 쓰세요. 지치지 않게 오래갈수 있도록.”
만약에라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날 내가 그녀를 적절한 시간에 직접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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