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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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너는 무섭다/바쁜 너는 성난 사람처럼 보인다/너는 땅을 팍팍 걷어차며 걸어간다/너는 발가락과 뒤꿈치와 종아리의 힘줄과 무릎뼈에게 감사할 겨를이 없다...(후략)’
- 김사인, “부시, 바쁜” 중에서
직장인의 하루는 바쁘다로 시작해서 피곤해로 끝난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이렇게 물어보면 “바뻐, 힘들어, 피곤해” 세 가지 중의 하나가 대부분이다. 바쁘게 살기 때문에 힘들고 피곤하다. 바쁘다는 말이 남발되는 것은 우리 인생이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얼마나 바빴느냐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바빴느냐가 중요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치고 성과가 좋은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바쁘다는 사람치고 중요하고 도전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쩌면 그는 ‘바쁨’ 자체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우리는 바쁨이 미덕인 사회에 살아왔다. 바쁘다는 것이 유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다. 바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뇌는 비상상태가 된다. 마음을 급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바쁘다는 것은 패스트푸드와 같은 것이다. 신속함 이외에는 장점이 없을 뿐 더러 몸을 상하게 한다. 바쁨은 본래 허망한 것이다. 바쁠 망(忙)자는 마음(心)이 없음(亡)을 뜻하는 것으로 마음이 되돌아 갈 곳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진심이 없이 그저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나 역시 바쁘게 사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절대 바쁘다는 핑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모두 바쁘다는 것을 핑계대기 전에 먼저 자신의 게으름을 살펴야 한다. 변명 중에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이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맹자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여전히 책을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바빠서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사람인데, 입으로 ‘바쁘다’를 달고 사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더 여유가 있고 대인관계도 좋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매일 똑 같은 양이 부여되는데 왜 이 사람이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저마다의 시간’ 때문이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에서 시간의 주재자 호라 박사는 모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시간을 지니고 있으며, 시간은 참된 소유자를 떠나면 죽은 시간이 되고 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프로스트는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던 시간 외에 다른 시간은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시간이 무너지는 날, 우리도 그와 함께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루의 시간은 정확히 24시간을 구성하지만 그런 시간을 사소한 것으로 채울 지, 가치가 있는 것으로 채울 지는 각자 결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시간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고 내가 시간을 이끈다. 내가 없으면 시간은 없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그것은 노예의 삶이다. 그저 똑같은 하루는 시간이 가는 것이 아니고 반복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내 손에 있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저축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이라는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이라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이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내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시간은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고 지금 저마다의 노력의 결실로 존재한다.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인생을 낭비한 자, 유죄”라고 준엄하게 꾸짖는 대사는 저마다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내 삶의 목적은 바쁨이 아니라 가슴 뛰고 의미 있는 저마다의 시간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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