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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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다른 사업을 한다면, 나를 따를 직원이 몇명이나 될까?'
경영자는 자로형처럼, 공부하며 연구 해야한다. 조직을 키워간다는 말은 조직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선, 변화할 대상이 필요하고, 대상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 결국, 공부다.
'만약 나같은 사장 밑에서 일한다면, 나는 기꺼이 일하겠는가?'
외식업은 열에 여덟이 망한다. 성공중의 성공은 1%도 안될 것이다. 외식업은 소설가만큼이나 생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2년 동안 수익을 올리며 경영을 했다. 여기에는 몇가지 진실이 숨어있다.
폐업하는 80%의 가게들을 보자. 이들은 영세자영업자들이다. 퇴직하고,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다. 필살기가 없으면, 퇴직하고 음식점을 한다. 우리 나라 사람이 음식점에 갖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 '음식점은 아무나 차릴 수 있으며, 맛만 있으면 승율이 있다'는 것이다.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는 사람도, 이야기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음식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자본금은 1억을 넘지 못한다. 이것 저것 다 긁어다가 돈 8천에서 9천을 만든다. 이 정도 자금이라면, 퇴직한 사람이 빨리 만들 수 있는 돈이다. 퇴직금이 있을 것이고,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류 회사에서도 자기 술을 써주는 대가로,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또 하나는 '조급하다.' 대박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내가 볼때는 2000년 IT 버블이 일었을 때인 것 같다. 홈페이지 하나 잘 만들면 몇십억 투자금이 들어왔고, 새파랗게 젊은 사업가가 벤츠를 몰고 명품을 입고 다녔다. 이런 모습을 일컬어 대박이라고 사람들은 불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을 IT뿐만 아니라 어느 산업에나 갖다 붙인다는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외식업에 대박은 없다. 개장을 하면 일단 사람들이 호기심에 몰린다. 이런 현상을 '개업발'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손님들과, 지인들이 대거 몰린다. 개업발은 과거 6개월 정도 갔으나, 요즘은 2개월을 채 못간다. 이때는 평균 매출에 50% 이상을 찍는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대박 났다'라고 부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자신이 현명하게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택했을 것이라 자만할 것이다. 역시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사의 브랜드힘이라 생각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이다.
손님이 떨어지는 이유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사장은 생사가 걸린 일이기에 목숨 걸고 일을 한다. 허나 불가항력적으로 ,주변에 너무 많은 업체들이 생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 살 깍는 것도 모잘라 손님 자체가 오지 않는다. 또 하나 망하는 이유는, 사장의 마인드인데, 초창기 투자를 투자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투자는 돈이건 시간이건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매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굴러가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메뉴를 개발하고, 매장 분위기도 바꾸어야 한다. 소소한 소품까지 신경쓰다보면, 가게 일이란 끝이 없다.
변경연에는 미래가 밝아보이는 외식업 사장이, 두 명있다. 한 사람이 나고, 또 한 사람은 자로 형이다. 천안에서 만났다. 짧은 시간동안 그에게 세 번 놀랐다. 첫번째는 에쿠스를 타고 와서 놀랐다. 성공한 외식업 사장들은 차가 좋다. 고깃집을 하는 우리 사촌형만 보더라도, 벤츠를 몰고 다닌다. 뿐만 아니라 상가 번영회 모임에 가면, 사장님들의 차란, 휘황찬란하다. '장사 안돼, 오늘 죽썼어'라는 그들이 내뱉는 말에, 배신감까지 느낀다. 배추 사러 갈때도 그랜져급 이상을 끌고 간다. 의례 좋은차를 가지고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내 감정은 놀라고 있었다.
두번째는 '마실'에 가서다. 한정식집 마실은 입지가 좋지 않다. 차를 타고 접근해야하는 입지다. 상권이 형성된 곳도 아니고, 딸랑 마실 하나다. 손님이 찾아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난 형이 매장이 아니라, 댁으로 안내하는 줄 알았다. 코너를 틀자, 마실이 나왔다. 조용한 골목이었는데, 유독 매장에만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이미 점심시간이 끝났건만, 손님들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부러운 광경이다. 자리가 없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천안 터미널 근처 커피숖에 갔다. 4시 정도에 손님이 다 빠졌다는 전화가 왔다.
크게 놀란 것은 세번째다. R&D 직원이 있다. 이들은 영양학과 졸업생들로서, 메뉴 개발만 한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전문화된 메뉴가 아니면 승부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한창인데, 이를 위해 홍보하는 직원까지 따로 있는 듯 하다. 외식업 관련 잡지를 보면, 마실 광고가 실려있다. 외식업은 맛이 좋고, 손님이 많으면 장땡이었다. 어떤 사장도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할려고 하지 않았다. 마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앞서 말했지만, 망하는 80%는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경쟁 상대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초부터 게임이 안된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외식업의 경쟁력이란 맛이 아니다. 소위 꾸준히 매상이 오르는 맛집이 있기는 하다. 그들이 맛집이 된 것은 맛이 아니라, 오랜 시간 영업한 내공에 있다. 하루아침에 맛집이 된 것이 아니다. 맛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외식업의 경쟁력이란 무엇일까? 남들이 못하고, 나만 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손님은 같은 음식이라해도 크고 넓게 트인 곳에서 먹기를 선호한다. 지하철에서 가깝고, 대로변에 있다면 음식점에 신뢰가 간다. 한끼 식사는 손님들에게 소중하다. 누가 골목에 박힌 구멍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싶겠는가? 영화에서는 소박하게 음식점을 차려서, 많지 않은 수익에 만족하며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매정하다. 대로변에서 한번만 길이 꺽여도 천지차이다. 현실에서는 조촐하게 수익을 올리는 음식점일랑 없다. 모 아니면 도, 망하거나 흥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음식점의 경쟁력은 자본이다. 요즘 같이 어려울때는 자본이 빛을 발한다. 돈 벌려고 장사하는 것인데, 제대로 돌아갈려면 입지가 좋은 곳에서 규모 있게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셋팅된 상태였기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가게는 자리를 잡았다. 모두 인 마이 포킷in my pocket은 아니다. 월급만 받을 뿐이다. 사실 경영을 했다기 보다는, 관리했다는 면이 가깝다. 난 관리자였지, 경영자는 아니다. 관리자, 경영자, 어찌 보면 비슷하다. 그러나, 틀리다. 관리자는 현상유지만 하는 사람이다. 주방 집기류부터, 인력까지 빵꾸나지 않게 감독하면 된다. 경영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일은, 보이는 것을 주시하는 것보다 어렵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돌아오자.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 부정적이다. 우리 직원들은 나에게 무엇을 배울까? 나라는 사람한테 배울게 있을까? 아니, 나부터가 나 스스로 추스리기 바쁘지 않은가?
잭 웰치의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볼륨감 있게 두툼하면서도, 문맥의 힘이 쎄다. 경험에서 비롯된 글이기 때문이리라. )이런 구절이 눈에 띄었다.
'종업원은 사장의 감정에 전염된다'
우리 직원들이 나의 감정을 닮는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맞다. 나도 내가 모시던 사장님과 팀장을 닮아갔다.장단점이 있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하자면, 나를 따를 사람은 없으리라. 많이 모자르다. 빈틈 없는 관리자로서는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내 기질이 그렇다. 남에게 밑보이기 싫어하고, 성실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경영자로서는 이제 시작이다. 바뀌어야 한다. 감정과 태도 조차도.
경영자는 자로형처럼, 공부하며 연구 해야한다. 조직을 키워간다는 말은 조직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선, 변화할 대상이 필요하고, 대상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 결국, 공부다.
경영 수업에는 단계가 있는듯하다. 관리는 그 첫번째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 지, '알아야' 경영을 할 것이 아닌가? 다음에는 작은 사업을 자주 벌린다. 신메뉴를 출시하건, 새로운 이벤트를 밑도 끝도 없이 기획하고 실행한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렇게도 조합해 보고, 저렇게도 섞어본다. 여기서 자신감이 생기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가게 평수를 넓힐수도 있고, 점포를 늘릴수도 있다.
장사 3년. 난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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