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書元
  • 조회 수 206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9월 26일 23시 01분 등록

행사장이라? 00사업자와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전화통화를 하니 홍보 행사중인 관계로 그쪽으로 찾아 오란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일종의 여러 제품들을 홍보하는 형태의 건물 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지 않은 이런 곳에서 홍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 들면서 지하로 내려 가보니, 어깨띠를 두르며 고객과 상담에 여념이 없는 그녀가 보인다.

“사장님, 수고 많으시죠.”

“아이구, 차장님께서 멀리 이곳까지 직접 찾아와 주시고...”

 

마침 점심시간 이어서 같은 층에 위치한 뷔페장소로 이동하여 식사를 같이 나누었다.

“사장님. 보기 좋으시네요. 그런데 이곳에 매대를 설치해 놓고 제품 홍보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보기엔 위치도 조금 외져 보이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맞아요. 사람 왕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가 이곳에 가끔 쇼핑을 와봐서 아는데 이곳은 구경만 하고 가는 이 보다는, 진짜 물품을 구입할 사람만 오는 곳 이예요. 품질도 괜찮고요. 그래서 제가 이 건물 사장님께 겨우 부탁해서 우리 제품을 홍보할 공간을 확보했지 뭐예요. 어제는 200만원어치나 판매했어요.”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을 하는 그녀가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그렇구나. 사장님의 그런 깊은 의미가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그런데 활동하시는 카운슬러 - 영업사원 - 도 있는데 굳이 사장님께서 이렇게 어깨띠까지 두르시며 힘들게 홍보하세요?”

“아유~ 카운슬러들이 있지만 그래도 사장인 제가 이렇게 직접 나와서 홍보를 해야 분위기도 살고 함께 한다는 맛이 나죠. 그런데 솔직히 하루종일 서있다 보면 힘들긴 힘들어요. 벌서 일주일째 이러고 있으니...”

그러면서 그녀는 하이힐 구두를 벗고 퉁퉁 부은 날씬한(?) 다리를 나에게 살짝이 보여준다.

아! 눈부셔라~

그녀의 자태를 보고 있노라니 그날 첫 만남이 생각난다. 아마도 작년 이맘때 였었지.

 

사업장을 오픈할 즈음 그녀는 신규 사업자라는 타이틀로 영업력 향상을 위한 교육에 참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새롭게 문을 연 000입니다.”

씩씩하게 인사를 내미는 그녀는 나에게 악수를 먼저 청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그래도 첫 만남에 남의 여자 손을 잡는 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그녀의 이 같은 행동에 조금은 당황이 되었다. 같이 살고 있는 마눌님 하고도 아직도 어색해서 외출시 잘 잡고 다니지 않는 손인데.

그녀는 이런 나를 보고 한마디를 건넨다.

“아이고, 쑥스러워 하시기는... 제가 아가씨란 걸 알고 그러시는거죠. 역시 눈이 높으셔.”

“아가씨요?”

내뱉은 한마디에 나는 그녀를 멀찍이 다시금 바라다 보았다.

짧은 스커트에 높은 뾰족 구두, 큼직한 액서서리들, 쇼커트의 머리스타일. 외적인 모습만으로만 보면 아가씨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도 설마...

“진짜 아가씨세요?”

“그럼요.”

아가씨가 이런 사업을 한다? 나는 그녀의 한마디에 1년이 다되어가도록 순진하게 100% 믿으며 그녀를 대했다. 나름의 환상(?)을 가지고...

 

그녀는 일반 회사에 상주해있는 식당을 경영하고 있었다. 몇 명의 직원들을 두고 사장소리를 들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생활을 하고 있던차 우리 사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매장에 제품을 구입하러 들렸던 그녀는 친분이 있던 사업자에게, 우리 사업의 비전과 수익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바로 영업 매니저와의 상담 후 거래계약을 체결하였다. 귀가 얇은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요식업에 대한 앞으로의 불투명한 전망과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던 중 우리 사업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세상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의 그녀는 적당한 사무실을 갖추고 디스플레이어만 하면 일할 영업사원이 그냥 들어올 줄 알았단다. 하지만 모든 세상일이 그러하듯 어디 하나같이 쉬운 사업이 있을까. 6개월이 넘어가도록 투자만 하고 비용을 까먹고 있노라니 자연히 많은 회의가 들었다.

“괜히 내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그냥 식당 운영만 할 것을 이렇게 일을 벌여놓았으니.”

 

하지만 그녀의 자존심이 사업을 이렇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경리를 사무실에 들여놓고 본인이 전단지를 돌리며 샘플 홍보를 시작했다. 살아 오는 동안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않던 그녀가 지인을 만날 때면 함께 일을 해보자고 권유를 하였다. 이벤트가 있는 날 사무실 빈자리가 퀭하게 느껴지기에, 제발 자리만 채워달라며 전화를 들고 사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일할 사람이 오지 않고 설사 자리에 앉혀 놓더라도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반복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 일도 일어났다. 오른팔이라 여기며 자신의 마음까지 다주며 한없이 챙겨 주기만 했던 000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나가더니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가까운 곳에 떡하니 매장을 차렸다. 가장 아끼던 사람의 배신감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급기야 몸져 눕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만날 때 이런 넋두리를 하곤 하였다.

“차장님. 저는 몰랐어요. 편하게 식당 경영만 하다 보니 세상이 이런 곳인 줄을...”

유복한 가정에서 나름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왔던 그녀가, 자신이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꾸고 일구어야 하는 농사꾼의 입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는 견디다 못해 그녀가 믿는 종교에 매달렸다. 새벽이면 일어나 가까운 절에 들려 108배를 시작했다. 사업의 성공을 염원하면서, 떠나간 사람들로 인한 상처의 해소를 바라면서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직장 생활 및 사업을 잘하는 이들의 특징중에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형성이 매끄럽다는 데에 있다. 특히나 방문판매 사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직관리를 하는 업종이다. 그중에서도 어렵다고 하는 주부 세일즈 조직을 관리하는 영업을 우리는 하고 있다. 그녀들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감정의 상태가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변화의 폭이 심하다. 그렇기에 그녀들을 관리하는 사업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회일비(一喜一悲)를 겪는다. 샘플만 타서 먹고 배설을 하지 않는분, 제품을 판매한후 수금은 커녕 그냥 사라지시는분, 전생에 무슨 원수가 졌다고 수시로 사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분, 출근은 꼬박꼬박 하면서도 판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 하는분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혼자 속을 새까맣게 태우며 오늘도 밤을 새운다. 특히나 공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 부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배신하며, 그것도 떠나는 마당에 조직을 뒤엎고 가버리는 사람 앞에서는 절망 그자체로 무너질 때도 있다. 이런 것이 이 사업을 하는데에 있어서 통과의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처럼 사람에게 데이고 나면, 절망으로 무너지고 나면 그 아픔을 대일밴드로 붙여도 쉽게 아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00사업자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마도 그녀는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적잖은 눈물을 흘렸으리라.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런 그녀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마음속은 타들어 갈지언정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특유의 씩씩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나같으면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생각하던중 최근의 사건 하나가 투영이 되었다.


갑자기 나에게 기존업무외 지시가 한가지 떨어졌다. 사업자들 중에서 차세대를 선발해 육성하는 과정을 사차월 운영하는 것으로써, 집체교육과 과정관리 등을 통해 영업력을 배가시키라는 목표가 그것이었다. 1차월 집체교육이후 Action Plan 과제를 내어주고 참석자 15명에게 일일이 유선통화나 SMS 전송을 매주 실시해 나갔다. 하지만 나의 이런 나름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는 사업자가 있었다.

“(전화를 걸고나서) 00사업자죠.”

“네, 누구신가요?”

“교육부 이승호입니다.”

“아, 네.”

“제가 몇 번이나 전화나 SMS를 보내면서 답장을 달라고 하였는데 못받으셨나요. (처음부터 기분좋게 통화를 하지않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 제가 바빠서...”

그말을 듣고 나는 그만 감정이 폭발하였다. 그렇다보니 교육 과정동안 무조건 일주일에 한번은 나에게 전화를 달라는 하지 말아야할 지시조의 멘트도 하고 말았다. 수화기를 끊고나서 조금은 감정이 섞인 말을 한것에 대해 후회 하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처럼 작은 일에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흥분을 하는게 나다. 그래서 그런 사건들에도 의젓함을 유지하는 그녀가 더욱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미팅을 마친 일주일 후 우연찮게 장례식 문상 관계로 00사업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검은 정장 차림에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고 있는 그녀를 대하니 이제는 완연한 아줌마(?)의 체취가 느껴졌다. 여전히 특유의 씩씩하고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그녀. 그런 그녀와 차 한잔을 나누고 싶어졌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도움을 줄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장님. 저랑 차 한잔 하실래요.”

“좋죠.”

특유의 긍정적인 대답.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시원시원하고 명쾌한 어투. 아마도 내가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자판기의 따끈한 커피를 빼들고 구석 돌벤치로 향했다.

“홍보행사는 어떠셨어요. 아직도 진행중 이신가요.”

“예. 추석전까지 계약을 해놓은 입장이라서요.”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여러 상념이 느껴진다.

“사업 하신지 일년이 넘어가는데 어떠세요. 이제는 본인이 바라는 궤도에 오르셨는지.”

“아직도 그래요. 내마음 같지 않고.”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정착이죠. 일할 사람을 구해 앉혀 놓아도 얼마 출근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떠나니. 뭐가 문제가 있는지...”

말끝을 흘리는 그녀에게서 숙원사업의 어려움이 다시금 느껴져 왔다.

“제대로 일할 사람 몇명의 정착만 이루어지면 한시름 놓으시겠네요.”

“그렇죠.”

나의 맞장구에 그녀는 당연한 말을 왜 하느냐는 눈치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입사하고 나서도 얼마 근무하지 않고 나가는 데에는 무언가 있을 것 같은데...”

“글쎄요. 그게 저도 궁금해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집에만 있던 아줌마들이기에 마인드가 형성이 되질 않아서인지, 돈이 안된다고 여겨져서인지, 매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그래서 사무실 이전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었어요.”

“여러 생각이 많으시네요. 사장님 성격이 좋으셔서 사람이 많이 따를 것 같은데 그것참...”

 

그녀의 대화가 이어지는중 한가지 떠오르는 점이 있어 다음과 같은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혹시 그것말고도 다른 이유는 없는지.”

“......”

이제 내가 생각하는 정곡을 찔러 주어야할 타이밍이 보였다.

“사장님은 이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도 비전이 보이세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멋모르고 시작한 입장에서 고생만 하다 보니. 그렇다고 그냥 접기도 그렇고. 무언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사장님은 제가 보기에 현재 사업을 영위 하시는 것이 금전보다는 자신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솔직히 이 사업을 하면서 제가 많이 배웠어요. 사람과 만나는법, 대화하는 법, 인간관계 맺는 법 등. 이일을 통해 세상물정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네. (뜸을 들이며) 사장님은 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어떤 점이 보강이 되어 지면 좋다고 생각하세요?”

“......”

 

말이 없다. 너무 핵심을 찔렀나. 기다려야 했다. 그녀 스스로 찾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볼 시간을 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갑자기 다리가 따끔거리기 시작하였다. 뭐가 물었는지 간지럽기 시작하였다. 참았다. 하지만 인내의 시간이 지나자 나의 손은 자연히 간지러운 곳을 조용히 긁기 시작했다. 뭐지? 모기가 물었나? 그녀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물린 곳에 임시방편으로 몰래 침도 발라 보았지만 여전히 간지러움은 계속 되었다. 아무래도 한두군데 물린게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와의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도 그러하고 대화도 그러하고 공부도 그러하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앞이 보이질 않아 막히다가도 어느 순간 풀리는 시점이 있다. 그것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지금 시점이 그녀의 타이밍이기에 나는 견뎌야 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들어갈 때가 있으면 나올 때가 있고,

돈을 벌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다.

직장에서 나의 존재를 인정받을 때가 있는가 하면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해야될 때도 있다.

하루 온종일 세일즈 활동을 했음에도 쪽박을 차는 때가 있으면,

탱자탱자 놀면서도 짹팟(jackpot)이 터질 때도 있다.

힘들게 헉헉대며 계단으로 올라갈 때가 있으면,

신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도 있다.

낯선 여인숙에서의 불편한 하룻밤이 있는가 하면,

푹신한 침대에서의 황홀한 밤이 기다리고 있는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말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때를 위해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이 적막강산(寂寞江山) 일지언정,

그때를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드디어 힘들게 말을 꺼내었다.

“저는 이 사업에 확신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요?”

 

드디어 내가 미루어 짐작했던 답이 그녀의 입에서 그녀의 가슴속에서 스스로 꽃망울이 되어 터져 나왔다. 그러했다. 그녀는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영업을 하기에 친화적이며 시원시원한 성격탓에 처음에는 사람이 모이다가도, 오랫동안 근무하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은 이같은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방문판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여자 그리고 아줌마들은 돈을 벌기위해, 성공을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등 여러 목적에 의해 사회생활을 시작 하더라도 남자들보다 분위기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 자신이 선택한 직장의 정서와 환경, 자신이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친밀감 등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요인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오너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장 크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인가. 사업자의 스타일 및 추구하는 경향 등에 따라 거래처에 소속된 카운슬러의 태도와 모습도 달라보인다. 그래서 본사 직원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00사업자가 그런 스타일이니 카운슬러들 수준이 오죽하겠냐?


사업에 확신이 없는 사장 밑에서 누가 함께 일을 할것인가? 더더군다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눈치 백단인 아줌마들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내가 보기에 1년이 넘도록 자신이 바라는 궤도만큼 사업 안정이 안된 이유의 가장큰 첫 번째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00사업자의 마인드에 있었다. 그것을 본인도 가장 잘알고 있었을터 였지만 아무래도 사람인 이상 그것도 자존심이 강한 그녀였기에 받아들이지를 못했으리라.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워쩌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던 나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는 대화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나의 인내심은 극에 다달았던 것이다. 집중포화의 흔적을 확인 하여야만 했기에 어쩔 수없이 대화를 종료하여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아무일도 없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아니, 확신이 없는 사람이 그럼 사업은 왜하세요? 접는게 낫지. (일부러 강하게 액션을 취하며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영업부 매니저가 들었으면 맞아 죽을 멘트이다.) 그러니 카운슬러들도 오래 붙어있지를 않죠.”

“(수긍을 하는 듯 자그마한 목소리로) 네. ”

“(손목 시계를 작전상 흘깃거리면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지만 늦은 시각이라 사장님도 댁에 돌아가셔야 하고 저도 자리를 더비우기가 그렇네요. 과제를 내어 드릴테니까 고민하시고 다음주 월요일 오후경에 저에게 통화를 주세요..”

“어떤 과제요?”

“문제의 원인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겠죠.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확신이 생기게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걸 알면 제가 왜 고민을 하겠어요?”

“모든 답은 사장님 안에 있습니다. 생활 하시면서 조용히 고민을 해보세요. 생각이 나지 않으면 예전처럼 다시 부처님 앞에서 108배를 하시던지, 머리를 쥐어 뜯으시던지... 사장님의 이 문제꺼리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장님 사업은 비전이 없어요. 그러니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시고 정말 치열하게 문제에 매달려 보세요. 그러다보면 불교에서 말하듯 대오각성(大悟覺醒)을 할겁니다.”

“......”

“도움이 되기 위해서 책을 한권 추천해 드릴께요. 강헌구님의 ‘가슴 뛰는 삶’ - 가끔 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하는 과제를 내어준다 - 이예요. 읽기에 어럽지는 않을 겁니다. 읽어 나가다 보면 실천 내용이 있을것인데 그것도 통화때 이야기해 주세요.”

 

이말을 마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아쉬워하는 그녀를 뒤로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양복 바지를 걷어 올려 상처의 흔적을 확인해 보았다. 세상에~ 모기가 얼마나 굶주렸는지 나의 다리를 물어 빨갛게 부어오른 흔적이 족히 열군데는 넘어 보였다. 우이씨~ 그렇게 그밤은 아낌없이 보시(布施)한 기념 탓으로 물린 다리를 밤새 벅벅 긁으며 흘러갔다.

IP *.117.112.6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12 수돗물 불소화 논쟁을 지켜보면서 신진철 2010.09.23 1920
3311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다 1 file 신진철 2010.09.23 2227
3310 싸움 구경은 있을 때 해야... [4] 뎀뵤 2010.09.23 2690
3309 칼럼, 직업 진입장벽이 낮은 시대에는. [7] 맑은 김인건 2010.09.25 2706
3308 [칼럼] 세상에 당당했던 여직원 [11] 신진철 2010.09.25 2242
3307 칼럼. 어느 새 철이 든 삼훈이 [11] 낭만 연주 2010.09.26 2050
3306 심스홈 이야기 15 - 카펫&러그, 궁합이 좌우? file [4] 불확 2010.09.26 3758
3305 힘든 선택으로 만난 새 친구 file [11] 이은주 2010.09.26 2225
3304 하계연수 단상11 - 수적천석(水滴穿石) file [4] 書元 2010.09.26 2312
3303 하계연수 단상12 - 미션(Mission) file 書元 2010.09.26 2152
» 라뽀(rapport) 24 - 그날밤 아낌없이 보시(布施) 하다 書元 2010.09.26 2063
3301 전쟁과 함정 : '카렌시아'로 되돌아가지 않기 [8] 박경숙 2010.09.27 3527
3300 <소설> 나는 트랜스 휴먼이다(1) : 프롤로그 [16] 박상현 2010.09.27 3095
3299 사랑 유급/ 실황! [2] 써니 2010.09.27 2148
3298 [컬럼] 좋은 경영을 위한 선택 [7] 최우성 2010.09.27 2097
3297 황금연휴의 선택 file [13] 이선형 2010.09.27 2271
3296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요구르트 한 병 [4] 뎀뵤 2010.09.28 2507
3295 감성플러스(+) 25호 - 회사인간 file [4] 자산 오병곤 2010.09.28 2310
3294 [그림과 함께] 그림에 꿈을 담고 싶습니다 file [4] 한정화 2010.09.29 2950
3293 [먼별2] <단군의 후예 12- 단군낭자 아빠: 이희청님 인터뷰> [3] 수희향 2010.10.01 2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