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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3일 19시 46분 등록

응애 30 - 불의 문, 테르모필레

메테오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데살리아 평원을 지났다. 그곳에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전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서있었다.

“길손들이여, 스파르타에 가서 전해주오.
조국의 명을 받들어 여기, 우리가 이렇게 누워 있노라고. ”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BC 480년, 페르시아왕 다리우스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아버지의 한을 풀기위해 200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했다. 그리스 동맹군과 스파르타의 전사 300명은 이곳 테르모필레에서 7일 동안 침략자들에게 저항했으며 결과적으로 아테네를 지키던 동맹군에게 시간을 벌어주어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끌게 하였고 페르시아를 멸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그리스인에게 다시 자유를 되돌려 주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전하는 말이다.

테르모필레는 산과 바다를 나누는 험난한 고갯길이다. 그 협소한 지형을 이용하여 엄청난 규모의 침략자들과 맞서 싸웠다. 300명의 스파르타의 전사들과 자유롭게 떠나보내고 남은 동맹군은 무기가 다 부서져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침략자들과 맞겨루었으며 끝내는 “맨손과 이빨” 만으로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그들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장렬하게 최후를 마쳤다. 비록 그들의 육신은 죽었으나 그들의 영혼은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사의 삶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사의 최고의 미덕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가서 보았던 그 기념물은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장엄하게 죽어간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탁월한 전사 300명을 기리는 기념비다. 창을 든 레오니다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청동으로 빚어두어 길을 가는 나그네가 걸음을 멈추고 그와 교감하게 했던 이 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써있다.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러 무기를 버리라고 하는 크세르크세스의 요청에 대해 레오니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파르타인답게 단 두마디로 답했다.

“와서 가져가라”

그리고 그 옆에 아주 오래된 비석에는 이 비석이 세워질 당시, 아직 스파르타의 전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그들의 왕이었던 영웅을 가슴에 묻으며 기록해 둔 글이 씌여져 있다. 시인 시모니데스가 지었고 돌에다 새겼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비석은 초라했으나 용사를 위한 비문으로는 그 이름을 비할 바 없다. 멀리 동방의 끝에서 우리도 찾아와 당신들의 이름과 용기를 이미 들어 알고 있다고 참배를 했으니 말이다.

“ O xein angellein  Lakedaimoniois hoti tede.....
  길손들이여, 스파르타에 가서 전해주오......"

변경연의 사내들은 레오니다스 앞에서 그날의 레오니다스처럼 사자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비록 속으로는 누가누가 더 우람한가를 측정하고 있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 진지한 전사의 삶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사들이여!  부디 밥 앞에 무릎을 꿇지말고 가슴뛰는 삶을 살아가시라.


                                                                       (사진: 강미영 연구원)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테르모필레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영화 <300>을 일부러 찾아서 보았다. 그리고 칼럼을 하나 쓰고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이 영화는 몇가지 비난 받을 장면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 우선 레오니다스의 역할을 맡았던 주연배우의 아름다운 몸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하나같이 몸짱이었다. 스턴트 맨들과 보디 빌더들이 전사가 되었고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고는 했지만 선정적인 붉은 망토도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나는 또 나답게 가슴에 와서 바로 꽂히는 대사들 때문에 한동안 먹먹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은 다시는 조국의 아름다운 언덕을 볼 수 없고, 감미로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출 수도 없는 것입니다.......바로 그 때문에 우리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내놓았으며, 바로 그 때문에 그 영웅들의 피가 이 땅을 적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희생된 의미입니다......노예와 달리 자유민이 지닐 수 있는 용맹이 무엇인지를......” 

그.러.나.   
“전쟁에 대해 공부하는 것과 전사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이 화두를 계속 붙들고 나의 삶과 한판 승부를 겨룰 일이 눈앞에 남아있다. 그래서 근심과 걱정이 많다. 용기가 부족하니 항상 두려움에 휘말려들고 있다. 그래서 레오니다스를 더 깊이 읽을 필요를 느끼는 것 같다.

테르모필레 기념비 옆에는 유황온천이 흐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며 그 계곡에 발을 담근다. 그 옛날에도 이 온천은 병을 낫게 해주는 영험한 물이라고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절벽의 끝에는 페르세포네에게 바쳐진 스킬리안이라는 쌍둥이 샘이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는 이 뜨거운 물은 멀리서 일별하고 그냥 지나갔다. 많은 여행기에 발 담그는 온천체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를 선택했다.

주말이고 휴가철이어서 만약 우리가 지체하지 않고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간다면 날이 저물기 전에 아테네에 이르러 에게해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강한 유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우리는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는 도시 아테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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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9.04 09:40:21 *.131.127.50
그러셨군요...

전쟁에 대해 공부하는 것과 전사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하나는 인지의 문제고 하나는  정서 & 심동의 문제죠^^
차원이 다르죠,
이해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랄까?

5기 한번봐요? 6기들 모일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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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5 09:50:24 *.67.223.107
백산,
늦잠을 잤는데....꿈을 심하게 꿨어...
급경사 계곡을 내려와 배를 탔고...또 급경사를 오르다 차가 멈춰버렸네....어려운 꿈이야.....
.
 근데 언제 6기가 모이는데.?
2주전에는 공지를 해줘야 다들 시간을 비울수 있을텐데.......말이쥐...
난 9월9일은 할일이 있어서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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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9.04 09:41:58 *.111.216.2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와서 가져가라...
사자처럼 포효하던 그 영상이 보이네요.

진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여성들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남성들이야말로,
우리의 DNA 에 흐르는,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던
사납고 용맹한 사자같은 남자를 원한답니다.
아,,, 불쌍한 남자들이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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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범
2010.09.05 10:04:53 *.67.223.107
이 이야기속에 알렉산드로스가 나오는데
이 귀족의 자제는 노래를 아주 잘 불러요.
또 다른 맹장 폴리니케스가  길들이려다 아름다운 코를 비틀어놓지요.

전쟁터에서 자기아버지를 대신해서 죽어가는 노예를 위해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줘요.

"나 태어날 때 신의
숨을 불어 넣어준 정령이여
이제 신께 되돌아감을
진정 기뻐하나이다." 

우성씨. 나는 아직도 페르시아 전쟁중에 있어서 온통........ 전사의 삶만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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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5 22:55:41 *.40.227.17

좌샘~ ^^

좌샘의 그리스 여행기를 읽으니까.. 그리스.. 무쟈게 깊은 데 같아여..^^

사진.. 변경연 사내들의 모습.. 사자의 포즈라 보기에는.. 좀..
어째.. 뒤에 있는 전사의 동상 땜시.. 쪼께 아니 마니.. 겁에 질린 포즈처럼 보이는데여..ㅇㅎㅎㅎㅎ
특히.. 가5기 성우 오라버니.. 우쒸~ 하고 계신거이 맞져.. ㅋㅋㅋ

“전쟁에 대해 공부하는 것과 전사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음.. 흠.. 마니 다른 거이 같긴해여..
이번 여행에두.. 멋진 모자 쓰시구 수영하신 거이 맞져.. 그래서 말인데여.. 불확이는여.. 이 깊은 문장과.. 왜?  
좌샘의 모습.. 그니까 물 밑에선 부지런히 발장구치는 구여운 오리 + 물 위에선 멋진 모자 쓴 우아한 백조..의 모습
이..자꾸  겹쳐지는 걸까여?.. 불확아~, 깊지 몬하게 시리.. 하구 계시져.. 헤헤^^

레오니다스에 깊이 빠져.. 근심 걱정.. 화~악.. 날려 버리시길 바래여..
제게도.. 누구에게도.. 역사공부도 되는.. 아쭈 유익한 여행기가 될 거이 같아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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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9.06 11:26:04 *.67.223.107
혜향아, 새학기 시작하고 또더  바빠지겠구나..
정말..지난 여름은 너무 더웠었다 그치?

모닝페이지에 마구마구 써내려갔던 여행기는
이렇게 칼럼이 되어나오니... 불확이 말처럼 너무 깊은가보다. ㅎㅎ

이제 이 일도 그만하고 다시 땅을 파내려가야 하겠다.
찬바람이 불고 있거든....

묘비명은 어차피 산자의 몫이니... 겁먹지말고   
레오니다시아 처럼 물렁물렁한 연필 한자루들고 백지 앞으로 돌진이다.

가끔씩 좀 우끼지만 가엾기도한 나를 좀 생각해주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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