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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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바로 지금,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 일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할 테니까. 하루 하루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나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내 삶을 사는 일, 신들조차도 질투나는 삶을 사는 것. 바로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삶.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추진위원으로 10년, 사무국장을 맡아 일한 지 6년.
지난 달 말로 나의 지난 10년을 함께 해왔던 <전주의제21>을 그만두면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다. 그 동안의 일을 쓰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단체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공식적이지 않지만 더욱 중요한 것들이 있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사명과 가치,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들을 따져가며 선택해왔던 순간들.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유서를 남기듯,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 지난날의 모든 것을 비우듯. 그렇게 함께 일구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잭 웰치가 GE에서 보낸 20년의 조직생활. 책을 읽는 동안은 저자의 눈이 되어, 저자처럼 생각해보고 저자처럼 느껴보고 싶었다. 잭처럼 위대하지는 않지만, 대략 내게도 조직생활의 경험이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대학시절 연극반 동아리 회장, 총학생회 임원, 학생운동조직의 핵심, 군대에 다녀온 2년을 제하고, 노동운동단체 실무책임자, 시민단체 상근활동가, 전주의제21 사무국장까지 대략 20년, 작지만 소중한 나의 승리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 벅차고 힘든 일이었지만, 결국 내가 세상을 배우고, 나를 만들어 왔던 시간들이었다.
비록 잭 웰치만큼 주목받고, 범위가 크고, 영향력 있는 경험은 아니지만. 그보다 내가 나은 것도 있다. 그에게는 과거가 남았지만, 나에게는 미래가 남아 있다. 그 가능성이 나를 여전히 흥분되게 한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나의 심장은 비록 지쳐있지만, 언제든 다시 폭주하는 기관차가 될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그렇게 한 20년을 더 달리고 난 다음, 나는 잭 웰치보다 더 위대한 책을 쓰고 싶다.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지나온 시절 사람들과 함께 해왔던 실험들의 가치를 안다. 고지식한 사람처럼 정직하게 말하고, 자신이 하는 일의 남다른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잠재력과 장점을 보았고, 그들의 꿈을 묻고, 그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모든 가치들이 우선 당장 세상의 관심과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확신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과거의 역사들의 흐름 속에서 미래를 읽어내듯이, 이미 수 십년간 성공적인 기업의 경영과 신화를 일구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가치들이 있다.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미 앞질러 그 길을 떠난 이들이 권하는 말들이 있다. 그 수 많은 말들 속에서 단 하나로 귀결되는 나의 일, 나의 사명이 바로 또 하나 '지난 10년의 기록' 남기는 일이다. 아니 그것은 이미 앞질러 미래를 봐 버린 사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현 세대가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아직도 갈등과 대립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협치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전주의제21이 일구어 온 그 소중한 경험들은 한국적 토양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것은 활동가들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항상 한 발짝 뒤에서 몇 개의 사례들이 만들어진 다음에야 일반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현장의 최일선에서 부딪히는 활동가들은 늘 외롭다. 늘 창조적이어야 한다. 늘 고민하고, 늘 선택해야 하고, 판단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지나 온 시간들 속에서 중요했던 순간순간의 간이역에서 다음 행선지를 선택해야 했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바로 내가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흘러가는 모든 것들과 함께 잊혀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의미있는 미래로, 가치있는 추억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나는 하루 네 시간 이상씩을 써가기로 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미래에도 영속하게 하는 일, 한 때 인간은 이런 영속적인 삶이 신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믿었다. 개개인의 육체적 생명은 저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태어난 모든 것들은 반드시 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면서, 신이 정해준 에덴동산에만 머물기를 스스로 거부했다. 선과 악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려 했고, 그렇게 한 입을 베어 먹은 사과가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고야 말았다. 이성의 힘을 가지게 되었고, 흐르는 시간을 개념화 할 줄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모습을 닮은 신의 존재를 깨닫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그러한 신이 자신의 안에 존재함을 알게 되었으며, 신과 더불어 춤추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기록을 남겨 후대에 전하는 일, 사람이 하늘을 나는 일, 사진을 통해 과거의 한 장면을 미래에까지도 영속시키는 일. 이미 그들은 타임머신을 갖고 있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을 신들에게서 배웠다. 수많은 영웅들의 삶을 통해 인류는 인식 밖에 있었던 세계들을 알기 시작했으며, 이미 그 세계와 더불어 살아왔다.
이제 새로운 계약을 맺을 시간이 되었다. 예수의 마지막 만찬에 담긴 오래된 카니발리즘의 은유를 읽어내야 한다. 두려움을 앞세운 명령과 복종이 아닌 더불어 함께 춤을 추는 관계로. 내 안의 신을 만나는 신명나는 삶으로, 바람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향해 절벽에서 뛰어내릴 시간이 되었다. Free as the wind...


네 칼끝이 정곡을 찔러간다..그러면서도 너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 따뜻함이 베어난다.
그런 네 모습이 좋다.
안동? 음..참 좋더라.. 나중에 글쓴다고 핑계삼아 사람 뜸한 시절에 한달쯤 민박집을 빌려
들어앉아도 좋을만한 곳이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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