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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2일 20시 1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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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흘러감에도 그때의 영상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있다.

경험하지 않아도 연상이 되는 것이 있다.

 

어린시절 설과 추석 명절이 되면 방송국에서는 흘러간 외국 명화들을 TV에서 방영을 하곤 하였다. 그럴때면 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몰래 브라운관을 사수하며 그것들을 밤새 지켜보곤 했었다. 그중에 하나가 1959년 제작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Ben-Hur)’였다. 미국의 작가 루 월리스의 1880년작 동명 소설 ‘벤허’(Ben-Hur: A Tale of the Christ)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고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서 수상한 명작. 스펙타클하게 워낙 잘만든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압권중에 하나가 후반부의 멧살라와 벤허의 치열한 전차 경기 장면이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는 긴장감과 더불어 비장감마저 감돈다.

단상에서의 깃발이 내려지기를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출발이다.

승리를 향해서, 명예를 위해서, 금전을 위해서, 재능의 과시 등을 위해서 그들은 전차의 말들을 채찍질하며 독려하여 나간다.

말들은 거품을 내뿜으며 앞으로 달렸다.

모래밭 트렉을 돌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순서가 바뀌노라니 관중들은 어느새 모두 일어서 있다.

선수들의 흘리는 땀아래 어느 누군가를 가릴 것 없이 그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전차가 뒤집혔다. 말이 고꾸라졌다.

군인들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경기는 계속 되었다. 우리가 인생의 경주를 쉬지않고 달려가듯이.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4대 축전 중 하나인 피티안 게임(pytian game)-델피에서 1년에 한번씩 열렸던 체전-에 출전한 2륜전차와 마부상을 실물 크기로 제작한 ‘청동 마부상’.

결승점을 바라보는 냉정한 그의 시선에서

얼굴 표정에서 묻어나오는 굳은 의지를 통해서

마차의 끈을 단단히 움켜쥔 손아귀에서

지구의 대지를 힘껏 붙잡고 있는 두발의 기운찬 기백에서

우리는 그날의 경기를 그날의 함성을 함께 공유한다.

이제 곧 벤허가 결승점에 먼저 들어오게 되는 그 환영을 떠올리면서.

 

지치면 안된다.

승리의 월계관이 저기 눈앞에 있지않은가.

힘을 내야한다. 이제 마지막 한올 남아있는 기운까지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치닫게 오르게 해야한다.

 

말발굽 소리와 그들의 메아리는 혼합이 되어 지축(地軸)을 울린다.

세상을 향해 외쳐나간다.

그리고 그 기운은 델피를 넘어 시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로 우리들에게로 전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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