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書元
  • 조회 수 284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10월 3일 17시 31분 등록
S73F3323.JPG


십자가의 의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분의 사랑과 이웃간의 평등 사랑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빛으로써 증거하며 살아갈려고 하는 사람들의 선두에선 이가 수도사(修道士)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을 찬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과 좀더 가깝게 살기 위해서 공동체를 스스로 형성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천국에 들어 가기위해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까지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신을 증거(證據)하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세상에 나왔다.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영원을 염원하며 세상을 끊고 혈윤의 정까지 뒤로했던 그들이 세상에 나왔다.

깎아지른 높디높은 절벽에 수도할 공동체를 짓고 수행을 하던 그들이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무엇이었을까?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하였을까?

 

형제들이 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자매들의 유린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삶의 흔적이 함께했던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분을 찬양하기 위한 우리의 터전이 황폐화되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스도가 부르짖는 사랑이고 무엇이 참다운 평화인가?

그분이 말씀하신 천국의 삶이 바로 이런것인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가슴속 뜨거움을 느낀다.

주먹을 움켜쥔다.

나가야 한다. 우리도 싸워야 한다.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적들과 대치를 하나? 무슨 방법으로 그들을 싸워 이겨야 하나?

 

이제 십자가는 없다.

이제 묵주(默珠)는 없다.

이제 성서책은 없다.

이제 성무일도(聖務日禱, Divine Office)는 함께하지 않는다.

이제 남은건...

 

대신 그들의 손에는 형제들과 함께하는 총이 주어졌다.

대신 그들의 손에는 악을 물리쳐야할 도구대신, 동포의 적을 무찌르기 위한 실탄이 지급 되었다.

그리고 사랑의 전도사인 그들의 총은 적들의 심장을 향하였다.

평화의 매개체인 그들의 총은 적들의 목줄을 죄어갔다.

순간 젊디 젊은 사내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사람의 눈동자다. 인간의 눈동자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눈동자다. 나와 같은 형제의 눈동자다.

식은땀이 흐른다. 몸이 떨려온다. 목구멍의 침이 고여간다. 속이 탄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죄어 보지만 마음 가는대로 가늠쇠의 흔들림은 이어진다.

쏴.

쏘아야해.

그들은 적이야. 우리를 우리 조국을 우리 목숨을 노리고온 적이란 말이야. 쏴. 쏘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세상을 향한 악들을 향한 생존을 향한 탄환(彈丸)이 발사 되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부르짖던 수도사들의 염원은 이제 상대편을 견제하는 총알이 되어 날아갔다.

그레고리안의 아름다움으로 성당을 물들였던 그 목소리는 이제 적을 향해 돌진하였다.

노동으로 굳은살이 박힌 그들의 손은 이제 적의 심장을 붉게 물들였다.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인간을 살상 한다는 것에 변명이 있을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성소(聖所)를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을 선택하여야 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선택의 결과는 단순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성서에서 이야기한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가

실제로 세상에 분열과 고통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었듯이,

임제어록(臨濟語錄)에서 이야기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라’가

실제로 미움과 적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듯이,

의를 위해서 천국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서 그들은 죽음을 상징하는 그들의 옷인 수단(Soutane)을 벗어 던지고, 진정한 부활(renovatio)의 영광을 꿈꾸었고 행하였다.

 

그런데 이같은 거지발싸개 같은 겉치레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혹시 당신은 알고있는지?

모른다고?

그럼 내가 가르쳐 주지.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마. 2,000년동안 내려온 우리만의 비밀이니까.

쉿!

 

그것은,

그것은 바로,

......

신은 끝없이 침묵(Silentium)하고 있기 때문이야.

 

 

이완 맥그리거 : "신이 뭐죠?"

스티브 부세미 : "뭔가 간절하게 원할 때 그걸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빌지?"

이완 맥그리거 : "네."

스티브 부세미 : "그걸 철저히 무시하는 존재야."

-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 중에서

IP *.117.112.6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2 닭 한마리의 기적 [1] 신진철 2010.10.04 2580
1931 집에서 '쉬는' 사람의 시간관리 [8] 이선형 2010.10.04 2823
1930 [컬럼] 시인과 농부 [11] 최우성 2010.10.04 2431
1929 민폐괴물 [4] 박경숙 2010.10.04 1981
1928 [칼럼] 우리 조직은 해고가 가능할까 [5] 신진철 2010.10.04 1997
1927 피드백 분석을 통한 진로 설정. [3] 맑은 김인건 2010.10.04 3720
1926 말하는 개, 오리오 [7] 이은주 2010.10.03 2678
1925 <소설>나는 트랜스 휴먼이다(2) : 초부리 산 288-1 [5] 박상현 2010.10.03 2777
1924 라뽀(rapport) 25 - 나는 오늘 희망을 보았다 [1] 書元 2010.10.03 2247
1923 하계연수 단상14 - 우리가 꿈꾸는 기적 file 書元 2010.10.03 2488
» 하계연수 단상13 - 그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file [5] 書元 2010.10.03 2848
1921 컬럼. 선생님, 꿈이 생겼어요! [4] 김연주 2010.10.03 2310
1920 [먼별2] <단군의 후예 12- 단군낭자 아빠: 이희청님 인터뷰> [3] 수희향 2010.10.01 2548
1919 [그림과 함께] 그림에 꿈을 담고 싶습니다 file [4] 한정화 2010.09.29 2950
1918 감성플러스(+) 25호 - 회사인간 file [4] 자산 오병곤 2010.09.28 2309
1917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요구르트 한 병 [4] 뎀뵤 2010.09.28 2506
1916 황금연휴의 선택 file [13] 이선형 2010.09.27 2270
1915 [컬럼] 좋은 경영을 위한 선택 [7] 최우성 2010.09.27 2097
1914 사랑 유급/ 실황! [2] 써니 2010.09.27 2147
1913 <소설> 나는 트랜스 휴먼이다(1) : 프롤로그 [16] 박상현 2010.09.27 3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