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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6일 22시 5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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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청년은 영화 한편을 만났다. 선교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미션(The Mission)이었다. 내용도 감동적 이었지만 특히나 가브리엘 신부가 연주한 오보에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가 마음속 여운으로 남았다.

 

스물두살 청년은 어떻게 사는게 참된 삶인지 어떻게 사는게 인간적인 삶인지를 고민하던중 가톨릭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보는 낯선 풍경. 그곳에서 여자처럼 검은 치마를 입은 젊은남자를 처음 만났다. 누구일까? 신부(神父)님 이란다. 신부라?

 

스물세살 영세식이 다가오고 있었다. 각자의 세례명을 정하는 날. 그는 천사 가브리엘(Gabriel)로 정하였다. 가브리엘의 소임처럼 그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재활원 이란 곳을 처음 방문 하였다. 지체부자유 아이들이 모여사는곳. 그는 태어나서 그런 광경을 처음 보았다. 무언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아이들, 무언가 사람같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화성침공’ 이라는 영화가 떠올려졌다. 외계인들이 쳐들어 오는 것처럼 꼬물꼬물 그네들이 기어오고 있었다. 징그러웠다. 아이들이 쳐다보는 눈동자에 그는 시선을 피하였다. 바라볼 수가 없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는 끝내 도망쳐 나왔다.

 

대학교 4학년. 남들은 진로에 대해 취업에 대해 이성에 대해서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터에, 그는 아직도 철없는 삶에 대한 상념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을 계속 어지럽게 하는 풀리지 않는 문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십대 중반. 성당 활동과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그의 진로에 대해 다시금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신부가 되기로. 그럴려면 신학교에 먼저 입학을 하여야 했다. 남들은 공무원과 취업 책자를 들고 공부를 하러가는 도서관에, 그는 성서책과 신심서적을 들고 향했다. 웃겼다. 본인도 웃겼다.

 

새벽 미사를 정말 열심히 참례 하였다. 그를 위해 기도를 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드디어 합격 발표일. 다른 이들의 기도 덕분인지 하느님 연줄 덕분인지 운좋게 그의 이름이 명단에 있었다. 공동체 기숙사 입교를 위해 이불이며 생활할 옷가지를 샀다. 집안에 아무도 믿는 이가 없기에 그가 왜 그곳에 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도 생각했다. 왜갈까? 허허~

 

새벽 기상 종이 울린다. 그와 함께 가장 먼저 일어난 형제가 새벽을 깨운다.

Benedi Camus Domino. (주를 찬미합시다)

화답을 하듯 다른 형제들이 함께 외친다.

Deo Gratias. (천주께 감사)

대침묵속에 성당으로 이동한 그들은 하루를 가장 거룩한 미사로 시작한다. 입당성가가 울려 퍼지고 나자 집전 신부에 의해 성호경이 그어졌다.

"In nomin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Amen.(아멘)”

 

그는 착한 목자가 되고 싶었다.

그는 기도를 참하게 하는 신부가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축성을 하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다.

그는 고백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대리자로써 그들의 죄를 사해주고 싶었다.

그는 거룩한 미사와 강론을 통하여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싶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 힘든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런 신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꿈은 흘러갔다. 그리고 묻혀졌다.

 

성소(聖召)에 대한 고민 끝에 세상안의 또다른 세상 신학교를 나왔다.

세상은 밝았다. 사람들은 활기찼다. 모두가 바빠 보였다.

다시 어디로 가야하나?

이젠 먹고살 궁리를 하여야 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남들처럼 그도 직장에 취직을 하였다.

남들처럼 결혼도 하였다.

남들처럼 술을 마시고 쾌락을 즐겼다.

남들처럼 희희낙락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남들처럼 남을 밟고 올라가기 위해 발악도 해보았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멀리 사냥을 나갈적에도 한참을 달린후 꼭 잠시 쉬면서 뒤를 돌아다 보곤 한다.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 보려고.”

그래서 그도 뒤돌아 보곤 하였다. 자신의 삶을 아주 가끔.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사람들하고는 달라 보였다.

무언가 어설펐다.

물질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신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 무언가? 나는 누구인가?

그런 그를 어떤 팀에서는 이렇게 불렀다.

“창조적 부적응자”

허허~ 참 이름이 좋다. 아니, 이름만 좋은가?

 

사십대로 접어들자 예전 묻혀진 꿈이 궁금하였다. 그래서 들추어 보았다.

허허~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새로운 꿈을 찾아야 했다.

아니 찾지 못하면 무언가라도 만들어야 했다. 절박했다.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일까?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일까?

그래서 그는 그만의 사명서를 만들었다.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밝게 합시다.”

“나의 글로 세상을 따뜻하게 합시다.”

 

가브리엘 신부의 꿈은 사라졌지만 이젠 새로운 Mission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어떻게 나아가냐구?

열심히. 허벌나게. 거시기하게. 새가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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