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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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패가 다 뒤집어 진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이 드러났으나, 그래도 아직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가? 20대와 30대 때 나는, 40대 후반에 무슨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아직 H대에 남아있었더라면 아마 편안히 안주하며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체중이 이렇게 불어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가정의 해체현상도 겪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곳을 나온 것을 많이 후회했다. 그러나 이것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아모르 파티, 사랑해야 할 것이다, 내 길을... 그러나 쉽지 않다. 해도 해도 안된다. 어찌할지 모르겠다. 이제 정해진 길만 남은 듯 보인다.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인가? 남들은 다 그리 생각할 것이다. 내 인생에 더 이상 보여줄게 없을 것이라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들의 말이 옳을 것이다. 내가 어제처럼 산다면...아마도 .....
지금 나의 삶은 어제 내가 살았던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어제처럼 살아버리면 내일도 나는 더 이상 기대할게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싫다. 나는 날고 싶다. 자유롭게 날기를 원한다. 마음대로, 정말 마음대로 날고 싶다.
이대로 끝나지 않으려면 뭔가 달라져야 했다. 그게 무엇인지 오래 동안 찾아 헤매었다. 도대체 어찌해야만 이 미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가? 매일 밤 잠들 때마다 하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불면이었다. 숙제를 하지 못한 학생처럼 늘 불안했다. 제발이지 이제 편히 발 뻗고 자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하는가?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를 읽었다. 승리의 방법이라고 경영의 대가가 알려주는 강의를 숨죽이고 경청하는 마음으로 그의 글들을 읽었다. GE를 세계최고로 만든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많은 말들을 했다. 정직함과 차별성에 기초를 둔 철저한 미국적 합리주의와 결과, 능력, 성과로 평가하는 냉혹한 비즈니스에 대해 그는 말하고 있었다. 다 맞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안 변했다. 말들은 다 옳고 그 말에 동의하지만 나는 안 변한다. 왜 인가? 부정하지도 않고 ,내가 원하지만 왜 나는 그리되지 못하는가? 그래서 내가 불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의 많은 글 중에서 한 구절이 마음 판에 박힌다.
“단순한 발전을 위해서는 도전하지 말라. 네가 하는 일의 패러다임을 깨뜨림으로써 고객이 만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너무도 놀라 길거리의 낯선 사람에게라도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말해 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내 고객이 나에 대해 낯선 사람에게 조차 칭찬의 말을 할 수 있으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내 보스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상대적으로 편한 Y대 연구교수직을 버리고 힘든 이곳에 온 것은 순전히 나의 보스 때문이다. 그에게 배우기 위해 왔다. 그는 지금 64세이다. 다른 교수들은 그 나이면 정년퇴직을 준비하므로 연구는 한 4~5년 전에 이미 접어버린 상태이다. 대학원생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보직 욕심도 버린 상태이다. 만 65세이면 정년퇴직이고 그 이후엔 연금이 그들을 부양할 것이다. 최종급여 대비 적당한 비율이 매월 나오니 노후에 살아갈 염려를 안해도 된다. 학교에선 대부분의 정년 퇴직자에게 명예교수직을 줘서 아직 졸업 못한 대학원생의 논문지도를 할 수 있을 권리를 준다. 따라서 졸업시키려고 그다지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 이후 그들은 각자의 취미에 맞는 소일거리를 찾아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제자들의 성장을 바라본다, 그런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근무하는 연구센터를 설립한 센터장은 좀 다르다. 64세의 그는 퇴직생각을 안한다. Tenure 라는 종신교수제도가 있는 미국과는 달리 영년직이라는게 아직 정착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그는 자신이 퇴직이후 있을 석좌교수 자리를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이다. 그래서 퇴직 걱정 안하고 아직도 박사과정 학생을 모집한다. 만약 그에게 자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종신교수가 될 것이다. USC와 GT는 지금도 그에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교수지위를 부여하고 있고, 그가 돌아간다면 늘 환영할 것이다. 다른 대학으로 갈려고 해도 아마 곧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인, 그는 마음 먹은대로 다할 수 있는 사람이다. 훨훨 날아다니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자유가 그런류이다.
그의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가? 나는 그를 1년 3개월간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미 그는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 법칙, 하워드 가드너의 10년 법칙을 오래전에 통과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선 이 분야 석학의 반열에 이미 들어간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오늘 학생들과 연구미팅을 한다. 머리가 아주 좋았나 보다. K고를 나와 S대를 졸업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인천의 I대학에 교수가 되었다. 당시엔 석사학위만으로도 교수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이력이 특이해서 내가 언젠가 그에게 물었었다. 왜 교수직을 관두고 미국으로 가셨냐고.. 그랬더니 대답이 나를 놀라게 했다. “교수 생활을 하는데 동료들이 매일 술 먹자고 해서 이러다간 인생 망치겠다 싶어서 그만뒀다” 라는 말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감동받은 말씀이었다.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곧바로 USC대학의 교수가 된다. 15년간 미국에서 교수직을 수행한다. 국적도 다양한 수많은 학생을 길러냈다. 그의 제자 중 미국대학에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서울대와 KAIST의 교수도 만들어 냈다.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해서 인용지수가 어마 어마하다. 그런데 잘 가던 그 길을 멈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가 말했다. "이병철 회장 살아계실 때 몇 번 한국오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 때가 안 되었다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한국이 IMF를 맞는 것을 보고 이제 나도 한국에 돌아가 고국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되돌아왔다."라는게 그의 대답이었다. 내가 두 번째로 감동 받았던 부분이다. 그는 그길로 한국에 와서 삼성의 전무이사로 삼성종기원 원장이 된다. 지금은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박사만 2000명 정도 있었다는 삼성의 모든 기술을 만들어 내는 종기원을 이끌어 나간다. 그곳의 임기 5년을 마치고 삼성이 인수한 지금의 이 대학으로 와서 본인의 자유의지대로 연구센터를 설립하셨다.
그는 지금 프랑스에 출장 가 계신다. 이번엔 1달 짜리 출장이다. 올해 3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맞아 장기 출장이 잦다, 미국을 두 번 다녀오더니 이번엔 프랑스다. INRIA라는 막강한 연구기관이다. 그는 원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프로젝트든 따올 수 있다. 그가 마음먹어 놓친 프로젝트는 없다고 들었다. 우리가 아무리 발표 자료를 허접하게 만들어도 그의 검열을 거치면 그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자료로 다듬어 진다. 그는 그것을 들고 세계 어디에 가서든 자신의 연구 역량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한 석학도 그 앞에선 백기를 든다. 그렇다고 교만하진 않으시다. 연구와 일 외에선 너무나 순수한 사람이다. 연구결과와 일에 대한 철저함, 도덕성, 정직성만 늘 따지신다. 따라서 학생들은 그를 매우 무서워한다. 연구교수와 포닥들은 못 버티고 도망치듯 그만두고, 조금만 잘못하다간 패널티에 심하면 해고당한다. 가혹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미국적 합리주의와 성과위주의 사고가 굳어 있다. 잭 웰치의 이론을 이미 그는 실천하고 있다.
그가 가진 좋은 두뇌와 이미 이룩한 수만 시간의 법칙, 미국에서의 학위는 내가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1년 3개월간 나는 그의 매일을 지켜보았다. 냉정하리 만치 그는 자신의 스케쥴에 따라 움직였다. 물론 그가 보스이므로 센터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긴 하지만 그에게도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성과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면 센터가 총 비상이다. 그가 발표해야 한다. 우리는 발표자료를 각자 맡은 부분에 따라 작성한다. 전날 그는 그 자료를 가지고 발표할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그도 그때쯤이면 긴장한다. 그 프로젝트가 평가를 나쁘게 받으면 연구비가 삭감될 것이고 그러면 센터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그때쯤이면 그도 스트레스 받아 하심이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바쁜 날에도 그는 오전엔 발표와 무관한 연구미팅을 한다. 그의 오전 시간은 언제나 연구미팅에 할애되어 있다. 연구미팅은 그에게 있어서 output시간이 아니라 input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논문의 내용을 토의하고 새로운 특허를 구상하고 실험 방법을 짜낸다. 그 연구미팅은 매일 10시부터 12시~1시까지 진행된다. 팀은 매일 달라진다. 우리는 1주에 한번이지만 그는 매일 팀을 바꿔가며 그 미팅을 진행한다. 오래전 미국에서부터 살아온 그의 방식인 듯하다. 얼마전 그의 장인께서 돌아가셨다. 그는 그날도 병원에서 밤새고 출근하여 연구미팅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병원을 가기를 발인 때 까지 계속했다. 우리는 그에게 질렸다. 그러나 나는 그의 그 어김없는 연구미팅 시간이 그를 거기까지 가게 한 동력임을 알게 되었다. 매일의 힘이다. 그도 역시 매일의 법칙을 실천으로 획득한 사람이었다. 64세의 그가 아직도 매일 매일 연구열정에 펄펄 뛰는데 47세의 내가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느끼게 만드신다. 그런 그가 내게 몇 번 충고를 해 주셨다. “연구를 포기하기엔 too early”라고...그러면서 계속 푸쉬한다. “세계적인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절대 포기 하지 말라”고....... 그리고 피라미드를 꿈꾸지 말고 벽돌을 구우라고 하신다. 가장 낮은 바닥부터 시작하라고 시시때때로 충고하신다. 내게 없는 것이 벽돌을 굽는 정신인가 보다. 그가 그것을 간파하고 내게 말하고 또 말하신다.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이끌어 가시려고 하신다.
오늘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를 보며 나는 내 보스가 자꾸 떠올랐다. 많이 닮아 있었다. 냉정함이 닮았고, 포기하지 않음이 닮아있었다. 정직함을 강조하는 것은 똑 같고, 차별화를 전략화하는 것도 비슷했다. 그리고 분야는 다르지만 자기가 가는 길에서 일가를 이루었고, 이미 대가의 반열에 들어선 것도 비슷하다. 대가가 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조셉 캠벨의 매일법칙을 사부님도 역시 실천하고 계시고 내 보스도 역시 실천하고 계신다. 결국 답은 그것이었다. 매일의 힘, 그것이다.
오늘 나는 대가들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배운다. ‘매일의 법칙’, 그리고 ‘실천의 힘’ 그것이 피라미드의 벽돌이라고...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라던 잭 웰치의 말을 다시 새긴다. 행동의 부재엔 그 어떤 청사진도 소용없음을 다시 배우며 오늘은 반드시 벽돌을 구워보리라 다짐한다.
그들의 가르침은 너무나 단순했다. “ 바닥부터 하라. 작은 것도 포기하지 마라. 매일 실천하라.“ 조셉캠벨도 사부님도 보스도 잭웰치도 모두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잭 웰치가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을 썼다.
“이 책은 손으로 휘갈겨 쓴 두 장의 노트에서 시작되었다.“
고령의 그가 책 쓰고 싶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진리의 약점은 평범함에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데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됩니다.
저는 수백만번을 반복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 행동에서는 반복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결코 동일한 동작을 두 번 할 수 없습니다.
단시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구분할 수 없을 뿐입니다.
반복을 하게 되면 반복이 반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같은 내가 아니고, 매일이 같은 매일이 아니고
세상이 같은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
그리고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동작은 더욱 유사해집니다.
그것을 일관성이라고 하죠
어쩌면 그것이 대가들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은 나와 달리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거죠...

보스의 보스에 대해서는 안여쭤봤는데.. 그래야 겠네
그는 64세 그 나이에도 매 출장때마다 여행담을 가지고 오더군요
누구는 어땠고 어디는 어땠다
우리를 다 불러 앉혀놓고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지
따끈할때 해줄려고 말이여
그가 가는곳 마다 배움터이니 그의 인생이 풍요로웠겠지
언제나 열려 있는 마음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는 자세
작은거 하나도 안버리지만
절대 악과는 타협안하는 대쪽
그러나 잘못을 시인하면 그걸로 ok
나야 비행기를 타고 간다해도 그분 신발 벗어 놓은 곳에도 못쫒아 가겠지만
막막한 오늘을 벗어 나는데 나침반이 되길 바랄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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