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최우성
  • 조회 수 2096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10년 9월 27일 10시 47분 등록
좋은 경영을 위한 선택 / [9-4 컬럼]


의사결정은 경영활동의 본질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개인 생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듯, 어떤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과 동일하다. 경영환경이 안정적인 업계에 속해 있으면 의사결정은 쉬워진다. 성실한 ‘관리의 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산업에 속해 있으면 의사결정은 어려워진다. 장애를 예측해야 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장애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은 쉽게 3가지로 분류한다. 돈, 사람, 장비(그 유명한 3M..^*^) 인데 경영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의 기준은 ‘효율과 효과’라는 개념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경영을 잘 하려면 자원을 투입하고 산출하는 과정에서 높은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효율이란 투입과 산출의 관계다. 성과, 생산성, 능률과 같은 개념이다. 같은 투입량으로 산출량을 키우거나 같은 산출량을 전보다 적은 투입량으로 얻으면 효율이 높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효율이 높다고 경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효과란 ‘어떤 일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정도’를 말한다. 경영이 효과적이라는 말은 ‘경영목표가 이루어지는 정도가 높다.’ 는 뜻이다. ‘효율’은 경영의 과정에, ‘효과’는 경영의 결과에 더 큰 비중이 있다.


A 병원은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경영목표로 삼았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의 수를 늘리고, 정확도 높은 검사를 위해 비싼 검사장비를 도입했다. 그렇게 해서 환자로부터 만족도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목표가 달성되었으므로 새로운 경영은 ‘효과’가 높았다. 하지만 인건비가 높아지고 장비 구입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증가하여 결국 손해를 보게 되었으므로 경영효율은 매우 낮았다.


대부분의 조직은 높은 효율을 추구한다. 효율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선행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목적지가 어디냐?” 는 것이다. ‘효율’은 결국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 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가야 할 곳이 서울 인줄 모르고, 부산으로 잘못 가고 있었다면? 게다가 효율성까지 높아 무자게 빨리 간다면? 낙심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높은 효율의 대가’로 우린 더욱 먼 길을 돌아와야 하니까.


시민단체 같은 비영리 조직이나 요즘 유행하는 사회적 기업들은 대체로 효율이 떨어진다.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는 A 병원처럼 사명과 가치, 원대한 이상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기부금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비용과의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성과와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다. 대신 높은 효율을 위해 조직구성원들은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일과 성과지표에 매몰되어, 기계의 부속품이 되고, 일의 빛나는 가치와 기쁨을 잃어간다.


결국, 좋은 경영은 많은 고민을 통해, 목적지가 확실하게 정해진 후에, 높은 효율과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효율과 효과’는 의사결정시 점검해봐야 하는 체크리스트가 된다. 그러나 선택은 힘들고 어렵다. 좋은 선택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부족한 반면, 선택의 결과에 따른 책임은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조직경영도, 훌륭한 인생경영도 좋은 의사결정의 결과에 따라 비롯된다는 것을 알기에, 우린 모두 선택을 힘들어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중대한 결정에 직면하면 종이 위에 세로 줄을 그어 두 칸으로 나눈 다음 각각의 칸 맨 윗줄에 ‘찬성’과 ‘반대’를 적어 놓고, 그 찬성과 반대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적어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양쪽의 증거를 서로 비교하여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어느 한쪽에 더 많은 항목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다면 꽤 합리적인 방법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힙리적인 의사결정 또한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의 정보처리 능력이 갖는 한계, 문제와 해결책을 혼동하는 경우, 선입관, 새로운 대안을 찾기보다는 과거에 내렸던 결정을 습관처럼 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잭웰치의 부인인 수지 웰치가 쓴 ‘10-10-10’ 이라는 책은 흥미롭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이 10분, 10개월, 10년 후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라고 말한다. 현재와 미래의 큰 전망을 함께 보라는 뜻이었다. 나는 변경연 연구원에 응모를 할 때, 이 모델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에 만족한다. 확실히 좋은 결정이었다.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요즘은 루즈벨트의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의사결정을 3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최고의 의사결정 (옳은 결정), 두 번째 최악의 의사결정 (잘못된 결정), 세 번째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 루즈벨트는 ‘가장 나쁜 것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때로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도 의사결정의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정말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 조직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 조직에는 이런 3번째 경우가 예상외로 아주 많다. 개인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더구나 그 선택의 결과까지 훌륭한 사람에게는 존경과 함께 커다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나처럼 선택하는데 약간 주저하는 사람,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칼리 피오리나의 조언, ‘결정이 충분히 완벽하면 움직여라’ 라는 말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경영을 위해서도,

좋은 삶을 위해서도.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내려서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고객들과 경쟁사들이 우리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고, 우리는 결정이 충분히 완벽하면 움직이게 될 겁니다.” 


p.s 인용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자책 중입니다.
      다음 컬럼은 인용을 줄여보겠습니다.

IP *.30.254.21

프로필 이미지
상현
2010.09.27 15:46:48 *.236.3.241

의사결정의 중요성에 대해 저도 뼈저리게 동감합니다. 의사결정의 질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았습니다. 평상 시 연습해 두지 않으면 하던 대로 하게 되더라구요.

좋은 경영을 위한, 좋은 삶을 위한 형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좋은 시간들 많이 보내시와요 ^^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9.27 16:00:51 *.10.44.47
의사결정의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도 최적의 지점을 찾아가는 건
아무래도 실전경험의 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큰 조직이면  공부범위도 넓고 리스크도 커지니까
우선 나를 둘러싼 작은 결정들을 통해서 손맛을 익혀야한다는 결론인데..

오빠..
요즘 수시로 걸려오는 각종 금융상품 권유전화.
기냥 끊자니 손해인 것 같고 계속 듣고 있자니 말리는 것 같고..
별것도 아닌 거에 은근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게 한심해서
완전 면밀분석을 해볼 작정입니다.
소시민을 위한 금융상품 운용 체크포인트!!

이렇게 작은 영역부터 하나하나 정복해가야 그놈의 '의사결정'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참...세상은 우찌 이리도 살아내기 힘든 것인지...  @@


프로필 이미지
2010.09.28 13:11:18 *.230.26.16
ㅍㅎㅎ 너의 댓글을 읽다 빵 터졌다.
그냥 끊어.
난 첫 문장 끝나기 전에 끊는데.
참 너의 특기 중 하나가 재테크라고 했었나?
묙아 나중에 분석 끝내면 엑기스만 알려주라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은주
2010.09.27 21:51:27 *.42.252.67
너의 순간의 선택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프로필 이미지
낭만
2010.09.28 10:47:00 *.203.200.146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말을 읽자마자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핏대롤 올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생각났습니다.
교육과 맞닿아 있는 경영의 논리가 낯설기만 합니다.
이러한 때에 자신의 확고한 교육관이 절실한데 사실 뭐 그런게 명확하게 없이 막연한 뜬 구름 잡듯이 이 길을 걷게 되었지요.
연구원을 하면서 제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것같아요. 지금의 현실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
"결정이 충분히 완벽하다면 움직여라"라는 그녀의 말은 세상에서 뭔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짬짜면이 나와서 가장 행복했던 1인으로...저에게 적절한 환기가 되는군요 ^^
프로필 이미지
2010.09.28 13:14:48 *.230.26.16
이번 주 화두가 저랑 같은 '선택'이시군요 ^^
삶 자체가 선택이고,
자기경영 자체가 가장 자기다운 것을 '선택'하는 거라면 결국 선택은 피할 수 없는 고민이겠지요.
선택을 멈추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라는 비장한 칼리 피오리나의 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요.
오빠의 슬로건, '거침없이 유쾌하게'를 적용하여 거침없이 선택하고 그 결과를 유쾌하게 즐기시길!
그리고 그 기쁨을 마구 퍼뜨려 주시길!! ^^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9.29 00:47:37 *.129.207.200
효율과 효과의 개념 확실히 알았습니다. 

오늘 저에게 필요한 칼럼입니다. 

가장으로서 선택이란, 외줄타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스트레스를 버텨내는 힘이 필요하겠지요.그래도 항상 웃어야하고....CEO는 도전할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을 잘한 사람들은, 좋은 선택이 되게끔 노력하는 면이 더 클듯 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12 수돗물 불소화 논쟁을 지켜보면서 신진철 2010.09.23 1920
3311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다 1 file 신진철 2010.09.23 2226
3310 싸움 구경은 있을 때 해야... [4] 뎀뵤 2010.09.23 2689
3309 칼럼, 직업 진입장벽이 낮은 시대에는. [7] 맑은 김인건 2010.09.25 2706
3308 [칼럼] 세상에 당당했던 여직원 [11] 신진철 2010.09.25 2242
3307 칼럼. 어느 새 철이 든 삼훈이 [11] 낭만 연주 2010.09.26 2050
3306 심스홈 이야기 15 - 카펫&러그, 궁합이 좌우? file [4] 불확 2010.09.26 3758
3305 힘든 선택으로 만난 새 친구 file [11] 이은주 2010.09.26 2225
3304 하계연수 단상11 - 수적천석(水滴穿石) file [4] 書元 2010.09.26 2312
3303 하계연수 단상12 - 미션(Mission) file 書元 2010.09.26 2152
3302 라뽀(rapport) 24 - 그날밤 아낌없이 보시(布施) 하다 書元 2010.09.26 2063
3301 전쟁과 함정 : '카렌시아'로 되돌아가지 않기 [8] 박경숙 2010.09.27 3527
3300 <소설> 나는 트랜스 휴먼이다(1) : 프롤로그 [16] 박상현 2010.09.27 3094
3299 사랑 유급/ 실황! [2] 써니 2010.09.27 2147
» [컬럼] 좋은 경영을 위한 선택 [7] 최우성 2010.09.27 2096
3297 황금연휴의 선택 file [13] 이선형 2010.09.27 2270
3296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요구르트 한 병 [4] 뎀뵤 2010.09.28 2506
3295 감성플러스(+) 25호 - 회사인간 file [4] 자산 오병곤 2010.09.28 2309
3294 [그림과 함께] 그림에 꿈을 담고 싶습니다 file [4] 한정화 2010.09.29 2949
3293 [먼별2] <단군의 후예 12- 단군낭자 아빠: 이희청님 인터뷰> [3] 수희향 2010.10.01 2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