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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9일 19시 30분 등록
오늘 아침에는 그림에 날씨를 담을 궁리를 했습니다. 아니요, 그보다는 날씨를 인생에 연길시켜 이야기를 풀 궁리를 했다고 해야 옳겠지요.

저는 기상관련 업무를 한 것이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일기도, 시시 때때로 변한 구름들, 다양한 날씨 속에서 보이는 희미한 별빛, 달을 지나가는 구름, 수많은 위성사진, 기상레이더의 빨간 점들, 낙뢰 분포도, 날씨에 관련된 많은 이론들, 그와 관련된 그래프, 날씨를 기록한 수많은 숫자들, 개념을 그려둔 모식도, 폭설로 누워버린 대나무, 앞이 안보이는 게 세차게 오는 비, 하늘 높이 치솟는 뭉게구름, 바람과 함께오는 꽃비... 

적으려니 수많은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그림으로 전환한다고 버린다고 하면 너무나 아까운 것들이지요.

얼마전 뵌 스승님께서는 10년의 세월동안 보아본 것들을 그림에 담을 궁리를 해보라고 하십니다. 꿈그림을 그리는데,  꿈을 향해가는 사람들을 돕는 데 활용할 수 있을거라 하십니다.  꿈을 향해 가는 길목에 어느 지점 쯤에 와 있는지,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등이 기상과 꿈과 그림이 연결될 수 있을 거라 하십니다. 그 말씀을 하실 때 제 머리속에서는 일기도들이 떠오르고 저기압이 떠오르고, 저기압을 강화시키고 있는 고기압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겨집니다.
 
스승님께서는 The Body Shop의 아니타 로딕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바디샵을 여니 모든 것이 그것과 연결되었다고. 어느 시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그것과 연결된다고. 우유통을 보고는 우유통 모양의 용기에 화장품을 담으면 어떨까하는 궁리를 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순간에  머리 속에는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20100929-1.jpg


오늘 아침에는 마침 마음에 드는 종이를 만났습니다.  오톨도톨한 게 그릴 때 손끝에 전달되는 느낌이 좋은 종이입니다.  곡선을 그리기에 적합난 종이입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종이에 옮겨 봅니다. 아주 커다란 세상입니다. 땅이 아닌 하늘이지요. 여름내내 푹푹 찌게 만들었던 녀석을 가운데 그려 넣고, 그 녀석 뒤에 높은 록키 산맥을 넘어가는 공기를 그려 넣습니다. 

고기압과 저기압은 대조적이면서도 부드럽고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날씨를 소재로 인생이야기를 한다면 이만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눈에 띄는 다른 이미지도 넣습니다. 마침 눈에 띈 상자에 있는 넝쿨 무늬.
그려 넣는 이유는 그냥 눈에 들었다는 게 이유죠. 뭔가를 하는 중에 중간에 끼어들었다는 것 그거 말고는 뭐라고 할까요.  무늬가 생명이 느껴져서. 좀 쑥스러운 이유입니다. 

20100929-start-2.jpg

아마도 이 그림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좀더 지나봐야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그냥 짐작을 해볼 뿐입니다.

2000년도인가 기상청에서 밀레니엄이다 뭐다 해서 행사를 할 때 회사에 제출한 그림입니다.  오랫동안 기상청 창고에 있던 것을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친구가 찾아주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가진 짧은 기상 지식으로는 고기압은 들이붓는 성질을 가진 차가운 것이고, 저기압은 돌돌돌 감아올리는 성질을 가진 그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일기도를 골라서 그 개념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물을 들이붓고, 스파게티를 감아올리고. 당시에 같이 근무하시던 과장님께서는 자취생이 맨날 라면만 끓여 먹으니 그림의 소재가 라면 아니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습니다.
  
지금 뒤돌아 보면, 그림의 소재란 것이 자신과 그리 멀리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그리게 될 그림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림은 바로 그 사람을 표현하는 그 자체라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제 머리 속이 그 누군가의 아름다운 꿈이나, 꿈꾸는 사람이나, 그것을 실현해 나가면서 겪게 되는 온갖 경험들로 가득차길 희망합니다. 가득 채워진 것은 저절로 종이로 바람처럼 불어나올 테니까요.

오늘 눈을 뜨고 꿈을 꿉니다.
IP *.93.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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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0.09.29 20:24:05 *.193.194.24

넘 좋은데,  그 멋진 지도가 이야기와 함께 펼쳐질 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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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06:55:56 *.72.153.58
응. 그래.

너의 시와 재동님의 사진이 어울어진 시집 보고 싶어. 소풍에서 볼까? 즐겁게 재잘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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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10.04 14:43:12 *.8.230.182

"오늘이 미래다."

 그렇치? 정화!
그림 속에 세월이 쌓여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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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3:04:16 *.93.45.60
네. 오늘이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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