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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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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7일 04시 32분 등록

여덟 번째 요일이 시작되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기 위해 신이 창조하지 않은 시간이 주어져야 했다. 동트는 새벽처럼 안드로이드는 우리에게 왔다. 인간을 능가하는 체력과 지력을 보유한 안드로이드의 탄생으로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상상의 세계로 주무대를 옮겼다. 아니, 추방되었다. 상상하는 일은 모순에 빠지는 일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의 갑각류와 끈적거리는 개펄의 퇴적토를 뒹구는 것이 인간의 일이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그림자까지도 닮은 인공 마음을 개발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정치한 패턴의 그물망으로 낚아내기에 인간의 마음은 성기디 성긴 존재였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신념에 따라 연구가 지속되었다면 이마저 극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논리에 따라 불가해한 것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치부되었다. 모순이란 버그 같은 것으로 코딩 오류를 바로잡으면 그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유하지 않아도 될 영역을 남겨 놓았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랜스 휴먼. 인류는 다가올 시대에 붙잡고 싶은 희망을 그렇게 불렀다. 시작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진화를 추구하는 운동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죽음과 같은 생물학적 한계를 과학기술에 투사하여 단기간에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안드로이드로의 인공 진화를 꿈꾸었다. 변화의 출발점을 내부로부터 찾는 시도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내가 세계와 인류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생존의 한계를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으며 인간은 평화를 위해 단결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지구별의 세입자이며 타인의 그림자를 빌어 폭염을 피하는 나그네라는 그들의 믿음은 나이브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종교적 신념에 버금가는 숭고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20년 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그 사건만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그런 폼 나는 휴머니즘을 지키며  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8요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엄마를 찾아 떠도는 다운증후군 청년 조지와 잘 나가는 세일즈기법 강사로 자신의 가족과 별거 중인 아리. 가족을 찾아 일상을 떠난 그들이 풀밭에 누웠다. 푸른 하늘의 구름떼와 햇살과 나뭇잎의 살랑거림이 그들의 시름을 잠시 잠재웠다. 휴식을 끝내고 아리가 일어나려고 하자 조지가 말한다.

 

일분만 더

 

정확히 1분이 흐르고 조지가 말한다.

좋은 일분이었어. 우리의 일분이었어

그 시절을 회상하면 나도 똑 같은 심정에 빠진다.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시간이었다.
IP *.212.9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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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9.27 07:02:16 *.197.63.196
 
제목 좋고...

 ?   <- 아, 하는 느낌  

       기대!        
            ........
                   ^-^*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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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7 12:59:53 *.236.3.241
추석 잘 보내셨죠 ㅎㅎㅎ
남자나 여자나 명절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목을 다시 보니 '나는 트랜스 젠더다' 그런 느낌이 나네요.
어머, 이를 어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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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9.27 08:15:24 *.42.252.67
책 프롤로그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쓴 컬럼이구나.
어떤 책이 나올지 궁금하기만 해. 
 프롤로그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나의 바닥이 들어나고
슬쩍 넘어가 중간이라도 되려하니 어렵고 그렇네.
아직 기다려봐야지~~ 본문이 중요한 거니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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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7 12:57:30 *.236.3.241
은주 누나를 홀라당 반하게 할 만한 야그를 써야 할 텐데 ㅎㅎㅎ
SF영화를 보듯이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야그가 진행되다 보면
추리물 같기도 잔혹극 같기도 하고 그럴 것 같아요.
 
그 이상의 얘기는 다음 편에서 ㅋㅋㅋ 사실은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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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9.27 12:04:25 *.10.44.47
궁금해요~!!
설마 담주까지 기다려야하는 건 아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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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7 13:03:48 *.236.3.241
미옥의 역작에 호응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됐으면 ^^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하느라 쎄 빠졌을텐데, 쉬면서
차기작 구상 잘 해 보드라고~~

일주일에 두 편 정도는 올려야 쓰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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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9.27 13:01:37 *.186.58.39
은주누나..프롤로그는 좀 신비해야혀..다 보여주믄 영화끝까지 안봐..
미옥아..그니까..영화관에서는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 꼭 다녀오고, 맥주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꼭 그런 사람들..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일어나서.. '죄송합니다'하면서 스크린 가리는 사람들..
더한 숙녀분들도 있지... 한참 보는데..화장실 같이 가자고 조르는... 8살 우리 딸..(이럴땐 엄마를 좀 조르지..)

암튼...나는 트랜스잰더니까... 트랜스휴먼하고는 이름이 같아..
좋은 시작, 궁금 만빵... 하체가 강한 그대..근기를 기대해봄.

상현 칼럼을 보려고 그랬나. 어제 밤에 누가 선물을 하나 줬어.
영화 인셉션 (나도 아직 안 봄)에 나오는 소품인데, 팽이처럼 생긴 추여.. 나중에 보여줄께)
꿈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래...
네 칼럼보면서, 스쳐가는 영화목록들이 몇 편 있었담.. 도움이 될까?
메트릭스, 맨인블랙, 터미네이터. Ava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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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7 17:56:02 *.236.3.241
모니터 화면을 채워나가는 글과 글들(dissolve)
진철과 와이프 팝콘 먹는 장면(F/O)
진철의 딸 화장실 가자고 엄마 조르는 장면F/I, F/O)
스크린 위로 '나는 트랜스 휴먼이다' 제목 뜨고
원작 박상현 자막 오른다(F/O)

"나도  트랜슨디~"
잘 보고 있던 진철,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가슴팍을 열자
여자 캐리커처가 윙크하며 가슴팍에서 뛰쳐나온다( F/O)

자막 오른다.

'꿈꾸는 자여, 그대 이름은 생시니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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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9.28 10:36:52 *.203.200.146

여덟번째 요일을 창조하신 것 축하드리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군요.

좋은 일분, 좋은 시간, 그 찰나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인생이 아닐까.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빠의 뇌구조는 참 입체적이에요. 전 대형 평면 LCD인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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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8 18:20:01 *.236.3.241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의외로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묘사가 잘 되어 있더구나. 피터 드러커가 이런 방면으로
도움이 될 지는 어찌 알았겠냐 ㅋㅋㅋ

괜찮은 그림을 그려서 네 머리속에 아름다운 평면 입체 영상을
띄울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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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3:21:08 *.230.26.16
20년간 떠나지 않았던 '그 사건'이 뭘까?
날 궁금하게 했다면 일차 목적 달성한거지요? ㅎㅎ
근데 두 번째 읽을때에야 궁금해졌어요. 처음엔 이게 뭔 소리냐 찬찬히 읽었구 ^^;;
시작이 콰쾅! 거대해요, 그 무게를 이겨내고 끝까지 끌고가시길!!!

연주야, 나도 평면 LCD파에 합류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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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8 18:16:27 *.236.3.241
시작이 거대하지 ㅎㅎㅎ 나 또한 그 무게를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생각해 보니 '거대한 똥덩어리의 반란'은 짧은 한 편에 모든 걸 담으려고 했던 게
아쉬움이 남더라. 그래서 잘게 잘게 씹어보려구^^

머리속에서 식재료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어디서부터 횟감을 뜰까.
잘 떠야 하는데, 서릿발처럼 떠내야 하는데. 두근두근하여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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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4:15:41 *.93.45.60
재미있게 잘 봤어요. 다음이 기대되요.
읽다가 로봇 나오는 것들이 떠올랐어요. 엄마를 갖겠다고 자신은 진짜 아이라고 우기는 미래버전 피노키오 AI 데이비드, 인간을 사랑한 괴물 프랑켄슈타인, 오즈의 마법사의 강철깡통 나무꾼, 영원한 삶을 살고 싶어 기계인간이 되고자 한 은하철도 999 철이, 바이센티메탈맨(? 200년을 산 사나이), .... 하하하. 전 로봇을 보면 인간이 생각나서요.

어떤 소설이 나올지 되게 궁금한 저는 지구에서 영업중인 트렌스 외계인 TAO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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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8 18:25:01 *.236.3.241
영화 참 많이 보시는 외계인이군요 ^^

미래학자들의 글이 SF소설가들에게는 영감의 보고 같습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그린 건 아니지만 글을 읽다 보면 어떤 뭉탱이들이
머리를 치고 지나갈 때가 있거든요.

정화 선배의 그림에 펄스를 뿌리는 느낌이 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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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9.29 01:05:02 *.129.207.200
저도 다소 어려운데요. 예를 들어주세요. 

제 8요일 저도 보았습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네요. 장애인이 직접 출연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영화를 사례로 든 것은,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공유'에 대해서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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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9.29 06:08:31 *.212.98.176
지금 얘기하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소설속에서 찬찬히 밝혀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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