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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추천이 들어오긴 했지만 사장님은 사업을 오픈한지가 얼마되시지 않아서 기준상으로는 참석하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꼭 참석하고 싶어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집체교육 과정이 9월부터 스타트가 되었다. 사전 영업부의 추천을 받아 선별작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중 한사람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대전의 00사업자였다. 대상자가 오픈한지 1~3년 이내의 사업자들인데 이분이 왜 신청을 하였을까?
그녀는 몇 개월전 신규 사업자 교육을 통해 처음 만남을 가졌던 분이다. 현장 영업사원으로써 3개월여 활동을 하던중 소속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페업으로, 예상에 없던 사업체를 인수하게 되어 시작한 분이다. 그러하기에 아직은 경리 직원 한사람을 두고 혼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처지에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앳되보이며 밝게 웃는 표정이 매력포인트인 그녀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차장님을 자주 뵈었었는데요.”
“......”
현장에서 뛰는 조직원들을 위해 교육부에서는 영상 방송이란 것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아침 조회활동을 돕기위해 제품, 영업, 마인드, 신제품, 본사 공지사항 등을 매주 제작해 현장으로 내보내는 것인데 이것이 의외로 반응이 높다. 덕분에 나도 현장에 나가면 모르시는 분들이 간혹 다음과 같은 인사를 먼저 건네오곤 한다.
“이승호 차장님. 방송 잘보고 있어요.”
“어머,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요.”
이런 말들을 들으면 괜한 멋쩍음과 함께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다음과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얼굴이 팔리다보니 어디 가서 나쁜일도 못하겠네.”
그녀는 나를 이런 영상물을 통해 먼저 접해 왔었단다. 그래서 나를 처음 볼때도 이런 말을 건네었다.
“저는 차장님 팬이예요.”
팬이라? 나를 좋아하는 분이라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있을까.
여하튼 세시간여 동안의 강의후 예정에 없던 그녀의 사업장으로 함께 이동을 하였다. 애교가 있어 보이는 그녀가 어떻게 사업체를 운영하는지 사무실 환경 및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녀의 차에 타자마자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승용차에는 각종 판매 제품에다 홍보 전단지, 샘플, 파라솔, 접이식 의자 등이 가득해서 내가 자리할 공간도 없을 지경이었다.
“아니, 사장님. 숙녀분 차가 이게 뭐예요?”
“(겸연쩍은 듯이) 죄송해요. 사람들에게 가두홍보를 하다보니 차안이 조금 그렇네요. 비좁더라도 이동하실 동안만 참아주세요.”
모든 업종이 마찬가지듯이 사업장 오픈을 새롭게 하는 경우에 처음 신경쓰는 부분중에 하나가 홍보활동이다. 자신의 업종과 사업체를 주위에 먼저 알려야 찾아오는 고객이 발생하고, 그에따른 판매가 이루어지기에 이부분에 주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적인 방법으로 전단지 제작 홍보, 현수막 홍보, 도우미 홍보, 각종 이벤트 등의 방법이 활용된다. 그중에 가장 전통적으로 쓰는것중에 하나가 전단지를 제작하여 아파트, 주택가, 상가 등을 일일이 방문하여 붙이거나 우편함에 넣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홍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수는 있지만 의도한만큼 그렇게 높은 효과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500장 전단지를 홍보 했다고 하면 나부터라도 적잖은 기대와 고객들의 반응을 바라곤 할것이다. 내가 땀흘려 이렇게 홍보활동을 하였는데 적어도 어느정도는 찾아오거나 상담전화가 오겠지라는 환상아닌 환상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현실의 벽이 높음을 얼마지나지않아 깨닫게 된다. 통계상 10% 내외 혹은 한건도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대다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아니, 이게뭐야. 이렇게까지 내가 발품을 팔아 홍보를 하였는데도 사람들 반응이 없다니. 무엇이 잘못되었나?”
“이쪽 업종이 전망이 없는 것 아냐.”
“비전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해야하나?”
그리고 동시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는가운데 인지해야할 점은 이런 밑바탕에 깔려있는 무의식적인 내용의 파악이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홍보를 했음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대중들에 대한 무언의 항거가, 자신에게로 화살이 되어 날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나자신도 예전 이런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홍보작업의 어려움을 격은적이 있었다.
마눌님이 유치원 직장을 무척 힘들게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던 어느날 마눌님 왈,
“승호씨. 나 유치원 그만두면 안돼.”
그말에 나는 특유의 경상도 남자의 씩씩한(?) 어투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힘들면 그만둬”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마눌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며칠후에 사직서를 내는게 아닌가?
나는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다.
“아니, 그만두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금새 그만두면...”
“아니야. 고생을 많이 했기에 이제 집에 들어앉을 때도 되었잖아.”
모든 사람이 가라사대 서울 생활이 만만한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맞벌이라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마눌님이 예상치않게 직장을 그만두니 우리의 생활은 조금은 궁핍(?)해지기 시작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의 술마시는 횟수도 자연히 줄어들게 되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마눌님은 이런 나의 마음을 눈치 채었는지 경험을 살려 놀이방을 운영해 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나는 평소에 마눌님을 적극적으로 신뢰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반응을 즉시적으로 보내었다.
“오케바리."
은행 대출을 받아 1층에 아담하게 꾸민 놀이방.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전단지 수백장을 인쇄 제작해 휴일날 나는 가벼운 츄리닝 복장으로 홍보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호르라기를 불며 나를 붙드는 손길이 있었으니.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뭐하긴요. 전단지 붙이지. (사실 겉으로 표현을 하지는 못하였다)”
“아니, 필증을 받아야 될 것 아니예요. 필증을.”
붉으락푸르락 표정이 변하며 삿대질을 하는 경비실 아저씨. 나는 세상에 그분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평소 양복 차림으로 출근시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던 분이, 츄리닝 복장으로 내가 돌아다니니 몰라봐서 그런지 그렇게 화를 내다니. 그리고 필증이라니? 처음 알았다. 홍보 전단지를 붙이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에 정식적인 신고절차의 루트가 필요함을. 등록을 하고 고무도장의 필증을 받고 게시판 부착보다는 직접적인 효과를 위해, 나는 일부러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을 하여 전단지를 붙였다. 작업을 꼭대기 위층에서부터 시작해 저층으로 이동을 하며 몰래 하고 있는데, 6층 어느 집에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정중히 실례한다고 인사를 하여야 하나? 결론적인 나의 선택은 잽싸게 숨는 것이었다. 부끄러웠기에, 들키면 난처했기에, 쪽팔렸기에, 이렇게 전단지 붙이러 다니는 것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랬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영업이란 것은 “쪽팔림을 무릅쓰는 것” 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할수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녀의 승용차안에 홍보 전단지 및 파라솔 세트 등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것이 의의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것이 귀엽게 생기신 분이 더욱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사업을 하지않고도 먹고 사실만한 분이, 이런 작업들을 한다는게 조금은 믿기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녀의 첫인상을 보고 얼마나 이 업종에 종사하게 되실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 것이다.
“사장님. 이 파라솔은 뭐예요?”
나는 시침을 뚝떼고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아, 그거요! 제가 사업장 앞에 가두 홍보를 하기위해서 구입했는데 오늘 교육 온다고 치우지 못했네요.”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해 일주일에 2~3회씩 매장앞 또는 사람 왕래가 많은곳을 정해 시음회 등의 행사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 내면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는가운데 새로운 집체교육 과정에 참여를 하겠다고 그녀가 신청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사장님. 자격조건이 되질않는데 내년에 하시는게 어떻겠어요.”
“아니예요. 저는 이번 기회에 꼭 참석하고 싶어요. 자격이 모자라더라도 참여하게 해주세요. 열심히 할께요.”
“사장님. 금번 교육은 만만한 과정이 아니예요. 외부강사의 강의와 함께 분임토의, 현장 Action Plan 수립, 발표 및 공약, 주차별 과정관리가 동반되어지는 힘겨운 4차월이 될거예요. 영업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어야하기에 저도 주관자로써 부담이 되는 집체교육이고요.”
일부러 악센트를 주며 강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솔직히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녀가 과정을 이해하고 따라올지가 의문이 든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그녀의 한마디 말에 나는 입과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차장님이 진행과 주관을 하신다기에 더욱 참여를 원하는 겁니다.”
깨깽~
대전에서 이루어진 일회차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피곤에 쩔은 몸으로 밤 10시경 서울역에 도착을 할즈음 그녀에게서 핸드폰 문자가 전송되어 왔다.
“수고 많이하셨어요. 발전하는 모습 보여 드릴께요. 감사 ^*^”
그녀의 문자를 받자 운영 주관자로써의 보람이 느껴져오는 가운데 갑자기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문득 떠올라 전화기를 돌렸다.
“사장님. 밤늦게 죄송하지만 조금은 엉뚱한 질문을 드려도 되나요?”
“뭔데요?”
“이 사업을 그렇게 열심히 할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해서요.”
“......”
“솔직히 제가 보기에도 남편분이 돈을 잘벌어 주시는 입장이기에 아쉬울 것이 없어보이는데, 영업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실려고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해서요.”
본사 직원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우문(愚問) 이겠지만 나는 궁금하였다. 사업 그중에서도 주부사원들을 도입시키고 관리하며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우리 업종이 쉬운 것만은 아닌데, 그렇게 적극적으로 임하는 그녀의 태도가 궁굼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나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흘러 나왔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예요.”
나는 무슨 말인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니? 아니, 비즈니스로 사람을 만나는 입장이라면 더욱 이해관계가 있을텐데 어떻게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거지?
“저는 일반 회사에 다녀도 보았고 개인적으로 친구도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는 못했어요. 그러는가운데 우연찮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될 때 저도 처음에는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애기 아빠가 일을 하기에 그렇게 금전적으로 힘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예상치않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마음을 바꾸게 되었죠. 돈은 하다보면 차차 벌게 되어있는 것이고 일단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자고.”
사업을 정식적으로 시작한지 3개월밖에 되지않은 동년배의 나이인 그녀에게서 나온 이 한마디에 나는 기가 죽을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나의 사고의 틀이 깨진 것이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나는 욕심이 생겼다. 그녀의 꾸밈없는 마음과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태도에 감화가 되어 꼭 성공을 시켜주어야지라는 나 나름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였다.
“사장님. 지금은 영업사원이 없지만 12월까지 정식 출근인원 10명을 목표로 허벌나게 뛰어봅시다. 저도 매주 통화를 드리고 함께 사업운영의 고민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늦은밤 집으로 돌아와 내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걱정이 되는 가운데에서도 왠지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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