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元
- 조회 수 215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오늘 강사로 모시게될 분은 현재 하고 있는 일터에서 저를 이렇게까지 변화가 되게끔 만들어 주신 분이예요.”
서울 경기권 지역에 곤파스 태풍의 위세가 떨치고 있을즈음 오랜만에 방문한 빛고을 광주는 하늘 가득 연보라빛 낙조로써 이방인을 반기고 있었다. 새롭게 이전한 그녀의 매장. 예전 사업장과는 다르게 넓은 평수에다 여러 기기가 배치된 것이 그녀의 변화된 모습들의 표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와의 직접적인 조우는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대전에서 이루어진 사업자 집체교육 현장에서였다. 사업자들의 영업력 향상을 위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1박2일 집체과정 이었는데, 진행을 맡은 나로써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참석자들을 대표하는 임원진의 필요성이 요구 되었었다.
“저와 함께 과정을 보조해주실 반장 한분의 자발적인 수고를 원합니다.”
예상했던대로 아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 내가 손을 들지 않으면 환장해서 밤에 잠을 주무시지 못하겠다는분 계시지 않나요? 제 경험상 이왕 교육에 참여하는 것 그중에서도 반장 역할을 하시는 분은 가장 많이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손을 드시는 분이 없다. 할 수 없다. 이럴때는 진행자의 권위로 임의로 선정하는수 밖에. 나는 참석한 사업자분들을 둘러보았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위해 고개를 숙이시는 분들중에서 그녀가 문득 눈에 띄었다. 그녀는 사업 연수로는 10년이 넘는 중고참 사장님 이었지만 실적이 그다지 높지않은, 소매 위주의 영업을 하는 분으로써 대중의 눈에도 잘띄이지 않는 분이었다. 한마디로 소극적 영업을하는 분이라고 할까.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그분을 지목하였다.
“00사업자님. 반장 한번 하시죠. 이것도 도전인데.”
“아뇨. 학교다닐 때 줄반장도 못해본 제가 무슨 반장은? 현장에서 영업사원들 대상으로 아침 조회를 할시에도 가슴이 콩닥거려 건너뛰는게 일쑤인 내가 무슨...”
이처럼 손사레를 치는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나는 감투의 역할을 수여하였다. 금새 먹구름이 쳐진 그녀의 얼굴. 걱정, 근심, 스트레스가 가득한 표정이 교육장을 벗어나고픈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조금은 짓궂은 행동을 일부러 연출하곤 한다. 발표를 굳이 하지않겠다는 분을 기어코 발표를 하게끔 만들고,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분을 기어코 나서게끔 한다. 조금은 집착적인 행동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에는 나 나름대로의 철학이 존재한다.
한번이라도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는분들은 이해가 될 것이다. 유년시절에 자전거를 탔었으나 성장하면서 그럴 기회가 없던 분에게 성인이 되어 다시 자전거의 핸들을 쥐어주었을 때 어떻게 될까? 시간적인 공백이 있어 처음에는 낯설어하며 조금은 뒤뚱거리겠지만 어느순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쌩쌩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볼수있을 것이다. 왜그럴까?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습의 행태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힌 결과인 것이다. 사람은 몸으로써 익힌 근육은 오랫동안 잊지않고 장기기억으로 보관을 하고있다가, 적절한 순간에 다시 리셋(reset)을 하게 만든다. 오늘 그녀가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 그상황을 기억하며 앞부분의 그런 멘트로써 나를 소개하고 있는것도 그런 맥락에서이다.
몸으로 익히는 자전거의 경험을 나는 내가 하는 교육의 현장에 적용을 한다. 그래서 내 강의를 처음 듣는 수강생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한다.
“저의 강의는 굳이 적을 필요가 없으니 노트를 덮으셔도 됩니다.”라고.
적지 마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택문항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① 강사의 강의가 신통찮아서
② 적고나서도 보지않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2번 문항을 선택한다. 그렇다. 누구든지 강사의 강의를 들을 때는 좋아하며 그 내용을 받아 적기도 하지만, 막상 그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는 사람의 확률은 높지않다. 그래서 그럴바에는 차라리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 놓으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러하기에 결론적으로 나는 머리로 외우지말고 몸으로 외우는 연습을 하라는 멘트를 한다. 자전거의 예에서처럼 그리하면 당시의 느낌, 감정, 상황 등은 내몸에 체득이 된다. 우리가 이성과의 첫사랑, 첫데이트, 첫경험을 하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노라면 자연히 그때의 장면과 상황들이 연상이 되는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 나는 그녀에게 반장의 직함을 주었다. 평소에 나서지 않고, 조용하며, 항시 테이블의 뒤쪽에서 방관자처럼 앉아있던 그녀에게 이런 변할수 있는 기회와 장을 내딴에는 일부러 마련을 해준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매강의 시간마다 차렷, 경례로써 주의집중을 하는 기회를 가졌고 대표로써 느낌과 소감 등을 발표하는 영광된 경험의 시간도 가질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하였던 그녀가 이제는 어느덧 당당한 중견 사업자의 한사람으로 성장을 하였다. 화꼬방같던 작은 사무실에서 80평대의 장소로 올해 이전을 하였고, 외적인 표정과 옷차림에서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보이는 커리어우먼으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당시 내가 의식적으로 시켰던 그 반장 역할의 자극이 지나고보니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었단다. 덕분에 그과정이후 아기가 걸음마 연습을 하듯 대중앞에서 이야기하는 작업을 조금씩이나마 시도하게 되었고,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책을 구입해 개인적으로 학습을 하기도 하는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단다.
“이승호 차장님. 저 이제 아침 조회 잘해요. 한번 보실래요.”
이렇게 말하는 50대의 그녀에게서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의 영화 여주인공 줄리아 로버츠가 연상된다면 너무 오버일까?
강의이후 그녀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놀라운 반전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지난번 전체 사업자 교육시 전무님과 영업 본부장님이 배석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동안 본사의 정책에 대해 느꼈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쓴소리였겠지만.”
“그래요?”
놀라웠다. 그렇게 말했던 쓴소리의 내용에서가 아니라 그런 자리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에서 그러하였던 것이다. 세상에? 남앞에 서서 이야기도 잘못하던 그녀가 이렇게 변신을 하다니? 나의 이런 표정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신기하죠. 차장님.”
신기하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내가 주었던 이런 작은 자극에 이렇게까지 성장의 반응을 보인 그녀 내면의 변화의 에너지였다.
사람이 타인에게 주는 자극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귀착이 되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내게 말해보라. 그러면 잊어버릴 것이다. 내게 보여주라. 그러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를 참여시켜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 <마켓 3.0>중에서. 필립 코틀러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 앤 | 2009.01.12 | 205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 | 지희 | 2009.01.20 | 209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 지희 | 2009.02.10 | 258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 | 앤 | 2008.12.29 | 283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 | 앤 | 2009.01.27 | 283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 지희 | 2008.11.17 | 330 |
5206 |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 정승훈 | 2017.09.09 | 1660 |
5205 |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 모닝 | 2017.04.16 | 1663 |
5204 |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9 | 1717 |
5203 |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 뚱냥이 | 2017.09.24 | 1746 |
5202 |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 | 송의섭 | 2017.12.25 | 1749 |
5201 |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 | 모닝 | 2017.12.25 | 1779 |
5200 |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아난다 | 2018.03.05 | 1779 |
5199 |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 | 해피맘CEO | 2018.04.23 | 1789 |
5198 |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 보따리아 | 2017.11.19 | 1796 |
5197 |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 보따리아 | 2017.07.02 | 1797 |
5196 | 12월 오프수업 후기 | 정승훈 | 2018.12.17 | 1798 |
5195 | 일상의 아름다움 [4] | 불씨 | 2018.09.02 | 1803 |
5194 |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 윤정욱 | 2017.12.04 | 1809 |
5193 | 감사하는 마음 [3] | 정산...^^ | 2014.06.17 | 1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