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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3일 17시 3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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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이런 아침 시간대에.

“밥좀 주이소~”

그러했다. 오늘도 아침을 깨우는 신호탄은 구슬프게 밥좀 달라는 소리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의 생계를 해결하는 절절한 목소리였다.

그들은 거지였다.

그들은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리며 밥을 달라는 소리를 하였고, 모두가 힘들게 지내던 그때그시절 이었지만 사람들은 화답을 하듯이 자신의 식구들이 먹고난 밥과 반찬을 조금씩이나마 덜어 그네들에게 건넸다.

차가운 밥이든 미지근한 국이든 그들은 그것을 받아 깡통에 넣고 거주지로 향한다.

그곳에는 다시 자신을 기다리는 식구들이 있어 함께 삶을 시작한다.

비록 왕후의 밥상은 아니었지만 비록 화려한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건네받은 음식들이 다시 생명에게로 전파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에 건넨다는 것.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이 외로운 힘든 세상에 한줄기 단비가 내리듯 사람들의 가슴에 생명을 흩뿌린다.

그것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은 생명의 불씨를 꽃피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것을 통해 오늘도 소중한 작은 희망을 작은 생명을 품는다.

 

어린왕자가 이야기 했었지.

“사막이 아름다운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사마리아 여인이 야곱의 우물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깊고 깊은 우물처럼 우리에게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메테오라(Meteora)의 수도사들.

일생을 신에게 헌신하는 그네들도 결국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먹고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급자족을 희망하는 그네들이라도 이웃의 마음이 연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속세와의 차단을 위해 절해고도에 위치한 그네들이라도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받아 들여야만 한다. 도르래를 이용한 그들의 연결통로 그것은 삶의 끈이요 천국과 지옥을 오고갈 수 있는 동아줄이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물자를 보낸다.

수도사들은 세상과의 단하나 연결통로 그것을 통해 고된 노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기도를 올린다.

자신의 영위를 넘어선 도움의 손길을 건네준 형제 자매들을 위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그들은 오늘도 기도를 올린다.

 

대학교 시절. 문둥이가 산다는 소록도(小鹿島)와의 인연. 그 형상이 작은(小) 사슴(鹿)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소록도. 녹동항에서 배로 불과 5분거리 이지만 그들은 반평생을 세상의 이방인들처럼 지내왔다. 가족들조차 면회를 오지않아 혈육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철저히 버려진 삶을 살았던 그들. 그런 그들에게 단하나 의지할 것은 신앙의 끈이었다.

 

새벽 4시가 되면 섬은 잠에서 깨어난다.

수도사들이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과 함께, 그네들의 지팡이 소리도 작은 섬을 울린다.

힘든 몸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예배당으로 삶을 옮기는 문둥이 분들.

차가운 마루바닥에 걸터 앉아 신에게로 향한 노래로 하루를 시작한다.

손가락이 없는채 하모니카를 움켜쥐고, 입술이 없는채 힘들게 소리를 내어본다.

하지만 그네들의 하모니는 소록도를 넘어 바다를 넘어 영겁의 시간을 넘어 세상을 넘어 멀리 메테오라 수도사들과 합쳐진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지는 육신의 고통에도 너덜너덜 하던 손가락이 떨어진 오늘 아침에도 자신의 안위를 넘어선 기도를 올린다.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위해,

자신을 버린 세상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공간은 다르지만 시간은 다르지만 찬양을 올리는 그네들과 우리는 하나가 된다.

 

그러했다. 수도사들이든 문둥이들이든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우리 자신들이든 절대로 혼자만의 세상은 없다. 절대로 혼자만의 세계는 없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단 하나의 도르래처럼 우리는 각자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의 끈. 친구의 끈, 연인의 끈, 사제의 끈, 형제자매의 끈, 기도의 끈, 그리고 우리 몸속에 우리의 정신속에 면면히 선조들의 행동과 정신이 이어져오는 DNA의 끈처럼,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는 함께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진정한 기적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소록도의 나환우들이 지금 당장 병이 낫는 것이 기적일까요.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이곳 소록도를 방문해서 느끼고 체험하고 배운 것들을, 여러분의 각자의 일터와 소임지로 돌아가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전해주는 것이 진정한 기적입니다.”

 

기적은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누군가 무엇에 의해 오늘 우리가 완성 되어지고 있음이 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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