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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6일 22시 4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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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잠든 새벽에 일어나 무릎 꿇고 그분께서 허락하신 하루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수도사(修道士).

 

단군 프로젝트라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새벽기상의 습관화를 목적으로 개인별 스스로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 사이트에 접속해 출석체크의 인사말을 남기고 두시간여 할동을 하며, 하루를 마친 후에는 단군일지로 마무리를 짓는다. 단군신화속의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내와 끈기로 100일이라는 시간을 견뎌 웅녀가 되었던 것처럼, 35명 인원은 개인별 비상을 꿈꾸며 12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가열차게 시작을 하였다.

그런데 이 새벽기상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다. 페널티가 없긴 하지만 80% 달성율이 되어야 패스가 된다는 조항이 있기에 적잖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100일을 목표로 시작한지가 오늘로써 21일째. 심리학적으로 습관화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전초전의 날이지만 나는 당췌~

 

오늘도 어김없이 4시40분경 맞추어 놓은 전화기 벨이 울린다.

후다닥 벨소리에 놀라 일어나 노트북이 있는 탁자에 앉았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 이젠 방바닥이 차다. 새벽공기도 여름과는 다르게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오늘은 겉옷을 입고 출석체크를 하였다.

눈꺼풀이 띄여지지 않는다. 어제 라뽀 칼럼을 쓴다고 자정 무렵에야 잠자리에 들은 여파가 밀려오는 것이다. 무사히 체크를 하고나니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유혹이 밀려왔다.

‘승호야 더자자. 잠을 채 다섯시간도 못잖잖니. 자고 일어나서 하는게 건강에도 좋잖아.’

‘견뎌. 해야할 작업이 있잖아.’

 

체로키 부족에게는 손자에게 인생의 원칙을 가르쳐주는 지혜로운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앉혀놓고 말한다. “얘야, 모든 사람 안에서는 늑대 두 마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단다. 한 늑대는 악하지. 이 늑대는 분노와 질투, 용서하지 않는 마음, 교만, 게으름으로 똘똘 뭉쳐 있어. 반면 다른 늑대는 착하단다. 이 늑대의 특징은 사랑과 친절, 겸손과 절제란다. 이 두 마리 늑대가 우리 안에서 늘 싸우고 있단다.”

어린 손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할아버지, 그럼 어떤 늑대가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말한다.

“그야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지”

 

하루에도 내마음 속에서 열두번도 더하게 싸움을 하는 두 늑대. 오늘은 누가 승자가 될것인가. 빠라밤~ 기대하시라.

신기한 것은 비몽사몽으로 일어남에도 컴퓨터 부팅을 해서 출첵의 인사말을 쓰고 있다보면 조금씩 잠이 깨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런 새벽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고.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 새벽시간이란 것은 적잖은 의미로 다가온다. 하루 한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습관을 이어나가면 본인이 바라는 꿈의 달성이란 의미를 차지하고서라도 말이다.

처음에 이것을 시작할 때 일어나 무엇을 할까를 생각 하였다.

책읽기, 운동, 글쓰기 등 무엇을 할까. 나는 책읽기 or 글쓰기를 선택하였다.

 

모두 잠든 새벽은 기가 충만한 시간이다. 피곤이 쌓이면서도 이순간 눈이 말똥말똥 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전날 밤에는 11시전에 취침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 내내 졸음이 몽실몽실.)

새벽은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다. 저녘과는 달리 탁한 생각이 없이 몰두할수 있게 해준다.

새벽은 유일하게 내가 하루중 자유의사를 발휘해 선택할수 있는 시간이다. 저녘에 무언가 계획된 것의 이행을 할려고 할시 약속된 이외의 변수가 발생이 될 때가 있다. 술자리, 모임, 회식 등. 반면에 새벽은 오롯이 본인의 의지로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새벽은 평화의 시간이다. 아무 소음이 없는 아무런 터치가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일어나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시고 무언가 하노라면 마음 가득 충만한 기운이 솟아오른다.

새벽은 꿈의 실현을 위한 시간이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고 이것이 조금씩 쌓여 가다보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그것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구본형 싸부님이 올해 4월 11일 법수치 계곡에서 주신 화두 “노력한다는 것은 매일 한다는 것이다”의 시금석이 될수 있다. 인생에 대박은 없다. 대박이 있다면 조금씩 조금씩 쌓여왔던 내공이 어느시점 때가되어 분출을 할뿐. 그것이 임계점(臨界點, critical point)이다. 이 임계점은 개인차가 있다. 일찍 터질수도 있고 늦게 아주 늦게 터질수도 있다. 나도 물론 임계점 그순간이 터지기를 꿈꾸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도를 닦는 사람이 어느순간 득도(得道)를 하는 것 처럼,

판소리에서의 득음(得音)을 하는 것 처럼,

한계를 넘어선 경기의 일주를 통해 결승선에 골인을 하는 마라토너처럼

나도 그 경지에 오르고 싶다.

 

하지만 꿈을 꾸다가도 절망을 할 때가, 넘어질 때가,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누군가 손을 잡아 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 날중의 하루였다. 작년 연구원 과정을 거쳐 2년차에 접어든 작금. 도대체 목표로 하는 글솜씨가 좀체 늘지를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씩 칼럼을 올리고 있지만 쓰는 자체가 고행이다. 아직도 한참 멀었지라고 하는 대범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얄팍한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했으면 무언가 성과가 있어야 할게 아닌가 항의를 하고싶은 마음도 든다. 승자는 물론 내가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늘 하루가 승자가 되면 내일 하루는 패자가 된다. 어제 나를 이겨 기분이 좋으면 오늘은 패배해 다시 기분이 다운이 된다. 그런데 야속한 것은 올라갈 때는, 무언가 시도를 할 때는, 꿈의 달성을 위해 노력할 때는 정말로 힘들게 숨을 헉헉 대면서 가야 하지만, 조금의 방심이 있거나 후퇴를 하거나 숨을 고르거나 나태하다 보면 어느새 예전의 모습 아니 그이전의 모습으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영겁의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마눌님이 나에게 쓴소리를 하였다.

‘승호씨가 술도 안마시고 100일 새벽기상 시도하는 것은 좋은데,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아닌가.’

나는 깨갱 할 수밖에 없었다. 응원은 못해줄망정 찬물을 끼얻느냐고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제까지의 내가 살아온 삶이 그러했으므로.

30대 시절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고싶은 것도 많았다. 덕분에 돈은 돈대로 쓰고 작심삼일을 이룬 것이 부지기수.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하나 진득하게 오래간 것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연구원 생활과 이번 새벽기상은 나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작업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의식적이든 가식적이든, 긴장감에서 하든 의무감에서 하든 더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 사십대 초반의 지금 나이에 더욱 늦어지기 전에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감의 밑바탕이 거기엔 있다. 그런데 그 임계점은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지치지 않아야 할텐데, 고꾸라 쓰러지지 않아야 할텐데.

 

정말 강한 사람이란 매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매일 지속적으로 무언가 준비하는 사람이란 것을 최근 더욱 여실히 깨닫는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속적으로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 그것만큼 강한 것이 없다. 누가 뭐라 그러든 세상이 뭐라고 이야기하든 한우물을 깊게 판다는 것. 나처럼 탈렌트가 많지않은 거기에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별수없이 이 히든카드(hidden card)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날마다 일어서고 넘어짐을 반복해 하는 이 카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수도사는 날마다 천국을 꿈꾼다.

나는 대박을 꿈꾼다.

수도사는 날마다 기도를 올린다.

나는 날마다 인고의 시간을 함께한다.

수도사는 하루 일과를 기도와 노동으로 텃밭을 일궈 나간다.

나는 강의와 글쓰기의 화두를 걸고 거친 밭을 오로지 내 힘으로 일궈 나간다.

수도사는 성서와 묵주(默珠)의 무기로 하루를 살아가지만

나는 깡과 악으로 하루를 버틴다.

 

수도사와 나의 공통점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어진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다.

수도사와 나의 공통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절망과 희망의 마음으로 희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수도사와 나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이다.

그 끝이 바라는 천국이 될지 그 끝이 바라는 대박이 될지는 결국은 가봐야 된다는 너무나 힘겨운 명제를 안고 오늘도 나는 내길을 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 미래의 내 청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있으라고.

 

IP *.117.1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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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9.27 07:43:28 *.42.252.67
아아 ~~~ 그 늑대는 너희 집만 있는게 아니구나.
정말로 어렵다. 늑대에게 먹이주기.......
아침을 기도로 여는 수도자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
글거리가 벼 이삭처럼 많고 누렇게 탱글탱글 영글어 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계속 밀고나가기를 기원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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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9.27 09:04:10 *.94.245.164
하늘 가을비가 아침을 반깁니다.
누님의 따뜻한 글을 통해 격려의 기운이 뭉클 전해져 오네요.
감사드립니다.

새로 이사 가신곳은 이제 적응이 되셨는지요.
가을 쌀쌀한 날씨 건강 조심 하십시오.
저는 화요일부터 도고와 대구권으로 업무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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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10.01 00:18:30 *.8.230.182
아우!
그 돌이 곧 뚫릴거야!   ^^
나는 성실함과 인내가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하거든...
삶에 인생에서 아주 아주 중요한 재능아닌가..?

힘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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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10.01 05:03:56 *.117.112.62
지방출장을 다녀와 몇시간 자지 못하고 일어난 오늘 새벽 무척 피곤하네요.

10월의 첫날 새벽 일어나 비몽사몽 단군 프로젝트 출석체를  하고 백산 형님의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연배를 떠나 함께 가는 도반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어려움, 고민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것.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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